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진실이 세상을 떠난지 벌써 16년이 흘렀다.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친근한 매력을 뽐낸 광고를 통해 웃음과 공감을 선사했던 배우는 이제 세상에 없지만 그가 남긴 작품에서 ‘영원한 국민배우’는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최진실은 지난 2008년 10월2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당시 나이 40세에 불과했다. 16년 전 그날 이른 아침, 갑작스럽게 전해진 슈퍼스타의 느닷없는 부고에 세상은 충격에 빠졌다. 그 후유증은 팬들의 마음에,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몸담은 이들의 마음에 오래 남았다.
생전 최진실과 유독 가까웠던 동료들, 그리고 가족과 팬들은 매년 10월2일이 되면 고인이 잠들어 있는 경기도 양평군 갑산공원을 찾는다. 최진실이 보여준 밝은 웃음과 에너지로부터 힘을 얻은 사람들은 여전히 ‘스타’ 최진실을 기억한다.
고인의 두 자녀도 성장해 각자의 영역에서 건강하게 자리잡고 활동하고 있다. 맏아들 최환희는 지플랫이라는 이름의 가수로 다양한 음악 활동을 벌이고 있다. 딸 최준희 역시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이다.
고 최진실의 16주기와 맞물려 생전 고인이 출연한 다양한 작품들도 대중의 기억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1988년 모델로 데뷔해 연기를 시작한 고인은 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 ‘질투’ ‘별은 내 가슴에’ 등 1990년대를 대표하는 작품의 주연으로 활약하며 뜨겁게 사랑받았다. 활약은 스크린으로도 이어졌다. 1990년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보인 짜장면을 먹는 장면은 한국영화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영화에서 고인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 ‘마누라 죽이기’…스크린에서도 최진실 존재감 확인
최진실은 데뷔 후 주로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특히 1992년 출연한 ‘질투’는 그야말로 ‘대박’의 인기를 얻었고 그 성공으로 국내 드라마 시장에 로맨스와 코미디를 섞은 ‘로맨틱코미디’ 장르를 자리매감하게 만들었다.
‘질투’의 성공으로 톱스타가 된 최진실은 눈을 스크린으로 옮겨 1994년 강우석 감독의 영화 ‘마누라 죽이기’의 주연으로 나섰다. 한때 죽을 만큼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이제는 사랑도 애정도 사라진 결혼 5년 차 부부인 봉수와 소영의 이야기다. 영화 제작진인 봉수는 일에서도, 가정에서도 주도권을 소영에게 빼앗긴 상황. 주도면밀한 소영의 눈을 피해 자신이 제작하는 영화의 주인공을 맡을 배우 혜리(엄정화)와 점점 가까워지면서 위험한 일들을 벌인다.
‘마누라 죽이기’는 철 없는 남편과 능력은 있지만 조금 무서운 아내의 이야기를 통해 신혼의 단꿈을 지난 부부들의 적나라한 관계를 코믹하게 풀어냈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신혼 부부로 호흡을 맞춘 최진실과 박중훈이 재회해 시간이 흘러 현실적인 부부의 모습을 보이면서 인기를 얻었다. 흥행에도 성공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집계하는 공식 관객수 통계인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없던 당시, 영화사 집계로 서울에서 34만명 전국에서 112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최진실은 이 영화로 1995년 대종상 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마누라 죽이기’는 OTT 플랫폼 웨이브와 애플TV+, 시리즈온 등에서 감상할 수 있다.
● ‘편지’…절절한 러브스토리의 대표작
최진실과 박신양이 함께 한 ‘편지'(감독 이정국)는 지금도 이야기되고 있는 한국 멜로 영화의 대표작이다. 연출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주인공이 사랑하는 아내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는 이 작품을 보는 모두를 ‘오열’하게 했다.
최진실이 ‘마누리 죽이기’의 성공 이후 선택한 ‘편지’는 서울 근교 한적한 기차역에서 우연히 만난 정인과 환유의 이야기다. 정인이 흘린 지갑을 환유가 찾아준 인연으로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한다. 자연이 살아 숨쉬는 수목원, 그림 같은 집에서 행복한 신혼 생활을 시작하지만 이내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유가 정인의 곁을 떠난다.
