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정해인이 완전히 새로운 얼굴을 꺼냈다. 영화 ‘베테랑2’(감독 류승완)를 통해서다. 서늘한 눈빛과 섬뜩한 미소, 몸을 사리지 않은 액션까지 완벽 소화하며 제 몫을 톡톡히 해낸 그는 “새로운 모습을 시도한 것만으로도 용기 있었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정해인이 열연한 ‘베테랑2’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 분)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 분)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 범죄 수사극이다.
2015년 개봉해 국내 액션 범죄 수사극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으며 1,341만 관객을 사로잡은 ‘베테랑’의 속편으로, 지난 13일 개봉 후 단숨에 박스오피스를 접수하며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새롭게 합류한 정해인을 향한 호평도 뜨겁다. 극 중 강력 범죄자를 반드시 응징하는 경찰 박선우로 분한 그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은 물론, 온몸을 던지는 액션 연기로 극에 새로운 활력과 긴장감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정해인은 시리즈 합류 소감과 결코 쉽지 않았던 캐릭터 구축 과정, 류승완 감독‧황정민과의 협업 등 ‘베테랑2’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해당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결정적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쉬는 타이밍에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님에게 전화가 왔다. 같이 재밌는 작품을 하고 싶은데 만날 수 있냐고. 그때는 어떤 작품인지 몰랐다. 사무실에 갔는데 류승완 감독님이 같이 있었고 ‘베테랑2’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너무 기뻤는데 갑자기 부담감이 밀려왔다. 1편 스코어도 보게 되고.(웃음) 감독님과 3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영화와 캐릭터에 대해 알게 됐다.”
-1편에 대해 어떤 감상을 갖고 있었고 2편은 어떤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했나.
“유쾌하고 통쾌하고 그런 영화였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유머 코드와 통쾌함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때 ‘N차’ 관람을 했던 기억이 난다. 전편 빌런이 명확한 악의 구도였다면 이번에는 의문점이 남는 악이라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캐릭터 구축 과정은.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했나.
“정해인이라는 사람으로서 박선우라는 인물을 체화시켜서 연기해야 했는데, 이해하고 가장 잘 알아야 하니까 알아가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 박선우는 나르시시즘도 있고 ‘관종’에다가 소시오패스 기질도 다분한 인물인데 자기가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 선이든 악이든 도덕적이든 도덕적이지 않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도구로 쓰는 인물이었다. 그런 일련의 행위를 납득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인물의 전사나 서사가 없어서 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시나리오에는 없지만 그의 유년시절이나 전사에 대해 나름대로 상상해서 살을 붙여갔고, 소시오패스를 이해하기 위해 공부도 많이 해야 했고 발상의 전환을 해야 했다. 그런데 감독님은 그런 거 다 없어도 되고 이 상황과 신에만 집중해서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게 오히려 단순하고 명료하게 인물을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박선우가 왜 저럴까’, 영화가 끝나고도 호기심을 남기길 원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접근하고자 했다.”
-문득 비치는 미소가 섬뜩했다. 배우의 해석이었나.
“감독님 의견도 있었고 내가 그냥 얼떨결에 했는데 감독님이 좋아해 줬던 부분도 있다. 다 적절하게 쓰인 것 같다. 박선우는 사이코패스는 아니고 소시오패스에 가까운데 감정을 느끼는 인물이다. 그런데 본인의 감정만 느끼는 거다. 상대방 감정은 알지만 중요하지 않은 거다. 프로파일러가 정신과적으로 문제가 있는 범죄자들을 면담하는 영상을 찾아봤는데 되게 차분하고 침착하고 시선이 지저분하지 않더라. 사람을 볼 때 계속 눈을 보고 이야기하고 시선이 빠지지 않는다. 대화를 하다가 시선을 빼기도 하고 다시 보기도 하고 하는데 계속 눈만 보고 이야기하면 부담감을 주면서 좋지 않은 감정을 느끼게 하는 시간이 있다고 하더라. 박선우를 연기할 때도 그런 것들을 잘 이용하려고 했다.”
