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45) 어도어 전 대표가 하이브와의 갈등과 대표직 해임과 관련한 심경을 밝혔다.
민 전 대표는 2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대표직 해임에 대해 “자회사 사장이 모회사(하이브)의 심기를 대놓고 거스른 데 대한 공개 처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이 블랙 코미디 같은 사건을 겪으면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겉으로는 엄중하고 거창한 분단의 참극으로 비춰졌지만 실상은 지극히 인간적 갈등에서 비롯된 우발적 감정으로 빚어진 촌극이다. 지금 이 상황이 그렇다”고 했다.
어도어는 지난 8월 27일 이사회를 열어 민 전 대표를 해임했다. 앞서 하이브는 어도어 주주총회에서 민 전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던 어도어 사내이사 2인을 해임시켰고, 김주영 신임 어도어 대표(당시 하이브 최고인사책임자·CHRO)를 비롯해 이재상 하이브 대표(당시 최고전략책임자·CSO), 이경준 하이브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새 어도어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감사를 포함해 4인이던 어도어 이사회 정원을 5인으로 늘리고, 그 과반수를 하이브 측으로 채웠다.
민 전 대표는 “하이브의 최초 투자비는 160억원이다. 어도어는 2022년 뉴진스가 데뷔한 뒤 2023년 1분기에 흑자 전환했다. 2023년 말 당기순이익은 265억원으로 투자금을 넘어섰고, 뉴진스라는 브랜드로 회사에 무형의 가치를 남겼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 중 가장 성장세가 컸다”며 “그럼에도 하이브는 현재 업계 경험이 없는 인사를 새 대표로 세우고 이사진을 구성했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내가 하이브(당시 빅히트)에 합류할 당시 방시혁 의장이 먼저 제안하고 약속했던 ‘민희진 레이블’에 대한 독립성 보장 내용과도 전혀 다르다. 이는 당시 카카오톡 대화 기록으로도 남아 있다”고 했다.
민 전 대표는 하이브가 자신이 경영권 찬탈을 시도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하이브가 법원에 제출한 소장엔 ‘찬탈’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 없다. 법원에는 차마 제출할 수 없는 여론 호도용 감정적 용어다”라며 “난 8월 27일까지 어도어의 대표이사였다. 경영권을 탈취한다는 말 자체가 모순이다. 그들은 허구의 소설로 여론전부터 시작했다”고 반박했다.
민 전 대표는 또 하이브와 갈등을 벌이는 것이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풋옵션’ 때문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돈이 목적이라면 이렇게 괴롭고 지리한 싸움을 감당해야 할 이유가 없다. 애초에 하이브의 행태에 이의 제기하지 않고 조용히 입 다물고 있었다면 수령할 수 있는 금액이 상당했다. 5월 나를 해임하려 했던 임시주총에 대한 가처분 승소 이후 하이브로부터 돈을 줄테니 받고 나가라는 협상안이 변호사를 통해 들어오기도 했다. 하지만 돈이 목적이 아니었기에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는 걸그룹 뉴진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제작자로서 어린 아티스트들을 어떤 방식으로 리드하는 것이 그들의 인생을 위해 좋을지 고민이 컸다. 그런 고민에서 나온 뉴진스는 내 머리와 가슴으로 낳은 자식이나 마찬가지다. 좋은 것은 다 해주고 싶은 마음 외에도, 제작자로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대안적 관계를 제시하고 싶은 바람도 컸다. 이 도전과 시도를 쉽게 포기하기 싫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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