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언, 명대사라는 게 무엇일까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무엇에 대해, 웬만해선 다다르기 힘든 고고한 이상을, 더할 나위 없는 표현으로 멋들어지게 표현해 주는 걸까요?
오히려, 우리가 수없이 경험하고 생각해본 친숙한 문제,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답을 찾기 어려웠던 것에 관해 어려운 단어 하나 없이 말하는데 어쩐지 마음에 ‘쨍’ 해가 뜨면서 해답으로 가는 길이 잠시 보인 듯한 말이 아닐까요. 당연히 그 말은 천 번, 만 번의 숙고 속에 ‘본질’을 깨달은 이가 건네는 것이기에 우리의 마음에 ‘쏘옥’ 파고드는 게 아닌가 합니다.
이처럼 들을 땐 쉬워도 명언이나 명대사를 짓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데. 드라마 ‘엄마 친구 아들’(극본 신하은, 연출 유제원, 제작 스튜디오드래곤‧더모도리)을 보면 매회, 매 장면에 명대사가 넘쳐납니다. 인생 오래 산, 초로의 작가도 아닌데 도대체 얼마나 깊이, 많이 생각하고 살면 이렇게 맛깔나면서도 우리 삶의 궤를 꿰뚫는 말을 뽑아내는 것인지 감탄이 일 정도입니다.
주인공에게만 명대사가 쏠리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승효(정해인 분)와 석류(정소민 분)의 우정과 사랑에서뿐 아니라 석류 엄마(박지영 분)와 아빠(조한철 분)의 진한 곰국 같은 다툼에서도, 승효 아빠(이승준 분)와 엄마(장영남 분)의 오랜 냉전과 지각 화해에서도 보는 이의 눈물을 쏙 뽑아내는 힘이 ‘엄마 친구 아들’에 있습니다.
승효와 부모님 사이, 석류와 아빠, 석류 동생 동진이(이승협 분)와 엄마 얘기를 통해서도 부모와 자식 간 쉽지 않은 갈등의 해법과 깊은 정을 전하고요. 석류와 동진, 석류와 모음(김지은 분), 숙자매(미숙 박지영‧혜숙 장영남‧재숙 김금순‧인숙 한예주), 승효와 단호(윤지온 분), 재숙과 연두(심지유 분), 승효화 명우(전석호 분)를 통해 남매와 친구, 이웃사촌, 선후배까지 다양한 인간관계의 참모습에 관해 탐구합니다.
‘엄마 친구 아들’의 명대사 열전은 보통이 아니어서 승효와 헤어진 전 여친(서지혜 분), 석류와 헤어진 전 남친(한준우 분)은 기본에 승효를 짝사랑했던 후배 직원(심소영 분)과 동진이 다니는 체육관장(유지왕 분)의 입에서도 명언이 쏟아집니다. 결코 ‘간추려’ 짧게 줄인 유튜브 영상으로는 턱도 없는, 한 회 한 회 정주행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마음 같아선 한 마디, 한 마디 두런두런 곱씹어보고 싶지만! 책 한 권 분량이 될 듯해 어느 대목을 되짚을지 고심이 깊었습니다. 회를 거듭할 때마다 함께 얘기하고픈 명대사가 바뀌었습니다. 그러다, 13회 말미에서 마음을 기댈 ‘핑곗거리’를 만났습니다.
가장 큰 행복이란
사랑하고
그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다.
– 앙드레 지드
그래, ‘가장 큰’ 행복이라지 않는가! 좋은 대사 차고 넘치지만, 모름지기 사랑이야! 그래서 모아봤습니다. 정의로운 정모음이 단호한 강단호에게 먼저 고백하는 장면, 단호가 이름값 하며 지각 고백하는 장면, ‘고백 우유’ 유통기한 넘도록 뜸 들이던 석류가 승효의 2주 부재(출장)를 못 견뎌 강원도로 한달음에 달려가 ‘1일’ 하는 장면, 30년 걸린 승효의 프러포즈 장면, 그리고 드디어 두 마음이 온전히 하나 되는 모습입니다.
제가 연두 엄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안 되나요?
제가요 지금 빠른 거 아는데요, 근데 지금 제 마음이 그래요.
나, 기자님만 보면 심장이 떨려요.
매 순간이 사물놀이예요.
막 꿈에도 나와요.
그래서 말인데요. 우리 키스, 합의 취소하면 안 돼요?
나, 실수 아닌 것 같아요!
– 용감한 정모음만이 ‘갯벌맨’을 얻는 건가요~.
좋아합니다.
그날 그 사고 이후로 매일이 응급이던 인생에
사이렌을 울리며 어떤 구급대원이 나타났어요.
사람들을 살리고, 연두를 도와주고, 나를 구해준
그 의로운 여자를 감히 제가 좋아합니다.
– ‘의로운 여자’가 이렇게 심쿵한 표현이었던가요?
네가 없으니까 시간이 좀 안 가,
네가 없으니까 만화책이 재미없어,
네가 없으니까 놀이터도 조용해.
네가 없으니까 막 하루하루 밍숭맹숭해,
막 소금 치지 않은 곰국 같고 막 간장 찍지 않은 만두 같아!
네가 없으니까 목욕하고 바나나우유 먹지 않은 기분이야.
그래서 말인데, 나랑 바나나우유 먹으러 갈래?
– 오래 친구였다가 사랑이 되는 ‘찐 현실연애’
앞으로 네가 밥을 앉힐 때, 감자를 썰 때, 나물을 무칠 때도
가끔이 마음이 좀 아플 것 같아.
그때 너, 너 아파서 아무것도 못 먹었을 때
그때 내가 곁에 있어 주지 못한 게 너무 미안해서, 너무 사무쳐서.
그래서 말인데 앞으로 있을 너의 모든 날들에는
내가 함께하면 안 될까?
아니, 이게 원래 계획이 이게 아니었는데
꽃은 카센터에 가있고, 음식은 날아갔고. 케이크마저 엉망이 됐지만
그래도 다행히, 다행히 이건(팔찌) 남아가지고
석류아, 나랑 결혼해줘라!
– 잘해 준 것보다 힘겨운 순간에 함께하지 못한 게 사무치는 사랑.
그러니 앞으로 있을 너의 모든 날에 내가 함께하기를!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반지보다 천만 배 빛나는 설렘~
석류: 승효야, 나는 이제 언제 다시 아파도 이상하지 않은 몸이니까.
당장 내일 나한테 무슨 나쁜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고.
승효: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너, 나 얼마 전에 (건설자재 추락) 사고 날 뻔한 거 잊었어?
우리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다 똑같아.
삶은 유한하고, 죽음은 필연적이고, 모두가 똑같은 조건 속에서 살아간다고.
네가 걱정하는 그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곤
내가 말 못 해, 나는 신이 아니니까.
하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
나, 너랑 살고 싶어. 백 년, 아니 십 년, 아니 단 하루를 살아도 나는,
나는 너여야만 해!
석류: 나도야, 나도 사실은 너무 너무 그러고 싶어!
– 단 하루를 살아도 나는 꼭 너여야만 해!
대체제도, 대안도 없는 유일무이한 내 인생, 네 인생, 서로의 인생 해답.
우리는 이런 걸 운명이라는 말 대신 ‘사랑’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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