-눈빛 연기도 인상적이었는데.
“감사하다. 텅 빈 눈을 표현하는 건 어느 정도 기술이 필요하긴 한데 잠을 못자고 되게 피로한 상태라면 모두 다 그런 눈빛을 할 수 있을 거다.(웃음) 나는 그렇게까지 알아줄지 몰랐다. 마스크를 쓰니까 볼 수 있는 게 눈밖에 없어서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긴 했다. 얼굴로 연기를 하는데 눈밖에 안 보이니까 표현이 덜 될 때가 있더라. 그래서 집에서 혼자 거울을 보면서 연습을 했다. 배우마다 연기할 때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나는 감정이 중요하지 어떤 표정을 짓는지 신경을 안 쓰는 편이다. 자연스럽게 두는 편인데 이번에는 많이 연구하고 얼굴의 움직임 같은 것들도 관찰하고 그랬다.”
-액션 촬영은 어땠나. 남산 계단에서 구르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데 고생을 많이 했겠더라.
“체력이 안 되면 아무리 기술을 잘해도 빨리 방전되니까 촬영 전에 달리기나 기본 체력을 길러놨다. 아마 이 영화를 찍을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건강했을 시기가 아닌가 싶다. 지금보다 오히려 건강했다. 남산 계단에서 구르는 액션은 내가 일단 겁이 없는 편이라 에라 모르겠다 하고 던졌다. 몸을 사리면 오히려 위험하거든. 겁내면 오히려 다친다. 과감하게 해야 했다. 안전장치를 다 설치했고 수많은 리허설을 했기 때문에 잘할 수 있었다. 준비도 많이 했고 위험한 순간이 순간순간 있었지만 모두 다 긴장하고 나 또한 긴장하고 준비를 했기 때문에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다.”
-류승완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또 같이 작업하고 싶은 감독님이다. 감독님이 디렉션이 되게 명확하다.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그래서 애매하거나 뜨뜻미지근한 게 별로 없었다. 배우 입장에서는 편하고 좋다. 기본적으로 배우에 대한 애정도 엄청나다. 이 작품 들어가기 전부터 감독님이 내 작품을 계속 지켜봐 주고 다른 작품도 봤다는 것에 대해 약간의 충격이 있었다. 역할 자체는 힘들었지만 현장에 가는 것은 너무 즐거웠다.”
-황정민과의 호흡은.
“나도 어디 가서 열정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편은 아닌데 (황정민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이는 순간들이 많았다. 특히 화면에 나오지 않는 장면에서는 카메라 뒤에서 대사만 쳐주거나 배역이 대신 해주는 경우도 많은데 황정민 선배는 그럼에도 열심히 해줬다. 한참 후배인 나로서는 엄청난 귀감이 됐고 배울 점이면서 존경스러웠다. 감사하기도 하고.”
-공개 후 호평이 많다. 스스로 만족도도 궁금한데.
“새로운 모습을 시도한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용기가 있었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고 대중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평가는 관객이 하는 거니까 질타도 받고 위로도 받고 힘도 받으면서 잘 반영해서 내가 하고 싶은 연기와 내게 원하는 연기의 교집합을 잘 찾아야 하는 것 같다.”
-‘교집합을 찾겠다’고 표현했는데 앞으로 행보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팬들이 내가 멜로나 로맨틱코미디 하는 걸 보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있다. 다른 작품도 다 좋아해 주지만 4~5년 가까이 그런 작품을 안했기 때문에 더 그럴 거다. ‘엄마친구아들’과 ‘베테랑2’가 동시 공개된 것도 처음엔 걱정했는데 다채로운 연기를 볼 수 있어서 오히려 잘 된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잘하는 연기와 하고 싶은 연기, 도전해 보고 싶은 작품, 그리고 내게서 보고 싶어 하는 작품의 교집합을 찾아가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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