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정해인 주연 영화 ‘베테랑2’가 추석 연휴에 파죽지세로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추석 연휴 전날인 13일 개봉한 ‘베테랑2’는 개봉 6일차인 18일까지 누적 관객수 445만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들면서 손익분기점 400만명을 넘기고 천만 고지에 성큼 다가섰다. 올해 천만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4’보다 하루 늦게 400만 관객을 달성했지만, ‘파묘’보다는 사흘 빠른 기록이다. 이번 주말 600만 돌파가 예상된다.
‘1947 보스톤’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 ‘거미집’ 등이 경합했던 지난해 추석 연휴와 달리 경쟁작이 없는 ‘베테랑2’의 흥행 성공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그런데 대작이 3편이나 있었는데도 전체 관객이 하루 평균 50만명대에 그쳤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엔 ‘베테랑2’의 견인으로 하루 평균 전체 관객수가 90만명대로 뛴 건 주목할 만하다.
흥행 기세와 달리 영화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2015년 개봉해 천만 관객을 달성한 1편에서 이어지는 캐릭터들의 매력과 류승완 감독의 장기인 액션 장면에 대한 평가는 높은 편이다. 하지만 통쾌함이 주된 정서였던 1편과 달리 사적 제재의 타당성을 묻는 주제의식이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를 드리운다는 반응이 많다. 또 악당 캐릭터의 범죄 동기나 배경에 대한 설명이 없어 이야기의 맥이 끊기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 때문에 관객들이 영화를 본 뒤 평가하는 씨지브이(CGV) 에그지수는 87%(19일 기준)에 그쳤다. ‘서울의 봄’ ‘범죄도시4’ ‘파묘’ 등은 모두 90%를 넘겼다. 또 다른 관객 평가 사이트 ‘왓챠피디아’에서 가장 많은 찬성표를 받은 평가는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한줄 평인 ‘당혹스런 오프닝과 엔딩을 위한 엔딩, 그리고 그 사이의 종종 갸웃거려지는 장면들’이다.
류 감독은 이와 관련해 “시원한 해답을 주기보다는 본질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영화였으면 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서 만난 그는 “서도철이라는 익숙하고 매력적인 가이드를 따라 관객들이 1편 때와는 다른 모험의 길을 가기를 바랐다”고도 했다.
1편의 큰 성공 뒤 “어이가 없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는 대사까지 유행하는 걸 보면서 류 감독은 자신감 대신 두려움이 쌓여 속편 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감독과 제작진의 예상보다 2편이 늦게 세상에 나온 이유다.
그 사이 그는 사회적 논란이 된 몇몇 사건들을 보면서 “내 속에 살의가 느껴질 정도로 화가 나서 만나는 사람마다 가해자를 비난했는데, 시간이 지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사례를 경험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베테랑2’에서 소셜미디어의 여론 재판과 사적 제재에 대한 열광을 비판적으로 그린 이유다. 류 감독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고 나중에 진실이 드러나도 우리는 ‘그럴 이유가 있었겠지’라고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손쉽게 방어하고 다른 분노 거리를 찾아서 편리하게 넘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반성적 시선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설명이 부족해 보이는 빌런 캐릭터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담긴 버전의 시나리오가 있었으나 폐기했다고 했다. 류 감독은 “악당의 실체를 모르는 영화 속 대중들이나 혼란에 빠지는 서도철처럼 관객들도 이 인물을 뚜렷하게 규정 지을 수 없기를 바랐다”고 했다.
악당을 뚜렷하게 보여줬을 때 따르는 단순한 분노를 경계하는 동시에 ‘악당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을 담은 것이다. 대중 영화에서 이처럼 악당의 실체를 모호하게 남길 수 있었던 건 감독 말대로 “(전작이 성공한) ‘베테랑’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터이다.
쿠키 영상이 제공한 단서를 보면, 악당의 실체는 다음 편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류 감독은 “3편 시나리오 작업이 진행 중이고, 1편에 등장했던 주요 인물이 3편에서 다시 중요한 역할로 등장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겨레 김은형 선임기자 /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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