어느 정도 연차와 디스코그래피가 쌓인 그룹과 인터뷰를 하다 보면 종종 ‘확신에 차 있다’는 것이 느껴질 때가 있다.
확신에는 당연히 근거가 있다. 예를 들어 곡이 잘 나왔다거나, 안무가 화려하거나, 실력의 상승이 있었거나 하는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세 번째 미니앨범 ‘BURN(번)’으로 돌아온 배너(VANNER: 태환, GON, 혜성, 성국, 영광)도 ‘확신에 차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전달된 그룹이다.
그리고 배너의 이런 확신에도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일단 ‘피크타임’의 우승으로 확인시켜준 뛰어난 무대 실력이 첫 번째고, 한층 넓어진 음악적 스펙트럼과 멤버 성국의 입대로 인해 잠시 4인조로 재편되면서 퍼포먼스와 보컬의 역할이 달라진 부분도 신선함이 있을 거라 자신했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첫 단독콘서트를 개최하고, 오직 자신만을 보기 위한 팬들에게 자신들의 곡으로만 구성된 무대를 펼쳐 보인 경험은 이번 앨범을 준비하는 데에 엄청나게 큰 에너지와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확신의 BURN’에 대한 이야기를 배너 멤버들에게 직접 들어보았다.
일단 배너 맴버들은 이번 앨범을 두고 ‘시험’이라고 표현했다. 곤은 “이번 앨범에서 연기라든가 새로운 도전을 많이 했다. 뮤직비디오에 드라마타이즈를 시도한 것도 도전이다. 그래서 그런지 전작보다 감정선이 더 심오하다. 전작이 직접적이고 직관적이라면 이번 ‘BURN’은 더 포괄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혜성은 “이번 앨범은 일렉트로닉 장르도 있고 힙합, 미디움 템포도 있다. 다양한 모습을 준비했다. 팬들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해줘서 검색도 많이 했다. 그런 피드백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했다. 이번 앨범에서 정말 다채로운 매력을 준비해서 시험 같이 느껴진다”라고 덧붙였다.
배너가 이번 앨범을 ‘시험’이라고 느끼는 데에는 더 직관적인 이유도 있다. 멤버 성국의 입대로 인해 당분간은 4인조로 무대를 꾸며야하기 때문이다.
영광은 “성국이 군에 가면서 4명이서 퍼포먼스를 하는 것에 걱정이 있었다. 그래도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는 각오로 우리 4명을 더 어필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태환은 “성국이 팀에서 베이스와 같은 역할이었다. 중저음의 멋진 목소리가 없으니 녹음을 하면서 허전함을 느꼈다. 그래도 곤과 영광이 그 빈 자리를 많이 채워줬다. 전에는 칼군무와 에너지에 신경을 썼다면 이번에는 각자의 매력과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연습했다”라고 자신했고, 혜성도 “성국이 군에 가면서 각자에 더 연구를 많이 했다. 곤도 보컬을 많이 연구해서 더 새로운 모습이다. 무대에서 기승전결을 더 많이 보여주려고 했다. 같이 뛰어놀 수 있는 부분, 호흡할 수 있는 부분을 많이 신경썼다”라며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켰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BURN’ 앨범에 성국의 자리를 완전히 지운 건 아니다. 배너 멤버들은 성국이 다시 돌아와 합류할 무대도 잊지 않고 있었다.
혜성은 “성국까지 다섯 명이 타이틀곡 ‘Automatic(오토매틱)’ 무대를 하는 모습을 팬들이 더 기대해줄 것 같다. 그래서 미래가 기대되는 앨범이다. 이미 (성국이 할) 곡 파트와 퍼포먼스도 생각해둔 구간이 있다. 뮤직비디오도 그런 느낌이 많이 나게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실제로 성국 역시 군에서 꾸준히 모니터링을 하며 피드백을 남기고 있는 중이다.
