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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베테랑2’ 류승완 감독 “1편과 다른 선택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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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테랑2’로 연타석 홈런에 성공한 류승완 감독. / CJ ENM
영화 ‘베테랑2’로 연타석 홈런에 성공한 류승완 감독. / CJ ENM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베테랑2’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 분)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 분)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수사극이다. 

2015년 개봉해 1,341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베테랑’의 9년 만의 속편으로,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를 접수하며 6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데 이어 개봉 15일째인 27일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을 시작으로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초청에 이어 판타스틱 페스트와 시체스영화제 오르비타 부문 공식 초청까지 연이어 낭보를 전하는 등 해외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전편에 이어 다시 메가폰을 잡은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2’에서는 특유의 강렬하고 화려한 액션 시퀀스로 장르적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오락성’은 다소 내려놓고 묵직하고 진지한 메시지와 생각해 볼 법한 질문을 던지며 1편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관객을 매료하고 있다. 황정민‧정해인 등 배우들의 열연도 호평 이유로 꼽힌다. 

류승완 감독은 최근 시사위크와 만나 ‘베테랑2’의 출발부터 연출 중점 포인트, 촬영 과정 등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해당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결정적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2편이 나오기까지 9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토록 오래 걸린 이유는 무엇인가.

“분위기 좋은 현장은 배우들과 2편을 어떻게 할까, 스토리도 이야기를 하고 그런다. 그런데 ‘베테랑’은 더 구체적이었다. 무언의 약속처럼. 모두 애정도가 높으니까. 구체적이었다는 것은 서도철의 점퍼를 맡기는 거였다. 같은 옷을 입고 나와야 한다는 게 나와 황정민의 생각이었다. 1편 개봉 당시 밀려서 그다음 해 여름에 개봉했는데 400만 관객만 돼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 배가 넘는 스코어를 기록했고 너무 넘어가니까 겁이 났다. 1편 후반작업이 끝나고 몇 개 버전을 준비했었는데 못하겠는 거다. 잠깐 숨 고르기가 필요할 것 같았다. 그러다 나도 다른 영화를 만드는 것들이 생기고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내 안에도 변화가 생겼다.”

류승완 감독이 ‘베테랑2’의 출발을 떠올렸다. 사진은 돌아온 서도철 역의 황정민 스틸.  / CJ ENM
류승완 감독이 ‘베테랑2’의 출발을 떠올렸다. 사진은 돌아온 서도철 역의 황정민 스틸. / CJ ENM

-어떤 변화인가. 

“1편을 만들 때 출발이 개인의 분노였다. 열이 받았다. 내가 만든 영화로 일종의 사적 복수를 하자는 거였는데 큰 성공을 거둔 후 사회적 이슈에 이 영화가 소환되고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어이가 없네’ 같은 대사들도 뉴스에서 다뤄지면서 사회적 현상처럼 돼버리니까… 엄청 고민하면서 만든 게 아니고 화풀이처럼 만들었는데 젊은 세대들이 ‘사이다’라고 하면서 소비하는 게 맞나 싶었다. 그러다가 1편을 만들었을 때처럼 분노를 갖고 살의를 느낄 정도로 가해자를 비난하고 그런 감정이 생기는 사건이 생겼다. 끊임없이 반복되잖나. 그런데 시간이 흘러 내가 비난했던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경우가 나오는 거다. 사건의 실체가 밝혀졌을 때 처음 내가 가해자라고 믿었던 상대에 대한 비난의 온도와 진짜 가해자를 대하는 나의 온도가 미지근해지더라. 내 안에서 스스로 변호하는 모습도 보이고 피해자를 가해자로 착각하고 비난했던 나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어떻게든 빠져나갈 길을 찾는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이 되게 추잡스럽게 느껴졌다. 내가 막 싫고. 

