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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계상의 비극과 고통을 품은 얼굴 [D:인터뷰]

데일리안 조회수  

“후회 없는 선택, 향후 새로운 작품 제작 더 시도되어야”

“드라마 자체가 가진 힘이 느껴졌어요. 그때 그때 즐기고 생각나지 않는 작품이 있는 반면 계속해서 잔향이 남는 작품이 잖아요. 정서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 음침향 향이 깊게 베인,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가 딱 그랬어요.”

배우 윤계상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를 선택한 이유다. 관계 없어 보이는 이야기가 병렬식으로 전개되다 하나의 접점으로 만나게 되는 플롯이 신기하고 새롭게 다가왔다.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또한 가볍지 않아 윤계상의 마음을 무겁게 잡아끌었다. 극중 유일하게 젊은 시절부터 노년까지 세월의 큰 폭을 연기해야 하는 인물이며 분노를 인내해야 하는 상준을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후회한 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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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상준은 아내와 함께 한적한 시골에서 모텔을 운영 중이다. 일이 힘들기도 하지만 아내 그리고 아들 기호와 꿈꾸는 미래가 있기에 만족스러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상준의 꿈은 어느 날 갑자기 산산조각 났다. 모텔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상준이 빗 속에서 모텔에서 묵을 걸 권유한 남자가 연쇄살인범이었다. 그저 호의에서 시작된 한 마디가 가져온 불행이었다. 상준의 모텔은 살인 모텔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더 이상 운영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상준은 ‘나한테 왜 이런 일이’, ‘그날 내가 남자에게 호의를 베풀지 않았다면’ 이라는 생각과 자책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이는 윤계상 특유의 디테일한 표현력으로 탁월하게 그려졌다. 상준의 슬픔과 좌절을 생기를 잃은 눈빛, 공허한 표정, 떨리는 목소리와 호흡이 화면을 통해 넘어왔다.

“이야기의 흐름이 상준이 무너져내리는 과정이 순차적으로 친절하게 써 있던 편에 속해서 최대한 대본에 집중했죠. 드라마를 볼 때 ‘범인이 앞에 있는 왜 못 잡아?’라고 할 때가 있는데 사실 현실에서 정말 그런 사건들을 마주하면 보통의 사람들은 아무것도 못할 거예요. 저도 혼자 부들부들 떨 수 밖에 없을 것 같고요. 그런 것들이 상준의 모습인 거고요. 상준이 교도소에서 지향철(홍기준 분)을 만났을 때 절대 쳐다보지 못해요. 그러다 간절해지니 용기 내서 왜 자신에게 그랬는지 묻지만 답을 얻지 못하죠. 허망함을 느낄 뿐이죠. 아내도 잃고 재산도 잃고 미쳐버리게 된 상준의 모습을 보고 기호(박찬열 분)가 복수를 꿈꿀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답답한 상황들이 잘 만들어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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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영국 철학자 조지 버클리의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 안났겠는가?’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상준이 아닌 배우 윤계상은 어떤 마음으로 이 내레이션을 읽어갔을까.

“저는 그 숲속에 있는 사람들이 무슨 일이 일어나도 모른척 하는 걸 표현하는 것 처럼 내레이션이 들렸어요. 사건과 관계된 사람들이 모두 모르는 척 하는거죠.”

윤계상은 치매에 걸린 노인의 모습이 된 상준을 연기하기 위해 준비 기간 동안 다이어트를 시도했다. 그렇게 무심코 던진 돌에 맞은 개구리의 쓸쓸한 결말이 윤계상의 숨을 통해 처연하게 빚어졌다.

“촬영 전 3주의 시간이 있었어요. 온 힘을 다해서 준비했죠. 상준의 모습을 생각하니 살을 좀 빼야 될 것 같았어요. 상준이가 통통한 게 말이 안되잖아요. 3주 동안 14kg 정도 감량한 것 같아요. 또 상준을 준비하는 에너지를 쓰다 보니 그만큼 살도 조금 수월하게 빠진 것 같아요. 그렇게 준비를 해가니 현장에서의 촬영은 크게 어려운 게 없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어려 보인다고 그래서 분장을 더 했어요. CG도 더 썼다고 하더라고요.”

‘범죄도시’에서 함께했던 박지환과는 절친 사이를 연기했으며 평소에도 친분이 있던 류현경과 홍기준이 각각 상준의 아내와 연쇄살인범 역을 맡았다. 상대를 믿고 연기할 수 있는 현장은 윤계상에게 즐거운 일터가 됐다.

“박지환과는 ‘범죄도시’ 이후 다른 작품도 같이 했고 소속사도 같아서 너무 친한 사이죠. 그래서 현장에서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서로의 분위기를 정확히 읽고 있어서 편했어요. 서로 애드리브도 많이 만들었고요. 모완일 감독님이 원래 현장에서 그런 부분을 풀어주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던데 우리 둘에게는 많이 열어줘서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류) 현경, 홍기준과도 배우 친한 사이들이라 따로 연습을 하지 않아도 호흡이 잘 맞았어요.”

평소 윤계상은 작품 인터뷰에서 어떤 질문이 나오건 거침 없이 대답을 잘 하는 배우로 통하지만 유독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답변을 고민하고 주저했다. 자신의 말 한 마디로 작품의 의도와 해석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가 좋은 작품이라는 것 하나만은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작품은 절대 잘못 만들어지지 않는 작품이라는 건 확실해요. 앞으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를 통해 앞으로 새로운 시도가 들어간 작품이 나왔으면 해요. 멜로, 사극 다 좋죠. 그런데 이제는 가끔은 맛있는 음식들 사이에 특별한 음식도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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