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최소한의 선의〉는 ‘난임’인 여성과 ‘10대 임신’이라는 특성을 지닌 두 여성의 입장 차이를 다룬다. 이야기의 시작은
청소년 임신 문제를 현실적으로 다루고 싶었다. 이야기는 교사인 희연의 입장에서 전개된다. 난임에 대한 고민부터 직업적 역할까지 포괄해 유미라는 10대를 이해하게 되는 지점에 주목했다. 같은 여성으로서 서로 충분히 연대하고 이해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사회적 제약 때문에 그 선을 넘을 수 없던 관계가 점차 소통하는 과정 말이다.
10대 임신부 이슈를 다루며 새롭게 알게 된 점은
10대 임신에 대한 논의가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날 선 시선이 여전하다는 걸 재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사실 청소년 임신에 대한 윤리적 판단은 정답을 내리기 어렵다. 이 화두를 계속 던져 구체적 방향성을 얘기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길 바랐다. 입양 문제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청소년이 낳은 아이들의 입양이 성사되려면 100일도 채 안 되는 나이여야 가능하고, 이후로는 다소 어렵다는 측면에서 청소년들은 부모가 될지 말지 심사숙고하지 않은 채 빠른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런 현실적이고 안타까운 지점도 녹여냈다.
이 문제를 균형감 있게 다루기 위한 장치들이 고르게 등장한다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나 학교의 입장 등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 끄집어냈다. 희연 또한 보수적인 입장이었다가 태도가 바뀌는 과정을 솔직하게 드러냈고.
장윤주와 최수인 배우와의 호흡은
장윤주 배우는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주었다. 희연의 감정적 측면이나 설정에 관해 세심한 질문과 대화가 오갔다. 특히 임신과 출산에 대해 내가 깊이 이해하지 못하는 지점에서 그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최수인 배우는 〈우리들〉에서 워낙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던 터라 성장 이후의 연기가 궁금했다. 임신한 상황을 연기하느라 어려운 장면이 많았는데 매번 감탄했다.
여성 관객에게 공감을 얻을 요소가 곳곳에 자리한다. 개인적 경험이 투영되기도 했나
여성들은 대부분 출산과 임신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다. 아이를 갖고 싶다가도 막상 그게 내 몸의 현실로 이어졌을 때 두려움이 크며, 그걸 넘어섰을 때 아이를 보며 느끼는 감정까지 상당히 복합적이다. 나라면 어땠을까 상상하면서 표현했다. 개인적인 부분은 유미와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투영됐다. 유미는 엄마보다 아빠에게 기대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건 쉽지 않고, 아버지도 최선을 다하지만 딸에게는 충족되지 않는 점들을 나의 부녀 관계로 반추해 봤다.
당신이 생각하는 ‘최소한의 선의’는
누군가가 보내는 작은 호의가 어떤 인생을 일으킬 힘이 될 수 있다. 저마다 입장이 다양한 세상이니 갈등은 불가피하겠지만, 요즘은 갈등이 발생했을 때 너무 빨리 상대를 단정하거나 관계를 정리하려는 정서가 깔려 있다. 각자 바쁘고 삶이 녹록지 않아서 상대를 지켜보는 것이 어렵지만, 그럼에도 한 번 더 상대를 지켜보고 관계를 조금 지속시켜 보는 것. 이런 것들이 최소한의 선의가 아닐까.
또 다루고 싶은 여성의 이야기는
경제적으로 녹록지 않은 20대 회사원 여성의 이야기. 지금 경제적 측면이나 직업적 측면에서 그들은 어디에 위치하는지 풀어내고 싶다.
영화를 만드는 이유
내 안에 해소되지 않은 것을 풀어내기 위해 시작했다면, 지금은 타인을 들여다보고 세상을 알고 싶어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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