내가 어떤 상황을 바라보며 일으키는 분노가 정당한가, 그 분노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생각해 보면 개인이 가진 사회적 상식, 통념의 기준이 있을 거다. 그런데 그 기준이 과연 절대적 가치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부르짖는 정의라는 것이 누가 정의했는가 어떤 기준으로 정의가 돼있는 것인가 생각이 들었다. 무지성으로 지키고자 하는 정의와 신념만큼 위험한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1편은 너무나 심플하게 악의 대상을 정해놓고 무지성적으로 폭격해서 시원한 걸 얻어냈고 ‘사이다 장르’라는 말이 생겨났는데 우리가 음식을 잘못 먹고 얹혔을 때 사이다를 마시고 트림 한 번 해서 개운해지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체증이 풀리지 않잖나. 사이다를 계속 마시면 위를 더 버리게 된다. 본질을 해결하려면 손을 묶고 따야한다. 바늘이 무섭고 피가 나더라도 한 번은 따봐야 한다. 따끔하는 순간은 아프더라도 그렇게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 사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시원시원하게 해결해 주는 영웅의 활동은 나도 즐겨보고 많은 대중이 환호하고 있는데 ‘베테랑’도 한 번 했고 이미 다른 동료들이 잘하고 있는데 다른 길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응원한 만큼 성장한 주인공을 보여주는 게 만든 사람으로서 관객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 조금이라도 더 다른 도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흥행을 위해 이미 검증된 방식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하는 것에 대한 용기도 필요했을 것 같은데. 

“우리가 응원하는 선수가 챔피언이 됐는데 챔피언 벨트를 지키려고 누가 봐도 상대가 안되는 상대만 지목해서 싸우면 응원을 거두게 되잖나. 체급을 하나 올려서 도전을 하면 더 응원하게 된다. 설령 그 게임에 지더라도. 대중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서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은 기본적 윤리라고 생각하지만 최종 목표는 아니다. 관객의 응원을 받는 게 나한테는 더 중요하다. 이 친구들이 또 조금은 더 다른 걸 해보려고 새로운 걸 해보려고 애썼구나, 정성이 갸륵하네, 그런 말을 들어보려고 다른 룰의 경기를 한 번 뛰어보고자 했다.” 

박선우로 분해 강렬한 변신을 보여준 정해인. / CJ ENM
박선우로 분해 강렬한 변신을 보여준 정해인. / CJ ENM

-빌런 ‘해치’도 흥미로웠다. 중요한 인물이었는데 어떤 고민을 했나.

“장르 영화 규칙으로 보면 되게 위험한 선택인데 나는 인과관계가 없는 대상으로부터 벌어지는 사건, 사고가 되게 무섭다. ‘해치’라는 인물이 그런 존재길 바랐다. 원래는 반전 코드로 활용하는 버전도 있었고 그가 왜 ‘해치’가 됐는지 서도철이 그 과정을 수사하면서 파악하는 버전의 시나리오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니 서도철의 성장에 포커스가 가지 않더라. 전편에서도 ‘빌런’에 포커스가 너무 맞춰졌잖나. 또 젊은 배우를 새로 캐스팅하니까 ‘빌런’인지 아닌지 관심도 쏠렸는데 누가 빌런인지는 중요한 게 아니잖나. 그래서 서두에 정체를 까고 간다. 온전히 서도철에게 집중돼야 했다.

서도철도 ‘해치’도 MBTI가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서도철도 젊은 시절에 어떤 계기가 있었다면 ‘해치’처럼 될 가능성이 많은 사람이다. 그런데 주변 인물들과 그동안 해온 몇 개의 선택들이 가져다준 여파가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의 서도철을 만든 거다. ‘해치’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해온 거다. 출발에서는 아주 미묘한 간격이 있었을 뿐인데 시간의 흐름과 삶의 태도가 쌓여 거리가 벌어진 두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해치’는 자신의 행위를 충분히 즐기는 사람이다. 나르시시즘도 있고 관심받길 즐기기도 하고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스스로 믿는 사람이다. 서도철은 남루하고 비루하고 스트레스 가득하지만 지켜야 할 일상이 있고 ‘해치’는 그런 게 없다. 그게 결정적 차이다. ‘해치’가 유대관계를 간과한 거다. 그는 겪어보지 못한 관계성이기 때문이다. 서도철과 ‘해치’는 동전의 양면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화폐인 거다. 같은 종류의 인간인 것 같지만 결국은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우중 액션 스틸. / CJ ENM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우중 액션 스틸. / CJ ENM

-액션 연출에 중점을 둔 것은. 

