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물질적 욕망을 우선시하며 살인자의 변호도 마다하지 않는 변호사 재완(설경구 분)과 원리원칙을 중요하게 여기는 자상한 소아과의사 재규(장동건 분), 성공한 프리랜서 번역가로 자녀 교육, 시부모의 간병까지 모든 것을 해내는 연경(김희애 분)과 어린 아기를 키우지만 자기 관리에 철저하며 가장 객관적인 시선으로 가족들을 바라보는 지수(수현 분).
네 사람은 서로 다른 신념을 추구하지만 흠잡을 곳 없는 평범한 가족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사건을 둘러싼 이들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그날 이후 인생의 모든 기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영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서스펜스다. 네덜란드 인기 작가 헤르만 코흐의 소설 ‘더 디너’를 원작으로,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한국 정서에 맞게 재탄생시켰다. 전 세계 유수 영화제 초청 19회라는 진기록을 달성하며 주목받고 있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덕혜옹주’ ‘봄날은 간다’ 등을 통해 섬세한 감정 연출의 대가로 인정받은 허진호 감독은 이번에도 자신의 강점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의 첫 서스펜스 연출로, 전작들과 장르나 결은 다르지만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과 몰입도 높은 스토리텔링으로 러닝타임 내내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다소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난해하거나 어렵지 않다. 그저 평범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밀도 있게 파고들어 몰입과 공감을 안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끝난 후에도 ‘과연 나라면?’이라는 질문을 던지며 곱씹고 또 곱씹게 한다. 의외로 웃음 타율도 높다.
끝까지 이야기의 힘을 잃지 않는 것도 ‘보통의 가족’의 큰 강점이다. 특히 믿음과 의심, 거짓과 진실 그 끝엔 무엇이 있을지, 그리고 그곳에서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호기심을 동력 삼아 치밀하고 힘 있게 나아가는데, 그 과정 속 던져진 복선들을 모두 회수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어느 하나 의미 없는 장면이 없고 누구 하나 허투루 쓰이지 않는다.
설경구‧장동건‧김희애‧수현 네 배우도 빈틈없는 열연을 펼친다. 물질적 욕망을 우선시하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변호사 재완을 연기한 설경구는 차분하면서도 묵직하게 극의 중심을 이끌고, 원리원칙을 중요하게 여기는 자상한 소아과 의사 재규로 분한 장동건은 인물이 겪는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표현하며 몰입감을 높인다.
가족을 지키려는 연경 역을 맡은 김희애는 깊이 있는 연기 내공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자기 관리에 철저한 지수로 분한 수현은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보며 가족 간에 일어나는 균열과 복잡한 감정선 사이 정곡을 찌르는 연기로 색다른 에너지를 더한다. 이들의 자녀를 연기한 홍예지‧김정철도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허진호 감독은 “인간이 갖는 양면성이라는 소재가 너무 매력적이었고 그것을 탐구하면서 거기에서 오는 아이러니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며 “이번에는 서정성을 빼고 긴장감 넘치는 느낌을 가져가려고 했다”고 연출 포인트를 전했다. 러닝타임 109분, 오는 10월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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