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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소설] 그림자와 칼 <1> – 정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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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가 소설을 연재합니다. 작가의 단편소설을 매일 오전 업로드합니다. 독자님들께서 출근길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브런치가 있는 카페에서 깊이와 재미를 더한 단편소설을 즐기며 하루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처음 소개하는 작품은 정찬주 작가의 ‘그림자와 칼’입니다. 소설은 어느 날 사람들의 그림자가 사라진다는 충격적인 상상으로부터 시작됩니다.[편집자]


인지(人智)가 발달하자, 어느 날 그림자는 사람들로부터 사라진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림자의 사라짐을 애써 잊어버리며 그런 상황에 곧 익숙해진다.

거리에는 늦여름 햇살이 뜨겁게 내리꽂히고 있었다. 플라타너스 이파리들이 축축 늘어졌다. 남무(南茂)는 손수건을 꺼내 이마는 물론 가슴팍의 털을 적시고 있는 땀까지 훔쳐냈다.

그녀에게 줄 빨간 운동화와 큼직한 여행용 가방을 사러 다니느라고 두어 시간을 허비했지만, 해는 줄곧 이글이글 중천에 떠 있었다.

남무는 해를 피하듯 술집을 찾았다. 술집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사람이라고는 다리를 절룩거리는 주인밖에 없었다. 그는 남무를 무시하듯 땀을 흘리면서 파리채를 휘둘러대고 있었다. 딱, 따악…낙서투성이인 석회 벽에 검붉은 반점이 한 개씩 찍혀지곤 하였다.

남무는 구석자리로 느릿느릿 걸어가 그곳 탁자 위에 여행용 가방을 놓았다. 그제야 주인이 다가왔다.

“뭘로 드릴까, 젊은이.”

“소주요…”

투명한 소주 한 병이 곧 나왔다. 능숙한 솜씨로 칼질을 당한 노란 단무지와 함께.


남무는 잘려진 단무지를 씹으면서 허기를 생각했다. 허기에도 빛깔이 있다면 해바라기 꽃 같은 노란색일 것라고 생각했다.

해바라기 꽃… 그때, 남무는 또래의 아이들과 함께 망둥이나 게를 잡곤했다. 간혹 참새깃무늬가 새겨진 큰 조개를 잡을 때도 있었다. 그럴 적엔 꼭 다문 조개 입을 조심조심 벌려야 했었다. 조개 안에서 웅크리고 있던 참새 새끼가 푸드득, 날아오를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남무는 그때 바다 위에 무더기로 피어 있는 해바라기 꽃을 보았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남무가 허깨비를 본 것이라고 우겨댔다. 왼손 손가락이 여섯 개인 육손이는 금빛 비늘을 가진 고기들이 바다를 차며 치솟는 것을 잘못 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모두 다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마을로 탁발을 자주 왔던 고개 너머에 사는 도인(人)의 한마디에 모두들 조개처럼 입을 다물었다.

“일생 중에 몇 번은 눈이 아주 맑아질 때가 있지. 그런 눈을 혜안이라고 하지. 그땐 조개가 참새로 변함을 볼 수 있고, 썩은 지푸라기에서 반딧불이 생겨남을 볼 수 있고, 그런가 하면 또 승률조개 속에서 파랑새가 날아오름을 볼 수 있고 호랑이가 고래로 변함을 볼 수 있는 게지. 그러니까 저 바다가 몇 만 년 전에는 해바라기 꽃밭이었는지 모를 일이지.”

소주를 단숨에 마시지 않고 남무는 조금씩 아끼며 마셨다. 그녀를 위해 이 정도의 무료함 따위는 잘 참아내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제, 공구 시장 끄트머리에 사는 늙은 대장장이를 만나는 일만 남은 것 같았다. 남무는 몇 달 전 그 패도공(佩刀工)을 우연히 만났던 것이다. 그는 망치와 물을 이용해서 쇠붙이의 숨결을 살리고 죽일 줄 아는, 어떤 녹슨 쇠붙이라도 쓸모 있는 생명체로 환생시킬 줄 아는 공장이었다. 매질과 담금질을 아주 잘해내는 패도공이었다.

남무는 다시 한 번 더 그동안 추진해왔던 계획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그녀를 설득하거나, 아니면 억지를 부려서라도 무우산(無憂山)으로 떠나고자 하는 계획이었다.

두통이 일어날 만큼 생각하고 또 생각해온 터였으므로 계획이 하나하나 선명하게 떠올라 주었다. 너무나 골똘했으므로 남무가 그 계획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그 계획이 남무를 조종하는 것으로 뒤바뀌어지기도 했었다.

완강하게 버틸지도 모르는 그녀의 바동거림과 상관없이 강제로 무우산을 향해 떠난다는 게 잘 믿어지지 않았다.

조이뉴스24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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