“우선 자연환경이 영향을 주는 액션신을 좋아하고 찍고 싶어 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예산과 직결되기 때문에 준비하다가 포기할 때도 많고 그렇다. 빗속 혈투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가 유명하기도 하고 나도 너무 좋아한다. 후반부 클라이맥스 액션은 거의 다 외운다. 그 정도로 많이 봤고 좋아한다. 그래서 일부러 빗속 장면을 할 때 영향을 받을까 봐 보지 않았다. 동선을 그렇게 기막히게 짜준 것은 무술감독의 공이 크다. 내가 목표 방향을 제안했을 때 생각하지 못한 것까지 기막히게 제시해 줬다. 팀플이 작용하는 과정도 정성 들여서 찍으면 되게 볼만하겠다, 관객이 좋아해 줄 수 있겠다 싶었다. 배우들은 진짜 힘들었을 거다.”

-오프닝 시퀀스도 공을 많이 들인 느낌이었다. 

“메인 스테이지에서 ‘톤 앤 매너’가 달라지니까 관객이 당황할 수 있겠다 싶어서 1편의 유산을 이어받아 ‘베테랑’이 맞다는 걸 관객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음악도 1편에서 사용한 전략으로 활용했고 1편에서 3~4번 정도 언급된 주부 도박단을 잡는 걸로 설정했다. 또 이스터에그를 숨겨놓은 것이라고 한다면 ‘밀수’ 해녀들이 나오는데 밀수를 해서 번 돈으로 도박을 하는 설정이었다.(웃음) 사실은 그 신을 촬영할 때 염정아와 조인성도 출연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너무 거물들이라 에피타이저가 세면 위험하겠다 싶어서 응원만 하고 갔다.”

류승완 감독이 주목할 장면을 꼽았다. / CJ ENM
류승완 감독이 주목할 장면을 꼽았다. / CJ ENM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장면이나 만족도가 높은 신을 꼽는다면.

“첫 생각과 모든 게 참 잘 어우러졌다고 생각하는 몇 장면이 있다. 이를테면 계단 위의 액션이나 빗속 액션 같은 것. 그런 건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 싶었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본질적으로 완성하는 과정 내내 ‘맞아, 내가 이걸 만들려고 이런 선택을 했지’ 하는 순간이 세 번 있었다. 

첫 번째는 해치가 서도철과 마지막에 격투하다가 예상치 못한 반격으로 위험해지니까 서도철에게 다른 위험을 선사하면서 빠져나가는 장면인데 그때 서도철이 선택하는 길이 세 가지다. 하나는 그냥 해치를 쫓아가는 것, 두 번째는 본인도 만신창이니까 일단 위기를 빠져나가는 것,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자신이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대상을 구하는 것. 서도철은 세 번째 선택을 한다. 위험해 처하니까 보호하기 위해 끌어안는다. 그게 기존 다른 장르 영화에서 그리는 영웅의 모습과 다른 태도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서도철이 인간적 도리를 다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직업 윤리를 넘어서는 어떤 한 인간, 서도철을 규명하는 것. 가장 극한의 위기 상황에서 하는 서도철의 선택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두 번째 장면은 서도철이 해치를 CPR로 살리는 거다. 그걸 찍는 동안 서도철의 행동에 나 스스로도 되게 뭉클했다. 저렇게까지 한다는 게. 너무 밉고 짜증 나고 죽어버렸으면 좋겠는 사람인데도 원칙을 지키는 서도철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집으로 돌아와서 아들에게 아빠가 생각이 짧았다고 사과하는 신이다. 반성하고 사과하는 어른은 얼마나 귀한가. 1편에서 ‘싸워서 깽값 물어주는 건 참을 수 있어도 쥐어 터지는 건 못참는다’는 대사를 하거든. 2편에서 서도철은 자신이 그렇게 키운 아이가 학폭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모르는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고 해치라는 원인도 목적도 모르겠는 인물을 만나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밖에 없게 된 거다. 성공을 거둔 영웅이 자기를 한 번쯤 돌아보는 모습, 거창하고 어렵고 심각하진 않더라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쯤 저지르고 사는 실수에 대해 인정하는 모습들. 그래서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는 인간이 될 수 있는 여지를 발견하게 하는 것. 그것이 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찍길 잘했다, 만들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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