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아침소설] 그림자와 칼 <9> – 정찬주

조이뉴스24 조회수  

조이뉴스24가 소설을 연재합니다. 작가의 단편소설을 매일 오전 업로드합니다. 독자님들께서 출근길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브런치가 있는 카페에서 깊이와 재미를 더한 단편소설을 즐기며 하루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처음 소개하는 작품은 정찬주 작가의 ‘그림자와 칼’입니다. 소설은 어느 날 사람들의 그림자가 사라진다는 충격적인 상상으로부터 시작됩니다.[편집자]


남무는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패도공이 준 반야도를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그녀의 속옷과 세면도구가 들어 있는 여행용 가방 속에는 왠지 넣고 싶지 않았다.

거리는 여전히 지독한 불별이었다. 가옥들이 물속에 가라앉은 빨랫비누처럼 부풀어 보였다. 전신주들이 휘어진 채로 스쳐 갔다. 남무는 반야도의 무게를 감지하면서 문득문득 희열을 받았다. 반야도는 바지 주머니 속에서 제자리를 충실히 지키고 있었다.

반야도의 촉감은 단호했다. 그리고 그것은 남무더러 어서 이 도회지를 떠나리라고 재촉하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남무는 반야도의 깊은 뜻을 아직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가 사는 낡은 연립주택이 보일 때까지도 그랬다.

반야도의 위력이라고 믿어도 좋을까. 남무는 전혀 떨리지 않았다. 그녀를 만나도 결코 당황하지 않을 듯싶었다. 당황은커녕 오히려 남무가 더 적극적일지도 몰랐다.

남무는 그녀가 사는 〈나〉동으로 곧장 가지 않고,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아카시아 꽃향기를 맡았던 벤치로 먼저 갔다. 남루는 담배에 불을 붙여 연기를 맛있게 빨아 삼켰다. 그녀와 더불어 맡았던 아카시아 꽃향기가 어디선가 다시 몰려오는 것 같았다. 남무는 마지막으로 자신이 세웠던 계획을 또다시 점검했다. 준비는 완벽하리만큼 철저했다. 미비한 점은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나〉동의 건물은 물론, 그쪽으로 난 길까지도 남무의 눈에는 오수에 잠겨 있는 무우산 속 어느 곳의 풍경처럼 비쳤다. 남무는 천천히 그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더욱 경건하게 한 계단 한 계단 층계를 올라갔다. 충계를 밟을 때마다 머릿속이 투명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무우산을 오르고 있는 것 같아.”

그처럼 상쾌한 기분이라면 차라리 그녀의 철문 앞에서조차 멈추지 않고 계속 걷고 싶었다. 이윽고 남무는 벨의 단추를 확실하게 두 번이나 눌렀다. 그리고는 한걸음 물러서 기다렸다.

낮잠을 자고 있을 리는 없었다. 남무는 다시 한번 더 벨을 누르고서, 이번에는 자신의 귀를 문에다 붙였다. 그래도 기척은 없었다. 외출을 한지도 몰랐다. 다시 또 벨을 짧게 두 번, 세 번은 길게 눌렀지만 기척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할 수 없이 남무는 철문에다 두 귀를 번갈아 가며 붙였다. 암담하게도 라디오가 보내주던 암호소리마저 들려오지 않았다. 철문의 차가운 금속성만이 귓바퀴에 전해졌다.

남무는 다리가 후들거렸다. 현기증이 불쑥 되살아났다. 혹시 그녀가 먼저 무우산으로 떠나버린 건 아닐까. 나를 위해서, 아니 이 도회지의 삶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아니야, 그렇지 않을지도 몰라.

그러나 남무는 자신의 성급함을 후회했다. 그녀에게 늘 무우산 얘기를 마음속으로 들려주었던 것이다. 기도하듯 마음속으로. 이런 경우를 이심전심이라고 하는 것인지…

남무는 허둥지둥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을 내딛을 때마다 바지 주머니 속의 반야도가 자꾸만 발기불등이던 남근을 건드렸다.


건물을 빠져나온 남무는 그녀와 오랫동안 앉아 있었던 벤치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남무는 몇 걸음 못 가서 멈추었다. 갑자기 커져 버린 남근이 성을 내고 있었다. 그림자 없는 자신의 발목이 견디지 못할 만큼 외롭게 보이고 있었다. 〈끝〉

조이뉴스24
content@www.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연예] 랭킹 뉴스

  • 신혜선X이진욱X강훈 '나의 해리에게', 시청률 2.2%…높은 화제성
  • '흑백요리사' 성우가 스포?…우승자 예측 게임 시작됐다
  • “그놈 어디 갔어?” … 직원이 말대꾸하자 정주영 회장이 한 행동
  • "어떻게 아이가 12월 초에 나와..!!" 36세 남성이 목격한 아내의 외도: 뒷목까지 소름이 쫙 돋는다(물어보살)
  • 컴백 앞둔 씨엔블루, 완벽 올블랙 수트핏…콘셉트 포토 공개
  •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공개시간… 깜짝 반전 요리 대결 8화는 언제?

