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면 이 옷을 살까. 이보다 더 확실한 디자인 기준이 있을까요? 블로그 마켓으로 시작해 이제는 일 매출 12억을 기록하는 브랜드 ‘트리밍버드’를 이끄는 김민경 대표. 고유한 감도의 놈코어 룩을 꾸준히 고집하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브랜드 얘기와 더불어 김민경 대표의 취향을 묻지 않을 수 없었죠.
안녕하세요. 모노톤의 클래식 놈코어 브랜드 ‘트리밍버드’를 운영하는 김민경입니다.
물론 블로그부터죠. 2016년에 시작한 블로그 마켓에서 인연이 닿았던 고객들이 지금까지도 저희 옷을 찾아주고 계세요. 그 당시에도 브랜드명은 지금과 똑같았고요.
이 질문을 많이 받는데, 영감을 받는 소스가 따로 있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나라면 이 옷을 입을까‘를 고민하는 시간이 훨씬 커요. 소비자로서의 저는 옷을 자주 바꿔입는 편이 아니에요. 하나를 사서 오래 입는 걸 좋아하고, 동시에 남들과 조금은 다르길 바라죠. 저부터도 옷을 살 때 한 끗 다른 디테일을 고려하다 보니, 옷을 만들 때도 그 마음을 계속 되뇌게 돼요. 진짜로 제가 입어야 하니까요.
그럼요. 저도 그렇고 직원들도 마찬가지예요. 디자인이 나오면 “여러분이면 살 거예요?”를 항상 물어요.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으면 다시 고민해 보자고 하죠. 이 질문 하나가 디자인 방향을 결정하는 데 정말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 같아요. 직원들이 모두 동의한 제품만 판매대에 올라갑니다.
2021년 더현대 서울에서 첫 팝업을 했을 때가 바로 떠오르네요. 더현대 서울이 생긴 지 얼마 안 돼서 입점 경쟁률이 엄청날 때였는데, 백화점 측에서 먼저 팝업 제안을 주셨어요. 제 기준에 트리밍버드가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였는데도 너무 욕심이 나는 거예요. 이 팝업을 해내면 제대로 된 브랜드가 될 것만 같았어요. 그래서 미친 듯이 준비했죠. 실제로 그 팝업을 기점으로 첫 컬렉션을 냈고, 지금의 트리밍버드로 성장했네요.
서울・부산・대구 어디에서 팝업을 열어도 항상 찾아오시는 버디 분들이 있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트리밍버드 옷을 입고 오시니 버디인 걸 모를 수가 없어요. (웃음) 최근 무신사와 함께한 대림창고 팝업에도 오셨는데, 이제는 이름까지 알 정도로 내적 친밀감이 높아요. 항상 감사하죠.
아침부터 밤까지 일해요. 주중엔 시간이 없어서 주말에 룩 촬영을 몰아서 하죠. 지금은 자기 전까지 거의 일만 하고 있네요.
제가… 커피를 안 마셔요. 맛도 잘 모르겠고 몸에서도 잘 안 받더라고요.
그러게요. 해소할 곳이 없네요. (웃음)
자주 찾게 되는 건 트리밍버드 스트링 가죽 백팩이에요. 어떤 코디에도 휘뚜루마뚜루 매기 좋은데, 가죽 재질 덕분에 마냥 캐주얼한 느낌이 아니라 마음에 들어요. 2주 내내 들고 다닌 적도 있어요.
최근 다녀온 부산 송도와 영도를 추천하고 싶네요. 의외일지 모르겠지만 제가 자연을 좋아해요. 사람들이 잘 모르는 포장마차나 해녀촌 같은 곳에 도장을 깨듯 찾아다니는 걸 선호하죠. 노상에 앉아 해산물을 먹으면서 일몰을 보면 마음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더라고요. 영도 바다를 조금만 걷다 보면 관광객이 거의 없는 순간이 나올 텐데요. 여러분만의 스팟을 꼭 찾아보세요. 저도 종종 물안경 하나 들고 수영하러 간답니다.
바다 주변은 꼭 가보려고 해요. 어렸을 적 포항에서 살았는데, 바닷가에서 놀았던 추억이 많거든요. 즉흥적으로 돗자리를 챙겨서 가족들과 바다 앞에서 라면을 끓여 먹던 기억 때문인지 바다가 그렇게 좋아요. 꼭 바다가 아니더라도 물이 있는 곳을 찾아가 안정을 취하는 편이죠. 근데 수영은 잘 못해요. (웃음)
그런가요. 확실히 아주 많은 정보를 들이는 사람은 아니에요. 유튜브도 잘 안 보고요. 대신 한 번 마음에 담으면 오래 관심을 둬요. 예를 들어, 예전부터 색조 화장은 꾸준히 맥 제품을 애용해 왔어요.
정말 솔직히 말해도 되나요? ‘나는 솔로’ 영상이 엄청 많이 떠요. (웃음) 다른 건 몰라도 이 프로그램은 너무 좋아해서 다 챙겨보거든요. 지인이랑 볼 땐 1분 보다가 멈추고 토론하기를 반복해요.
갑자기 거리감이 확 좁혀지는데요. (웃음) 어느새 인터뷰 막바지에 다다랐네요. 피드를 보면 꽃을 애정하시는 면모가 은은히 드러나요. 지금까지 쉴 틈 없이 달려온 대표님 스스로에게 꽃을 선물한다면.
새빨간 꽃다발을 선물하고 싶어요. 트리밍버드가 모노톤이다 보니 무채색 위주의 꽃을 많이 받는데요. 스스로에게 준다면 색다르게 강렬한 색깔을 사는 것도 재밌겠네요. 단, 장미는 말고요!
우선 더현대 서울 매장 리뉴얼과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에 집중하려고 해요. 예정된 전국 팝업까지 잘 마치고 나면 곧 연말이 오겠죠. 아, 아직은 꿈에 가깝지만 글로벌 진출도 생각해보고 있어요. 진행한다면 이미 요청이 쏟아지고 있는 일본을 첫 무대로 삼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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