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화두는 ‘재생(Regenerate)’이에요. 기후 변화와 과도한 생산으로 고유의 회복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 자연의 회복력을 최대한 돌려놓을 수 있는 농사법을 찾는 것은 네스프레소에도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장소는 자욱한 안개를 뚫고 새소리가 들려오고, 갖가지 자생식물이 푸르른 기운을 뿜어내는 네스프레소의 커피 농장 한복판이었다. ‘자생’이나 ‘회복력’ 같은 단어를 굳이 떠올릴 틈도 없이 비옥해 보이는 환경. 이런 환경에서 커피나무들이 현지 농부의 세심한 손길 속에서 자라날 수 있었던 이유에는 네스프레소의 오랜 노력이 숨어 있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인 2003년. 네스프레소는 ‘열대우림연맹(Rainforest Alliance)’과 협약을 맺고 ‘AAA 지속 가능한 품질 프로그램(AAA Sustainable Quality™ Program, 이하 AAA 프로그램)’에 동참을 선포했다. 세 개의 A가 각각 의미하는 것은 품질, 생산성 그리고 지속 가능성. 이 세 가지 기준점에서 최고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네스프레소의 각오를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최고 수준의 커피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타고난 자연환경? 최첨단 농업 기술과 장비? 새로운 가공 방식? 모두 중요하지만 네스프레소는 그 정답을 ‘사람’에게서 찾았다. 너무 일상적인 음료이기에 우리는 종종 그 기원을 잊곤 하지만, 커피의 모든 여정은 ‘커피 체리’에서 시작하며 그 열매를 재배하고 가장 먼저 다루는 것은 결국 현지인이기 때문이다. 네스프레소는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환경을 보존하며 ‘선한 영향력’을 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400명의 네스프레소 농학자들과 협력해 전 세계 18개국에 걸쳐 15만 명 이상의 커피 농부들에게 기술과 시설 등을 지원해 줄 뿐 아니라 농부들에게 안정적인 노년을 보장하는 ‘농부 미래 프로그램’을 통해 이 산업과 관계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힘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만큼 커피나무가 자라기에 적합한 자연환경을 갖췄지만 콜롬비아, 우간다 등의 국가는 정치 갈등과 경제사회 문제로 커피 농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현지 농부들의 생활 안정성이 소비자인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여정은 말로만 들었을 때는 와닿지 않았던 상생과 존중의 현장을 두 눈으로 목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 깊었다. 일하는 틈틈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쾌적한 공간, 채취한 커피 체리를 납품 후 현장에서 바로 정산받는 모습, 실제 주민들이 생활하는 밀집지역 바로 옆에 자리해 지역 경제공동체에 기여하는 밀, 농장으로 달려가는 길에 무한하게 펼쳐져 있던 자연과 차에서 내리자마자 코끝에 와닿던 흙냄새 그리고 우리를 맞아주는 사람들에게서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던 생기와 상냥함까지! 무엇보다 색색의 캡슐 커피나 그라인딩된 커피 가루, 로스팅된 새까만 원두로 기억했던 커피가 실제로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생명’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묘근 상태일 때 커피나무 잎 모양부터 열매를 맺기 전에 피어난 새하얀 커피나무꽃의 싱그러움, 매끄럽게 반짝이는 붉은 커피 체리 안에는 초록빛을 띤 생두가 들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한번 입으로 깨물어보세요!” 관계자의 권유에 따라 갓 딴 커피 체리를 깨물며 우리는 누구의 생두가 더 크고 모양이 예쁜지 비교하며 깔깔대기도 했다.
잘 알려진 커피 생산지 중에서 한국과 가장 가까운 인도네시아의 커피 신은 스페셜티 커피와 전통적인 와퉁(식당)을 기반으로 나날이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18세기에는 매년 60t에 달하는 커피를 유럽 지역으로 수출할 정도로 번성했으나, 19세기 후반 녹병으로 인해 주춤했던 커피 산업은 21세기 현재 다시 고유의 아라비카 품종을 중심으로 되살아나는 중. 이런 자바 커피 산업의 회복력은 네스프레소에도 중요한 과제다. 이번 트립에서 우리가 찾았던 서부 자바 지역이 1400명의 AAA 농부가 습식 가공방식의 아라비카 원두 생산에 집중한다면, 또 다른 지역인 수마트라 아체에서는 4000명의 AAA 농부가 습식 가공과 탈곡 방식으로 부드러운 산도와 독특한 인도네시아식 보디감을 가진 커피 생산에 힘쓰고 있다. 커피 농장이 자리한 치위데이를 떠나 다시 자카르타로 돌아왔다. 인도네시아의 마지막 밤이 될 호텔 룸에는 네스프레소 머신이 준비돼 있었다. 익숙하게 캡슐을 넣고 추출 버튼을 눌렀다. 이전과는 아주 다른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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