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영화 ‘베테랑2’의 내용이 포함된 기사입니다.
빌런 조태오(유아인 분)의 정체가 전면에 드러났던 전편과 달리, ‘베테랑2’의 빌런은 개봉 전까지 형식적으로나마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러나 그 형식적인 베일조차 영화 시작 5분 만에 걷힌다. 빌런은, 예고편에서 언급된 ‘해치님’은, 다수가 예측한 대로 순경 박선우(정해인 분)가 맞았다.
‘베테랑2’는 홍보 단계에서 빌런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것과 별개로 극장을 찾은 관객에게 ‘범인 찾기’ 게임을 제안하지 않는다. 범인의 정체를 곧장 공개한 다음, 그에 대적하는 주인공 서도철(황정민 분)의 고뇌와 선택에 초점을 맞춘다. 서도철은 “죽어도 싼” 흉악범들에 사적제재를 가하는 박선우에게 내심 공감하지만, “세상에 좋은 살인, 나쁜 살인 따로 있냐”며 선을 지킨다. 그러면서 폭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했던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반성한다.
서도철과 박선우, 박선우와 서도철. 둘은 닮았지만 다르다. 서도철은 박선우와의 대결을 말미암아 시리즈상 최초로 누군가를 때려눕히기 위해서가 아닌 살려내기 위해 혼신을 다한다. 서도철의 말마따나 그와 박선우는 “같은 과”지만 끝내 ‘같은 팀’은 될 수 없는 이유, “황정민이 싸우는 악당은 황정민“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크레딧 이후엔 짤막한 쿠키 영상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속편의 빌런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최완기 강력범죄수사대장(권해효 분)이 급히 청장실로 불려가는 가운데, 뉴스 앵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해치가 교도소로 이송되던 중 탈출했다는 소식이…” 이어 ‘높으신 분들’이 모여 있는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간 최완기는 곧장 모자를 벗고 납작 엎드린다. 그 위로 “장난하냐??” 강항조 경찰청장(허준호 분)의 일갈이 꽂힌다.
서도철이 박선우를 체포하고, 가족과 둘러앉아 라면을 나눠 먹는 결말에서 모든 일은 일단락 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잊지 말자. 서도철의 아들 서우진(변홍준 분)을 일진들로부터 구해낸 건 아버지의 사랑이 아닌 박선우의 주먹이었다. 또 서도철은 기자 출신 사이버 렉카 정의부장(신승환 분)으로부터 해치에 대한 단서를 얻기 위해 아무 거리낌 없이 ‘가짜뉴스’를 흘렸다. 그림자를 남기고 떠난 해치는, 언제든 다시 돌아올 것이다.
유해강 에디터 / haekang.yo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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