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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포테이토 지수 83%] ‘경성크리처2’, 청산되지 않은 과거와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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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크리처’ 시즌2는 2024년 서울, 태상과 모든 것이 닮은 호재와 경성의 봄을 살아낸 채옥이 만나 끝나지 않은 경성의 인연과 운명, 악연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이 기사에는 주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혹시 지옥이 왜 끔찍한지 알아요? 끝나지 않기 때문이에요.”

79년 만에 윤채옥(한소희)을 마주한 마에다(수현)의 말이다. 1945년 봄, 광복 직전의 경성은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다. 하지만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이 경성은 광복이라는 새로운 봄을 맞이했다. 그렇지만 그 봄은 채옥을 비껴갔다.

일제강점기 채옥의 어머니 최성심(강말금)은 악랄하고 잔혹한 인체 실험의 대상이 됐다. 죽음의 위기에서 성심의 몸에서 나온 ‘나진'(생체실험으로 탄생한 기생물)을 삼킨 채옥은 영생을 이어가게 됐지만 “완벽한 지옥에 혼자 남겨진 채 모든 것들로부터 잊혀졌다”는 말처럼, 인간도 괴물도 아닌 존재가 돼 늙지도 죽지도 못하고 79년의 세월을 버텨왔다. 그런 채옥이 2024년 서울에서 과거 사랑했던 장태상(박서준)을 빼닮은 장호재(박서준)를 마주한다. 끝나지 않은 경성의 인연과 운명, 악연이 다시 한번 펼쳐진다.

지난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 시즌2(극본 강은경·연출 정동윤 조영민)는 지난해 12월 공개한 ‘경성크리처’ 시즌1에서 이어지는 작품이다. 1945년 봄을 배경으로 했던 시즌1과 다르게 시즌2는 2024년 서울로 그 배경을 옮겼다.

시즌1은 경성 최고의 전당포 주인인 태상이 사라진 어머니를 찾는 토두꾼(실종자를 찾는 사람) 채옥과 일본군이 운영하는 옹성병원에 잡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병원에서 생체실험의 결과물인 괴수를 만난 두 사람은 무고한 이들을 구하지만 그 과정에서 채옥은 목숨을 잃는 위기에 처한다.  

시대극과 크리처물, 태상과 채옥의 로맨스 등 다채로운 장르를 아우른 시즌1은 결국 두 주인공이 이어지지 못한 채 비극적인 결말을 맺었다. 시즌2는 수십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결국 다시 만나게 되는 채옥과 태상의 로맨스에 방점을 맞췄다. 시즌1이 묵직한 시대극에 가까웠다면 시즌2는 서로에게 닿으려는 두 사람의 애달픈 멜로로 그 결을 달리한다.

경성의 인연을 이어 가는 채옥 역의 한소희(왼쪽)와 태상·호재를 연기한 박서준. 사진제공=넷플릭스

● 시즌1의 호불호 반응…정동윤 PD “재편집” 초강수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파트1, 파트2로 나눠 공개한 ‘경성크리처’ 시즌1은 전체 제작비 700억원(시즌 1·2), ‘제빵왕 김탁구’ ‘가족끼리 왜 이래’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의 강은경 작가의 극본, ‘스토브리그’ 정동윤 PD의 연출 그리고 박서준과 한소희의 만남에 힘입어 주목받는 기대작으로 꼽혔다.

하지만 정작 베일을 벗은 뒤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일제강점기에 비밀 인체 실험으로 괴생명체가 탄생했다는 설정은 참신했지만, 사람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기괴한 괴수와 모성애의 감정을 접목하는 시도가 시청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했다. 크리처와 로맨스를 섞은 장르를 시대극으로 풀어낸 설정이 매끄럽지 않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특히 주요 인물들이 비밀을 숨긴 옹성병원으로 잠입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느리게 전개되는 부분도 정주행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시즌1 공개 이후 극명하게 갈린 호불호 반응에 정동윤 PD는 이미 편집을 마친 완성본을 깨고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시즌2의 재편집에 돌입했다. 

그 결과 총 10부작으로 구성한 시즌1에 비해 전체 러닝타임을 줄여 7부작으로 구성한 시즌2는 채옥과 호재의 절절하면서도 애절한 멜로와 나진으로 인해 초인적인 힘을 얻은 이들이 펼치는 빠르고 정확한 액션에 집중했다. 시즌1로 구축한 캐릭터 서사를 충실하게 따르면서 이야기를 확장해 몰입도를 높인다.

