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가을 극장가 한국 독립‧예술영화들이 선전하고 있다. 영화 ‘딸에 대하여’(감독 이미랑)부터 ‘그녀에게’(감독 이상철), ‘장손’(감독 오정민)이 연이어 1만 관객을 돌파하며 작지만 묵직한 위력을 보여줬다.
먼저 지난 4일 개봉한 ‘딸에 대하여’가 호평 속에 순항 중이다. ‘딸에 대하여’는 딸(임세미 분) 그리고 딸의 동성 연인(하윤경 분)과 함께 살게 된 나(오민애 분), 완전한 이해 대신 최선의 이해로 나아가는 세 여성의 성장 드라마다.
제36회 신동엽문학상 수상작이자, 혐오와 배제의 폭력에 노출돼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로 공감을 끌어내며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CGV상, 올해의 배우상(오민애) 수상을 시작으로 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CGK촬영상(김지룡)과 제12회 무주산골영화제 감독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창동 감독의 ‘시’, 장률 감독의 ‘춘몽’ 스크립터 출신 이미랑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인 ‘딸에 대하여’는 원작이 지닌 가치를 고스란히 지켜내면서도 영화적 언어로 섬세하면서도 진정성 있게 담아내 호평을 이끌어냈다. 원작자인 김혜진 작가도 “영화만의 방식으로 작지만 크고, 사소하지만 강력한 세부를 섬세하고 조용하게 짚어나간다”고 극찬한 바 있다.
이는 관객의 호응으로 이어졌다. 개봉 6일 만에 1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 19일까지 1만7,679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2만 관객 달성을 눈앞에 뒀다. 특히 ‘딸에 대하여’는 올해 개봉한 한국 독립・예술영화(극영화) 중 ‘소풍’(35만6,130명), ‘한국이 싫어서’(5만8,771명)에 이어 흥행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녀에게’도 선전 중이다. 지난 11일 개봉한 이후 2일 만에 1만 관객을 돌파했고 지난 19일까지 1만7,081명을 동원했다. 불과 일주일 만에 2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불러 모으는 저력을 과시해 앞으로 흥행 추이가 기대된다. ‘그녀에게’는 프로페셔널한 삶을 지향하던 신문사 정치부 기자 상연(김재화 분)이 계획에 없던 장애아 엄마가 되면서 겪게 되는 10년 동안의 여정을 그린 감동 실화다.
실제 국회 출입 정치부 기자였고 발달장애 자녀의 부모인 류승연 작가의 스테디셀러 에세이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영화 ‘속물들’과 ‘밍크코트’로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영화평론가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이상철 감독이 연출과 시나리오를 맡았다.
여기에 배우 김재화가 발달장애아 부모 역할을 맡아, 현실감 있는 연기로 단단한 내공을 보여준다. 또 원작자인 류승연 작가가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해 진정성을 부여했고 발달장애 당사자와 가족들이 직접 출연해 의미를 더했다.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하트하트 오케스트라가 영화 OST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 △제12회 무주산골영화제 등 다수의 유수 영화제에 초청됐다.
‘그녀에게’와 같은 날 출격한 ‘장손’도 유의미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지난 19일 기준 누적 관객 수 1만2,000명을 기록했다. ‘장손’은 별 탈 없던 보통의 한 대가족에게 드리운 고요하고도 스펙터클한 붕괴를 묵직한 주제 의식과 섬세한 연출, 공들인 프로덕션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단편영화 ‘연지’(2016), ‘CUT’(2018), ‘백일’(2018), ‘성인식’(2018) 등으로 연출력을 입증한 신예 오정민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KBS 독립영화상 △오로라미디어상, △CGK 촬영상 등 3개 부문을 휩쓸며 평단과 관객의 주목을 받았고 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 등 국내는 물론 해외 유수 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았다.
영화는 대가족 3대의 이야기를 통해 세대‧젠더‧계급 갈등이 충돌하는 가장 한국적인 가족의 초상을 그리며 현대 한국 가족과 사회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고 깊은 여운과 공감을 안겨 호평을 얻고 있다. 베테랑부터 신예까지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도 돋보이는 작품이다.
한국 독립‧예술영화의 선전은 상업 영화에 비해 현저히 적은 상영관 수와 불리한 상영회차에도 불구하고 이뤄낸 성과로 더욱 의미가 깊다. ‘딸에 대하여’로 관객과 만나고 있는 임세미는 “크게 만들어진 영화만 재밌는 게 아니라 소소하고 작게 시작한 영화도 대단하고 귀중하게 만들어진다는 걸 많은 분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내가 관심 있는 이야기라면 한 번쯤 다가가서 봤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더라도 다가가서 본다면 내 주변 가까이에 있는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될 것”이라며 한국 독립‧예술영화를 향한 애정과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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