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을 맞아 지난 15일 가족과 함께 야구장을 찾았다. 보고 싶었던 경기였지만 관중석에 앉는 ‘이건 정말 아니다’라고 순간 후회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오후 2시부터 경기가 시작됐다. 관중들은 쉴틈없이 부채질을 했다. 이날 최고기온은 36도였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는 전석 매진이었다.
선수들을 가까이 보기 위해 1층 좌석을 구매한 사람들은 자리에 앉아서 경기를 볼 수 없었다. 햇빛과 더위를 피해 그늘이 있는 뒤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응원의 함성만큼 더위의 기세도 꺾이지 않았다. 8월도 아닌 그것도 9월 중순, 처서 매직은 실종됐다 하더라도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7일)도 지났건만 여전히 미치게 더운 날씨였다. 습도까지 높아 마치 삶은 감자가 되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에어컨이 나오는 집에서 야구 중계를 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땡볕에 노출된 사람들은 더위를 버티지 못하고 1층 카페로 내려갔다. 나도 결국 3회 초에 자리에서 일어나 대피했다.
누구를 위한 2시 경기일까? 경기하는 선수들과 이를 지켜보는 심판과 관중들까지 더위를 먹었다.
1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삼성 선발 투수였던 원태인은 투구 도중 더위에 구역질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판진이 경기를 중단시켰고, 삼성 코칭스태프가 황급히 달려가 원태인에게 물병을 건넸다.
검은색 옷과 무거운 장비를 차고 있는 심판들 역시 더위에 괴롭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키움의 경기에서 10회 경기 도중 주심이 탈수 증세로 교체됐다.
지난 17일 사직구장에서 프로야구 경기를 보던 야구팬 43명이 온열질환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KBO는 지난 15일 1982년 출범 이후 42년 만에 한국 프로 스포츠 최초로 천만 관중 동원에 성공했다. 하지만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 시작 시간을 두고 야구 팬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결국 KBO 사무국은 18일 경기 시작 시간을 오후 5시로 늦추기로 했다.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부산 사직구장), 삼성 라이온즈와 kt wiz(수원케이티위즈파크),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창원NC파크) 세 경기를 오후 5시부터 시작한다. KBO는 선수단과 관중의 안전을 위해 앞으로 탄력적으로 리그 운영을 해나갈 계획이다.
양아라 에디터 / ara.yang@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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