최진실은 혼자 남은 정인을 통해 가슴 절절한 사랑에 아파하는 인물을 그린다. 주로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의 사랑 이야기를 소화한 최진실이 한층 성숙하고 깊이 있는 모습을 보여 호평받았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환유가 떠난 뒤 정인에게 당도하는 한통의 편지. 생이 끝나고도 계속되는 사랑의 가치를 보여주면서 많은 이들을 눈물짓게 했다. 지금도 때마다 ‘편지’를 찾아 본다는 열혈 팬층이 존재할 정도로 멜로영화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영화는 티빙과 쿠팡플레이, 웨이브 등에서 다시 볼 수 있다.
● ‘마요네즈’…닮고 싶지 않지만 닮은 모녀 이야기
최진실은 1999년 영화 ‘마요네즈'(감독 윤인호)에서 김혜자와 반목하고 갈등하는 모녀의 이야기를 그렸다. 지금은 모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와 드라마가 많지만 ‘마요네즈’가 개봉한 당시만 해도 모녀 관계인 두 여성의 서사에 시선을 두는 작품의 기획은 드물었다. 여성 투톱 주연도 드문 시도였다.
‘마요네즈’는 남편이나 딸보다 자신이 더 중요한 엄마와 그런 엄마와 반목하는 딸의 이야기다. 아픈 아빠를 살피지 않고 자신만 돌보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는 딸 아정 역을 최진실이 맡았다. 어린 아이를 키우고 남편을 챙기는 아정은 엄마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닮고 싶지 않았던 엄마의 모습과 가까워짐을 느낀다.
영화는 김혜자와 최진실을 통해 엄마와 딸의 뗄 수 없는 인연의 힘을 보여준다. 당시 드라마 ‘전원일기’ 등에 힘입어 인지한 어머니의 표준처럼 평가받았던 김혜자가 최진실과 시도한 연기 변신도 눈길을 끈다. 최진실 역시 데뷔 초 주연한 ‘남부군'(1990년) ‘수잔 브링스의 아리랑'(1991년)에 이어 영화에 갖는 남다른 욕심과 열정을 이 작품으로 증명했다. ‘마요네즈’는 티빙, 웨이브, 왓챠 등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 ‘단적비연수’…앞서 간 고대 판타지
최진실을 중심으로 설경구, 김석훈, 김윤진, 이미숙이 주연한 2000년 영화 ‘단적비연수'(감독 박제현)는 한 마디로 시대를 앞선 고대 판타지 대작이다. 지금은 상상의 판타지의 세계를 다룬 작품이 익숙하지만 ‘단적비연수’가 세상에 나온 24년 전의 상황은 달랐다.
영화는 태고의 신이 지배하는 가상의 세계가 배경이다. 매족과 화산족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태어난 주인공 비가 비극적인 운명을 개척하는 이야기다. 최진실이 원수 지간인 부족 사이에서 태어난 비 역을 맡았다. 주로 현실 기반의 이야기에 주력하는 설경구가 거의 유일하게 참여한 판타지 사극으로도 남아 있다. 티빙, 왓챠,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
최진실은 ‘단적비연수’를 끝으로 영화 작업을 멈췄다. 개인사로 인한 어려움 속에 몇 년간 연기 활동을 멈춘 탓이다. 그러다가 2005년 KBS 2TV 드라마 ‘장밋빛 인생’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이전까지 사랑스럽고 당차면서도 밝은 캐릭터의 주인공으로 활약한 최진실은 ‘장밋빛 인생’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이혼 등 개인의 아픔을 녹여낸 듯 드라마에서 남편의 배신과 갈등, 시한부 선고 등 혹독한 시련을 겪는 주인공 맹순이 역으로 대중의 사랑을 되찾았다. 당시 드라마의 최고 시청률은 47.3%(TNS집계)까지 치솟았다. ‘장밋빛 인생’은 웨이브에서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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