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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와일드 로봇’ 비(非)인간을 통해 배우는 인간답게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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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임가을 기자] 우연한 사고로 거대한 야생에 불시착한 로봇 ‘로즈’는 주변 동물들의 행동을 배우며 낯선 환경 속에 적응해 가던 중, 사고로 세상에 홀로 남겨진 새끼 기러기 ‘브라이트빌’의 보호자가 된다. 

 

‘로즈’는 입력되어 있지 않은 새로운 역할과 관계에 낯선 감정을 마주하고 겨울이 오기 전에 남쪽으로 떠나야 하는 ‘브라이트빌’을 위해 동물들의 도움을 받아 이주를 위한 생존 기술을 가르쳐준다.

 

▲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와일드 로봇’은 로봇 ‘로즈’와 새끼 기러기 ‘브라이트빌’이 세상에 없던 특별한 관계가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 영화다.

 

피터 브라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드래곤 길들이기’의 크리스 샌더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루피타 뇽, 페드로 파스칼, 키트 코너 등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제48회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푸티지 시사가 진행된 데 이어 제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된 바 있다.

특히 ‘와일드 로봇’은 애니메이션 명가로 불리는 드림웍스 30주년 기념작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드림웍스 대표 매기 콘은 소설 [와일드 로봇]이 출판되기도 전에 판권에 대해 작가에게 연락했을 정도로 책이 담고 있는 서사에 매료됐고, 그의 감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와일드 로봇]은 발간 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아마존 선정 올해의 책에 뽑혔다.
 

▲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소설을 영상화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책 속 세계를 구현해내는 비주얼이다. 

 

스크린 위에 펼쳐진 ‘와일드 로봇’의 세계는 살아 움직이는 동화책을 연상케 한다. 팔레트에 그려낸 듯한 섬세한 텍스처와 푸른 숲을 풍성하게 구축하는 다채로운 빛깔, 배경을 완성하는 동물들의 생동감 있는 움직임으로 애니메이션이라는 포맷만이 가질 수 있는 표현력을 드러낸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야생에 홀로 떨어진 로봇은 매끄러운 금속 재질로, 생명력이 느껴지는 자연과 만나 한층 더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삭막한 로봇의 모습은 로즈와 동물들과의 교감이 이뤄질수록 천천히 변해간다. 흠집 하나 없이 깔끔하던 외관이 녹이 슬고, 이끼가 끼는 등 숲과 동화되는 모습은 겉모습뿐만 아니라 자연과 동화되어가는 내면을 시각적으로 나타내 보는 재미를 더했다.

 

또 영화는 인공지능의 특징적 요소를 더해 흥미를 더했다. 인공지능의 ‘학습’은 숲에서 살아남기 위해 동물들의 움직임을 복사하는 로즈의 특성으로 등장했다.높은 절벽을 게의 움직임으로 기어 올라가고, 사슴처럼 네 발을 구르며 달리는 등 재치 있는 방식과 동작으로 웃음을 준다. 


▲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극 중 자주 언급되는 ‘프로그래밍’은 이들의 극복해야 하는 과제로 등장하기도 한다. 정해진 길만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로즈가 태생적인 한계를 넘어 성장하는 모습은 관객들의 감정과 기억까지 이어지는 감동을 전한다.

로즈와 브라이트빌의 서사뿐만 아니라, 이들을 감싸고 있는 생태계의 구성원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체계를 익살스레 나타내는 ‘와일드 로봇’은 숲에 거주하는 동물들의 모습으로 하나의 공동체가 살아가야 하는 방향을 가리킨다. 앙숙과 천적이 넘쳐나는 야생을 비추면서 모든 사회 구성원의 관계가 좋을 수 없다는 것을 숨기지 않고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함께 공존해야 하는 이유를 솔직하고도 담백하게 전달한다.

얼떨결에 엄마라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 로즈와 알에서 깨고 나와 로봇을 엄마로 인식하게 된 브라이트빌의 이야기지만 영화는 단순한 모성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외톨이였던 이들이 느리지만 확실하게 다양한 사랑에 대해 배워가는 모습은 인간답게 살아가는 법을 깨닫게 만든다.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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