승조 역할로 시즌2에 새롭게 합류한 배현성(왼쪽)과 지난 시즌에 이어 또다시 태상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마에다상의 수현. 사진제공=넷플릭스
승조 역할로 시즌2에 새롭게 합류한 배현성(왼쪽)과 지난 시즌에 이어 또다시 태상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마에다의 수현. 사진제공=넷플릭스

● 79년간 늙지 않은 채옥, 그리고 ‘전승’ 제약 

시즌1에서 옹성병원의 가토 중좌(최영준)는 조선인 포로들을 상대로 끔찍한 실험을 자행했다. 그렇게 공격 본능만 남은 괴물이 탄생했다. 이런 괴물은 일제강점기 핍박받는 조선인들의 한(恨)을 은유적으로 상징하는 존재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괴물을 만든 가토 중좌의 행동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 하얼빈 일대에서 한국인과 중국인 등 전쟁 포로를 대상으로 잔혹한 생체실험을 자행한 일본 관동군 731부대를 떠올리게 했다. 실제 역사에서 생체실험 대상에 놓인 포로들은 ‘마루타'(통나무)라는 암호로 불렸다. 시즌1 공개 이후 731부대와 생체실험 등 비극적인 역사가 다시 한번 알려졌다.

시즌2는 그 아픈 역사를 넘어 여전히 남은 일제의 잔재와 고통받는 이들의 상처까지 아우른다. 79년간 생존한 채옥의 존재가 대표적이다. 일제강점기를 벗어나 해방을 맞은 서울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지만 그 안에는 채옥처럼 여전히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끝나지 않은 지옥’을 보내는 이가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정동윤 PD는 “79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개인적 이익을 취해 끔찍한 짓을 벌이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꼭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과거 옹성병원의 위에 세워져 은밀한 생체 실험을 벌이고 있는 거대 제약회사 전승제약의 존재도 마찬가지다. 그 이름도 의미심장한 ‘전승’ 제약은 일제 치하에서 가토 중좌가 벌인 생체 실험을 계승하며 2024년 한국에서 자신들만의 영역을 확장하는 세력이다.

이 같은 설정을 녹인 시즌2로 ‘경성크리처’ 시리즈는 고유한 메시지를 분명히 한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태상과 호재의 존재 역시 우리를 아프게 했던 역사를 잊지 말자는 목소리로 풀이된다. 슬픔과 고통을 딛고 일어선 우리에게 “역사를 잊은 자에게 미래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존재감을 발휘한다.   

● 당황스러울 정도로 급한 마무리 아쉬움 

다만 아쉬움도 있다. 시즌2가 선택한 빠른 전개와 강도 높은 액션 장면은 시즌1과 관련된 피드백을 충실히 반영하려는 선택이지만 그만큼 많은 것들을 생략하며 이야기 전개에 구멍이 생겼다.

실제로 마에다에 의해 길러진 초인적인 능력의 승조(배현성)와 호재의 남다른 관계, 과거 전승제약에 잠입했던 호재의 비밀, 호재의 다양한 조력자들까지 많은 내용이 생략됐다. 특히 극의 대미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급하게 정리된다. 속도감을 챙기다 개연성을 놓친 꼴이다. 물론 쿠키 영상을 통해 시즌3를 암시하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쿠키가 곧 시즌3를 예고하는 건 아니라는 게 정동윤 PD의 설명이다.

여러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경성크리처’ 시즌2는 일제강점기가 남긴 ‘시대적 잔재’와 그로 인한 새로운 충돌이 여전하다는 내용을 아우르는 미덕이 확실하다. 청산되지 않은 과거, 그로 인해 우리가 겪는 고통은 무엇일까. 시즌1과 2를 통해 ‘경성크리처’가 던진 질문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다.

시즌2에 새롭게 등장한 이무생의 모습. 극중 이무생은 전승제약의 비밀 정예 요원인 크로코들을 진두지휘하는 쿠로코 대장 역을 맡았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시즌2에 새롭게 등장한 이무생의 모습. 극중 이무생은 전승제약의 비밀 정예 요원인 크로코들을 진두지휘하는 쿠로코 대장 역을 맡았다. 사진제공=넷플릭스

감독 : 정동윤, 조영민 / 각본 : 강은경 / 출연: 박서준, 한소희, 이무생, 배현성, 수현 외 / 장르: 스릴러, 액션, 미스터리, 크리처, 멜로 / 공개일: 9월27일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회차: 7부작 / 플랫폼 : 넷플릭스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

로 나눠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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