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하이브 분쟁이 역대급으로 복잡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사태 초기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최악의 국면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바로 진흙탕 공방전에 아티스트의 직접 등판이다. 이런 첨예한 이슈에 아티스트가 나서면 어떤 식으로든 이미지에 손상이 갈 수 있다. 그래서 보통은 아티스트 자신도 뒤로 물러서기 위해 노력하고, 주위에서도 아티스트만은 보호하려 애쓰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 분쟁에서 민희진은 뉴진스가 자신의 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자꾸 뉴진스를 끌어들였다. 그것만 해도 문제가 됐었는데 이번엔 급기야 아티스트 본인이 결국 등판하고 말았다. 지난 11일에 민희진을 두둔하는 개인방송을 한 것이다. 뉴진스가 기어이 진흙탕에 섰다.
얼마 전 어도어 이사회는 민희진 대표 해임을 결정했다. 그리고 하이브는 민희진에게 주주간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러면 최소 천억 원 이상의 가치라는 풋옵션이 취소된다. 민희진은 강력히 반발했다. 그런 속에서 뉴진스가 민희진을 다시 대표로 복귀시키라고 요구한 것이 이번 방송의 내용이다.
뉴진스는 하이브를 정확히 적시하면서 “정직하지 않고 올바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제발 방해하지 말아달라”, “”인간적인 측면에서 저희 민희진 대표님 그만 괴롭히셨으면 좋겠다. 대표님 너무 불쌍하고 하이브가 비인간적인 회사로 보인다. 저희가 이런 회사를 보고 뭘 배우겠냐”고까지 극언을 했다. 이 정도면 과연 앞으로 화해할 수 있을지 의심이 갈 지경이다.
“저희가 원하는 건 민희진 대표님이 대표로 있으신 경영과 프로듀싱이 통합된 원래의 어도어다”라고 했다. 어도어가 민희진을 대표직에서 해임할 때 명분이 경영과 프로듀싱의 분리였다. 그걸 원상태로, 즉 대표 복귀시키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그것이 “하이브와 싸우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그리곤 방시혁을 콕 집어 언급하며 25일까지 어도어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으라고 했다.
종합하면 25일까지 민희진을 대표로 선임하지 않으면 하이브와 싸우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어떻게 싸울까?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가수가 계약 해지 등을 청구하기 전에 2주 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이번에 뉴진스의 방송일이 11일이고 시한은 25일이다. 정확히 14일 기간에 맞췄다. 이로 보아 싸움은 곧 계약 해지 법정싸움을 의미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날짜를 맞춘 걸 보면 변호사 등의 조력을 받아 치밀하게 계획했을 수 있다. 민희진 대표 측의 기획일 수도 있지만 뉴진스는 부인하고 있다.
깨끗하게 위약금을 내고 나가는 방안도 있는데 업계에선 뉴진스 위약금을 3000억원 정도로 추산한다. 이런 돈을 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회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 신뢰가 무너졌다며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법정싸움을 시작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러면 피프티피프티 논란 때의 구도가 돼서 많은 이들이 사태 초기부터 가장 걱정했던 바로 그 모습이 현실화된다.
민희진도 그동안 하이브가 뉴진스 데뷔 시기를 늦추고 홍보를 못하게 했다는 식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었고 이번 방송에서 뉴진스도 하니 면전에서 하이브 매니저가 아티스트에게 ‘무시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것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하기 위한 판짜기 아닌가 의심된다. 현재 민희진의 뉴진스 데뷔 시기 주장에 대해선 거짓말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무시해’ 부분은, 하이브는 지금 민희진이 어도어와 뉴진스를 탈취할 계획을 짰으며 거짓말 등으로 회사에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는데, 그 말대로라면 하이브 구성원이 민희진 사단에 대해 거리를 두려 하는 건 당연한 태도로 보인다. 이런 의문점들이 있지만 어쨌든 민희진과 뉴진스는 부당한 대우를 계속 폭로할 것 같고, 실체적 진실을 알기 위한 한 과정이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아티스트가 본인 활동에 대한 부분이 아닌 대표 선임이라는 회사 경영상의 문제에 대해 회사에 지시하는 건 과도할 수 있기 때문에 그걸 명분으로 했을 때 계약 해지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그래서 뉴진스가 회사에 그냥 남아 민희진처럼 폭로, 항변, 호소 등을 하며 여론전으로 하이브를 괴롭힐 수도 있다. 25일 시한 이후에 확인이 될 것이다.
뉴진스의 선택이 향후 어떻게 되건 민희진 하이브 분쟁에서 강력하게 민희진에 동조했다는 점은 뉴진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지난 가처분 심판 당시 재판부가 ‘민희진이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하이브를 압박해 어도어에 대한 하이브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된다’며 이는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했기 때문이다.
법적으론 죄가 성립하지 않을지라도 민희진에게 윤리적 문제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그후 민희진이 전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아서 더욱 충격이다. 이런 와중에 뉴진스가 두둔하기까지 한 것이다.
민희진 하이브의 배임 공방은 현재 진행중이다. 앞에서 인용한 판결은 가처분 심판 때의 것이고 배임 공방 최종 판단이 어떻게 나올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민희진은 하이브가 증거를 조작해 자신을 모함한다며 법적 대응한다고 했었는데, 민희진이 정말로 고소했다면 이 부분에 대한 수사기관의 판단도 앞으로 나올 것이다. 뉴진스가 이런 결과들을 충분히 지켜보고 신중하게 행동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어쨌든 잘잘못을 떠나 이번에 뉴진스가 본격적으로 등판하면서 하이브는 극도로 난처해졌을 것이다. 윤리는 멀고 주먹은 가깝다. 누리꾼을 등에 업은 민희진의 여론전도 버거운데 막강한 팬덤을 거느린 아티스트와의 대립은 더 힘들 것이다. 더군다나 그 아티스트가 하이브의 자산이다. 이겨봐야 하이브의 자해인 상황이다. 하이브는 민희진이 배신했다는 판결 이후 민희진과 헤어지기 위해 사력을 다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주주간 계약이 발목을 잡고 있는데 이에 대해선 하이브가 소를 제기했다니 판결을 지켜볼 일이다. 과연 하이브는 뉴진스가 반대하는데도 탈민희진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한편 민희진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하이브가 증거를 조작해서 모함한다고 항변하는데, 어떤 증거를 어떻게 조작했는지 밝혀서 ‘배신’이라는 윤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이 부분도 지켜볼 일이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