태환과 곤은 “휴대폰 사용이 가능해서 간간이 연락하고 있다. 팬카페에도 성국이가 우리보다 더 많이 글을 올린다. 같이 하지 못해서 너무 아쉬워하고 있다. 우리 무대와 행사 모니터를 항상 해주고 있다. 성국이가 너무 잘하지 말라고, 점점 더 멋있어 진다고 하더라”라며 웃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배너가 자신들에게 확신을 가진 계기는 ‘피크타임’의 우승이 컸다. 실제로 배너는 여전히 당시 방송을 보며 초심을 잡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태환과 혜성은 “방송을 다시 보면 초심도 다잡게 되고 힘을 얻는다”며 “지금은 힘들다거나 어렵다는 생각은 많이 없다. 코로나시기에 우리끼리 자생하던 시기가 가장 힘들었다. 힘들 때마다 과거 공연 영상을 보고 되새기는 것 같다. 지금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라고 밝혔다.
심지어 이들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또 나갈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태환은 “좋은 기회가 있으면 또 서바이벌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있다. 서바이벌이 우리에게는 기회였다. 무대를 좋아하고 보여주고 싶은 무대가 있어서 그렇다. 경쟁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라고 의욕을 보여, 배너의 새로운 도전도 기대케 했다.
이처럼 팀의 변화, 새로운 음악적 시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실력에 대한 자신감에 더해 단독 콘서트의 경험도 배너를 한층 더 성장시킨 중요한 요인이다.
이에 “예전에는 한국에서 콘서트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라고 입을 연 태환은 “첫 단독 콘서트기도 했고 팬이 똘똘히 뭉쳤다. 스탠딩으로 팬이 꽉 들어차 있는 것을 본 게 처음이었다. 팬들이 우리가 무대에 서서 노래하는 것을 간절히 기다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보다 더 우리 공연을 좋아해서 앙코르를 무한히 원했다. 우리가 먼저 지칠 정도였다. 이번에 또 한 번 팬의 에너지를 느꼈다”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혜성도 “너무 좋았다. 꿈을 한 번 더 이룬 느낌이었다. 우리만의 곡으로 콘서트를 한 것이 처음이다. 팬이 우리 노래를 따라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계속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앞으로도 계속 콘서트를 하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더불어 곤은 “어제도 우리끼리 옛날과 비교도 안 되게 좋은 환경에서 공연하고 있다는 말을 나눴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자고 이야기했다. 우리가 처음 공연할 때 관객이 7명이었다. 그 7명은 아직도 팬이다. 한분 한분 다 기억한다. 아직도 너무 신기하다. 너무 감사했다. 더 좋은 사람, 가치 있는 사람이 되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덧붙여 팬에게 더욱 사랑받고, 자랑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BURN’ 앨범과 타이틀곡 ‘Automatic’에 확신이 가득한 배너인 만큼, 이번 활동에서는 한층 더 높은 곳을 바라고 있었다.
태환은 “‘한계를 깨고 정상을 향해서 올라가는 팀’이 우리 배너라는 그룹의 특징같다. 가사에도 그런 내용이 있다. 매번 한계에 도전하고 그것을 깨, 높아지는 팀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앨범 활동하면서 1위를 한 번 해보는 게 가까운 목표다. 그리고 글로벌 팬을 찾아가면서 폭을 넓히고 싶다. 그래서 나중에는 코첼라 무대에 서고 싶다”라고 원대한 목표를 밝혔다.
성적과 수치도 중요하지만 배너가 진정으로 바라는 목표는 따로 있었다.
혜성과 곤은 “공연을 보고 싶은 아이돌,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최근에 콘서트를 하면서 더 그렇게 느꼈다. ‘이 친구들 공연 정말 재미있다’는 말을 듣고 싶다. 우리도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 좋다. 우리만의 무대가 아니라 관객과 함께 무대를 하고 싶다”라고 진짜 목표를 밝혔다.
끝으로 혜성은 “우리는 계속 발전하고 성장하고 있다. 콘서트에서, 또 여러 무대에서 팬과 호흡하며 오래오래 활동하는 그룹이 되겠다”라고 또 하나의 약속을 내걸었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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