[연예] 공감 뉴스

  • 뉴진스, 완전체 함께한 '엘르 디에디션' 커버 공개
  • 아일릿, 미니 2집 ‘I’LL LIKE YOU’ 콘셉트 포토·필름 공개
  • 기안84 “한혜진, 연하에 키 185cm 배운 남자 좋아해…결혼은 45살에 가능” 좌절
  • 예리, 이렇게 글래머러스했나…흘러내리는 상의에 드러난 볼륨감
  • ‘홈즈’ 조준호, 부동산 투자 실패? “판교 땅 살 기회 놓쳐”
  • ‘톡파원’ 이찬원, 쿠웨이트 그랜드 모스크 규모에 압도 “역대급으로 화려해"

당신을 위한 인기글

  • 고기, 생선 할 것 없이 쌈 싸면 다 맛있다! 쌈밥 맛집 BEST5
  •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배를 채워주는 김밥 맛집 BEST5
  •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 가득한 경기도 부천 맛집 BEST5
  • 바야흐로 야구의 계절, 가볼만한 서울 고척돔 맛집 BEST5
  • 강동원 VS 박정민 VS 차승원…’전,란’ 3색 캐릭터 열전
  • ‘레블 리지’로 눈도장 찍은 매력적인 액션배우, 에런 피어
  • 김남길이 풀어낸 자립준비청년 이야기, 부국제 매진
  • [리뷰: 포테이토 지수 83%] ‘경성크리처2’, 청산되지 않은 과거와 고통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프로야구 최초 '5위 결정전' 성사…SSG와 kt의 대결 예고

    스포츠 

  • 2
    김도영, 38홈런-40도루로 시즌 마감…신기록 제조기의 위업

    스포츠 

  • 3
    월성원자력본부, '제8회 통일기원 문무대왕 문화제' 지원

    뉴스 

  • 4
    흥국생명, 첫 실전에서 아란마레에 압승…투트쿠 18득점

    스포츠 

  • 5
    '손흥민 대체 아닌 2선 MF 배치 통했다'…쿨루셉스키, "나는 완전한 미드필더다!" 자신감 폭발

    스포츠 

[연예] 인기 뉴스

  • 신혜선X이진욱X강훈 '나의 해리에게', 시청률 2.2%…높은 화제성
  • '흑백요리사' 성우가 스포?…우승자 예측 게임 시작됐다
  • “그놈 어디 갔어?” … 직원이 말대꾸하자 정주영 회장이 한 행동
  • "어떻게 아이가 12월 초에 나와..!!" 36세 남성이 목격한 아내의 외도: 뒷목까지 소름이 쫙 돋는다(물어보살)
  • 컴백 앞둔 씨엔블루, 완벽 올블랙 수트핏…콘셉트 포토 공개
  •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공개시간… 깜짝 반전 요리 대결 8화는 언제?

지금 뜨는 뉴스

  • 1
    ‘최정 멀티 홈런’ SSG, 최종전서 키움 제압…사상 최초 5위 결정전 성사

    스포츠 

  • 2
    “‘이 사람’ 없었다면 지금의 오타니 없다”…父가 꼽은 50-50 숨은 조력자

    스포츠 

  • 3
    10월 국내여행지 추천 가을 억새 명소 best 3

    여행맛집 

  • 4
    KT그룹, 검찰·대선캠프·대통령 동창 등용… 우연일까

    차·테크 

  • 5
    대성에너지, '제26회 가스 안전 포스터 공모전' 입상자 발표

    뉴스 

[연예] 추천 뉴스

  • 뉴진스, 완전체 함께한 '엘르 디에디션' 커버 공개
  • 아일릿, 미니 2집 ‘I’LL LIKE YOU’ 콘셉트 포토·필름 공개
  • 기안84 “한혜진, 연하에 키 185cm 배운 남자 좋아해…결혼은 45살에 가능” 좌절
  • 예리, 이렇게 글래머러스했나…흘러내리는 상의에 드러난 볼륨감
  • ‘홈즈’ 조준호, 부동산 투자 실패? “판교 땅 살 기회 놓쳐”
  • ‘톡파원’ 이찬원, 쿠웨이트 그랜드 모스크 규모에 압도 “역대급으로 화려해"

당신을 위한 인기글

  • 고기, 생선 할 것 없이 쌈 싸면 다 맛있다! 쌈밥 맛집 BEST5
  •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배를 채워주는 김밥 맛집 BEST5
  •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 가득한 경기도 부천 맛집 BEST5
  • 바야흐로 야구의 계절, 가볼만한 서울 고척돔 맛집 BEST5
  • 강동원 VS 박정민 VS 차승원…’전,란’ 3색 캐릭터 열전
  • ‘레블 리지’로 눈도장 찍은 매력적인 액션배우, 에런 피어
  • 김남길이 풀어낸 자립준비청년 이야기, 부국제 매진
  • [리뷰: 포테이토 지수 83%] ‘경성크리처2’, 청산되지 않은 과거와 고통

추천 뉴스

  • 1
    프로야구 최초 '5위 결정전' 성사…SSG와 kt의 대결 예고

    스포츠 

  • 2
    김도영, 38홈런-40도루로 시즌 마감…신기록 제조기의 위업

    스포츠 

  • 3
    월성원자력본부, '제8회 통일기원 문무대왕 문화제' 지원

    뉴스 

  • 4
    흥국생명, 첫 실전에서 아란마레에 압승…투트쿠 18득점

    스포츠 

  • 5
    '손흥민 대체 아닌 2선 MF 배치 통했다'…쿨루셉스키, "나는 완전한 미드필더다!" 자신감 폭발

    스포츠 

지금 뜨는 뉴스

  • 1
    ‘최정 멀티 홈런’ SSG, 최종전서 키움 제압…사상 최초 5위 결정전 성사

    스포츠 

  • 2
    “‘이 사람’ 없었다면 지금의 오타니 없다”…父가 꼽은 50-50 숨은 조력자

    스포츠 

  • 3
    10월 국내여행지 추천 가을 억새 명소 best 3

    여행맛집 

  • 4
    KT그룹, 검찰·대선캠프·대통령 동창 등용… 우연일까

    차·테크 

  • 5
    대성에너지, '제26회 가스 안전 포스터 공모전' 입상자 발표

    뉴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