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2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열흘간 일정에 들어갔다.
영화제는 이날 오후 7시부터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배우 박보영과 안재홍의 사회로 팡파르를 울렸다.
5천여석 야외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화려한 의상을 입은 배우와 감독들이 레드카펫에 들어설 때마다 아낌없는 박수로 환호했다. 영화제를 찾은 배우들은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한 뒤 현장을 찾은 관객과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개막식에선 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아시아 영화산업과 문화 발전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되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았다. 지난해 수상자는 홍콩의 톱 배우 저우룬파(주윤발)였다.
이번 영화제에서 신작 ‘뱀의 길’과 ‘클라우드’를 선보이는 구로사와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부산국제영화제 관객은 전 세계 어느 곳보다도 수준이 높다”며 “그런 관객들에게 최신작 두 편을 선보이기 위해 부산에 왔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영상으로 보낸 메시지에서 자신을 “구로사와 감독의 오랜 광팬”으로 소개하고 “좋아하는 작품이 너무 많은데, 매번 충격과 영감을 준 구로사와 감독에게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 감사한다”며 축하했다.
한국 영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되는 한국영화공로상 수상자로는 지난해 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배우 이선균이 선정됐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비롯한 이선균의 대표작 주요 장면이 스크린에 펼쳐지자 이정재와 송중기를 비롯한 많은 영화인이 고인을 추억하며 눈시울을 적시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영화제에는 개막작인 김상만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전,란’을 비롯해 63개국의 224개 작품이 영화의전당, CGV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등 7개 극장 28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조선시대 왜란을 배경으로 한 사극인 ‘전, 란’은 죽마고우인 권세 높은 양반 가문의 종려(박정민 분)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 분)의 이야기다. 집안 노비들의 반란으로 일가족이 죽은 종려가 천영을 주동자로 의심하면서 맞는 굵직한 갈등과 대결을 박진감 있게 그려낸다.
경쟁 부문인 뉴 커런츠 섹션에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열세 살 아이의 생존기를 긴장감 넘치게 그려낸 한국 영화 ‘수연의 선율'(감독 최종룡)을 비롯해 중화권과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작품 등 10편이 올라 경쟁을 벌인다.
올해 영화제는 10대 청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특별기획 프로그램 ’10대의 마음, 10대의 영화’를 선보인다.
상영작은 2023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대상 수상작 ‘호랑이 소녀'(감독 아만다 넬 유), 2023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부문 남자배우상을 받은 ‘바람의 도시'(감독 푸레브), 2024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에 소개된 ‘마이 선샤인'(감독 오쿠야마 히로시) 등 주요 국제영화제에서 각광받은 10개 작품이다.
올해는 칸국제영화제에서 ‘그랜드 투어’로 감독상을 받으면서 포르투갈의 젊은 거장으로 떠오른 미겔 고메스 감독을 초청해 장편 8편을 상영하고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故 이선균을 기리는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도 열려 그의 대표 출연작 6편을 상영하고 스페셜 토크 등을 한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다큐멘터리 장르의 대중적 확장을 위해 다큐멘터리 관객상과 영화 산업에서 여성의 문화적, 예술적 기여를 널리 알리기 위해 까멜리아상이 신설됐다.
부산 시내 곳곳에서 열리는 ‘동네방네비프’는 3일부터 일주일간 사하구 다대포 꿈의 낙조분수,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등 9곳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이번 행사에서는 관객들과 배우, 감독들이 직접 만나는 시간도 곳곳에서 마련된다.
영화제 기간에 열리는 아시아콘텐츠 & 필름마켓(ACFM)은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다.
영화제는 오는 11일 오전 결산 기자회견과 이날 저녁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각 부문 시상식에 이어 폐막작 ‘영혼의 여행'(감독 에릭 쿠) 상영으로 열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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