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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소설] 그림자와 칼 <8> – 정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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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가 소설을 연재합니다. 작가의 단편소설을 매일 오전 업로드합니다. 독자님들께서 출근길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브런치가 있는 카페에서 깊이와 재미를 더한 단편소설을 즐기며 하루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처음 소개하는 작품은 정찬주 작가의 ‘그림자와 칼’입니다. 소설은 어느 날 사람들의 그림자가 사라진다는 충격적인 상상으로부터 시작됩니다.[편집자]


남무는 숨을 몰아쉬었다. 공구시장 끄트머리에 없는 듯 살고 있는 패도공은 아직도 자신의 좁은 대장간에서 칼을 만들고 있었다. 그는 그가 만들고 있는 패도 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대장간 밖까지 나와 있는 온갖 패도들이 햇살과 조우하며 빛을 냈다. 좌판에는 칼자루와 칼집, 끝이 약간 굽은 을자도(을자도), 팔각 금장도와 사각 은장도, 방울이 달린 난도(난도), 청룡언월도(청룔언월도), 미첨도(미첨도) 등이 섞여 있었다.

남무는 조심스럽게 대장간 안으로 들어갔다. 대장간 안은 더욱 더웠다. 후끈한 열기가 남무를 밀어냈다. 남무는 패도 하나를 집어 들었다. 칼집에 일편심(일편심)이란 한자가 찍혀 있는 은장도였다. 그제야 패도공이 고개를 들었다.

“또 왔구먼.’

“네”

주름투성이인 그의 얼굴에서 굵은 땀방울이 후두둑 떨어졌다.

“아직도 그림자를 찾고 있나?”

“…”

남무는 대답을 안 했다. 먼젓번에 자신의 처지를 지루할 만큼 고백했기 때문이었다.

“그래, 그림자는 보았어?”

“그럼요, 제 애인이 되고 말 여자한테서 보았어요.”

“저런……”

패도공은 혀를 차면서 이마에 돋은 땀을 훔쳤다. 그리고는 허리를 잠시 편 다음 다시 활비비를 잡았다. 그는 장식이 없는 나무 칼집을 다듬고 있었다.

“흔히 칼날만을 중하게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것 못지않게 이것도 잘 만들어야 해. 칼집이 좋아야 상하지 않거든. 칼날이 말이여.”

패도공은 남무의 마음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

“그 처녀의 그림자를 끊겠다고 생각하고 있구먼. 내가 만든 칼로 말이여.”

“……”

“하지만 이 세상에는 그런 칼이 없네.”

남무는 맥이 풀렸다. 패도공에게 놀림을 받고 있는 듯했다. 언젠가 그가 중얼거린 말을 남무는 기억했다. 그림자를 자른다고? 그렇다면 절영검(切影劍)이라 부르면 되겠구먼, 절영검.

무우산은 왜 자꾸 떠오르는 것일까. 무우산, 여인이 갓난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듯한 형상의 토산(土山)이었다. 동해의 푸른 바다를 굽어보고 있는 그 산에는 무우소란 연못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것은 산의 사타구니 사이에 은밀하게 자리했다. 연못의 물은 바닷물처럼 짠맛이 났다. 그래서 사람들은 동해와 무우소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믿었다. 용이 들락거리는 통로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무우소 가에 모여 사는 사람들은 다 그렇게 믿었다. 이 세상의 근심 걱정을 말끔히 씻어준다는, 인자한 용이 나타나기를 꿈꾸면서 연못가에 몇 대째나 대물림을 하고 사는 사람이 있었다.

잠시 후, 패도공이 일어났다. 순간, 공들여 만들던 그의 칼집이 불구덩이 속으로 던져졌다. 금세 나무 칼집은 붉은 불꽃을 내면서 얌전하게 재로 변해갔다. 불과 나무가 만나면서 적멸을 보여주고 있었다.

“잘못된 그림자일세.”


칼집 하나가 완전히 사라진 다음에야 패도공이 입을 열었다.

“저기 있는 게 반야도(般若刀)일세. 그걸 만져보게나.”

남무는 반야도를 두 손으로 합장하듯 집어 올렸다. 칼집에는 여의주 같은 해가, 그리고 조금 밑에는 힘차게 솟아 있는 산이, 그리고 칼자루에는 큰 노송과 대나무들이, 그리고 그 밑에는 사슴 두 마리가 개울가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게 또렷이 음각되어 있었다.

여자의 살갗처럼 싸늘한 칼의 감촉이 남무를 들뜨게 했다.

“번뇌를 끊어 준다는 승가의 보도(寶刀)지. 승려들이 주문을 많이 하는 칼이구먼.”

“신비한 칼이군요.”

“그 칼로 삿된 번뇌를 자른다고 하더구먼. 백팔번뇌를 하나씩 하나씩 말이여. 티끌만 한 갈애까지도. 마지막엔 번뇌를 자르겠다는 생각까지도 잘라버린다고 그래. 그래야만 본래 청정한 마음이 나타난다는 것이야.”

“……”

“그런 마음에다 그들의 그림자를 새기는지 몰라. 내가 칼집에다가 십장생(十長生)을 각하는 것처럼 말이여.”

남무는 신경안정제를 복용한 것처럼 오랜만에 마음이 평온하였다.

“하지만 그 칼 조심해서 다뤄야 할 것이여. 칼 속에도 마구니가 끼어 있지. 잘못 다루면 그 마구니한테 잡혀 먹히고 말아.”

조이뉴스24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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