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군분투하는 일상 속 영웅의 이야기가 올해 추석 연휴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지난 13일 공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무도실무관’에 관한 이야기다. 이 작품은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권 영화 부문 1위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김주환 감독이 연출한 ‘무도실무관'(제작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은 전자발찌 대상자를 감시하는 직업인 무도실무관의 활약을 그린 작품으로, 김우빈이 우연한 기회에 무도실무관이 된 이정도 역을 연기했다. 그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무도실무관이라는 새로운 직업과 소재, 재미만 쫓던 한 청년이 시민들을 보호하면서 변화하는 과정을 매력적으로 연기한 김우빈의 열연이 어우러져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우빈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줘서 놀랐고 기분이 좋다”면서 “연휴에 공개돼서 저도 관람평을 많이 봤는데 잘 봐준 분들이 많아 행복하다”고 미소 지었다.
김우빈은 시나리오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무도실무관이라는 직업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글을 통해 이 직업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읽었고, 감독님에게 물어봤더니 제가 받은 느낌이 맞다고 하더라. 그렇다면 같이 마음을 모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김우빈의 진심은 통했다. ‘무도실무관’ 공개 이후 실제 무도실무관의 처우나 채용 절차 등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렇게 멋진 직업이 있다니”라는 반응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쉽게 확인 가능하다.
“영화를 통해 무도실무관이라는 직업과 그들의 노고를 알릴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기분 좋습니다. 촬영을 할 때도 우리 주변의 영웅들에게 감사함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거든요. 저의 진심이 어느 정도 전달된 것 같아서 기쁜 마음이에요.”
● “나에게 ‘무도실무관’은 액션 아닌 드라마”
이정도는 태권도, 검도, 유도 도합 9단 무도 실력자로, 세상에서 재밌는 것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온 평범한 청년이다. 우연히 위험에 빠진 무도실무관을 구해준 뒤 보호관찰관 김선민(김성균)의 눈에 들어 무도실무관으로 일하게 된다. 이정도는 다른 사람의 행복을 지키는 일에 몰두하면서 점차 변화한다.
김우빈은 유쾌하고, 따뜻하고, 정의감까지 넘치는 이정도의 다채로운 면모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김우빈은 “액션영화이기도 하지만 정도의 미묘한 감정 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스스로 이 영화의 장르를 드라마로 정했다”고 짚었다.
“순간순간 느끼고 변화하는 정도의 감정을 잘 전달하고 싶어서 감독님에게 의견도 많이 내고 상의도 했어요. 정도라는 캐릭터를 같이 만들어가는 느낌이 들었고, 그 과정이 즐겁더라고요.”
극중 김우빈은 8kg 가량 몸무게를 증량하고, 데뷔 후 처음으로 머리카락 전체를 탈색한 헤어스타일 등 색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영화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김우빈의 의도였다.
영화를 이끄는 김우빈은 이번 작업을 통해 무도실무관의 세계에 깊이 들어갔다.
‘무도실무관’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무도실무관과 보호관찰관의 직업과 역할에 집중한다. 2인 1조로 움직이는 무도실무관과 보호관찰관은 전자발찌 대상자들의 위치와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밀착 지도 및 감독을 통해 재범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범죄가 일어난 상황뿐만 아니라 24시간 감시, 추적, 잠복 등의 활동을 통해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같은 역할을 보다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김우빈은 김성균과 함께 수원보호관찰소를 직접 찾아가 무도실무관의 업무에 대해 배우고, 현직에 있는 전문가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며 캐릭터에 대한 이해를 쌓아갔다.
김우빈은 “그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면서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고되고 힘든 일이라는걸 알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무도실무관은 감정이 앞서면 안 됩니다. 이성적으로 판단을 해야 하죠. 무엇보다 범죄자들을 응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제압을 하는 역할이거든요. 거기서 오는 어려움이 많더라고요. 만나보니까 ‘더 대단한 사람들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 “마음먹으면, 그게 무엇이든지 하려고 한다”
영화에서 김우빈은 어려움에 처한 약자들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나선다. 현실에서도 김우빈의 사려 깊은 행동은 종종 화제를 모은다.
매년 꾸준하게 기부를 하며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에게 도움을 건네고 있는 김우빈은 최근 장기 실종자 가족인 송길용씨의 빈소에 조화를 보내며 애도의 뜻을 밝힌 사실이 알려져 주목받았다. 송씨와 특별한 인연은 없지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김우빈의 따뜻함 마음이 울림을 안겼다. 이와 관련된 질문을 하자 김우빈은 “예전과 비교했을 때 마음먹은 건 하려고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뗐다.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보내는 것이 제가 살아가는 방식이에요. 그러면 더 행복하더라고요. 그래서 마음먹으면, 그게 무엇이든지 특별하든 그렇지 않든 하려고 합니다. 제 주변에 좋은 분들이 너무 많거든요. 저도 그분들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어요.”
비인두암 진단으로 몇 년간 활동을 중단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봤던 시간이 지금의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계기가 됐다.
김우빈은 “예전에는 목표를 위해서만, 미래에만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저를 채찍질하면서 지냈다”고 고백했다. 그는 “잠깐 쉬는 시간을 보내면서 저를 돌아봤는데 나 자신을 너무 혹사시키면서 살았더라. 현재를 즐기지 못했다. 그때 그런 생각을 한 다음에는 하루하루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우빈은 현재 김은숙 작가의 신작 ‘다 이루어질지니’ 촬영에 한창이다. ‘상속자들’에 이어 김은숙 작가와 두 번째 만남이자, ‘함부러 애틋하게’에 이어 수지와도 두 번째 호흡이다. 그는 “현장에서 다시 만나는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서 ‘김은숙표 대사’에 대해 “난리가 난다”고 웃어 보였다.
“너무너무 재밌어요. 이제 김은숙 작가님이 저를 많이 알아요. (저에게)맞춰서 캐릭터를 만들어줘서 즐겁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항상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다 이루어질지니’에서 램프의 정령 지니로 나오거든요.(웃음) 그래서 더 즐거워요.”
2015년부터 공개 열애를 이어오고 있는 배우 신민아는 현재 드라마 ‘손해 보기 싫어서’에서 활약하고 있다. 연인의 활약에 “기분이 좋다”는 김우빈이지만 “재밌게 보고 있는데, 지금 (드라마에서)한창 멜로가 붙기 시작해서 그분을(신민아) 언급하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조심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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