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해인은 현재 그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 속 제목처럼 ‘엄마친구아들’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린다. 류승완 감독은 제작자로 참여한 영화 ‘시동’으로 정해인을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의 옆에서 흐트러짐 없이 바르게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며 놀랐다고 했다. 배우 황정민은 “정해인은 관객들을 무장해제시키는 매력이 있다”고 칭찬했다.
선하고 정의로운 이미지로 시청자와 관객에게 믿음과 신뢰를 안겼던 정해인이 이제 그 기대를 배반한다. 13일 개봉한 영화 ‘베테랑2′(감독 류승완·제작 외유내강)를 통해서다.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해인은 “(관객들이)’베테랑2’를 통해 제대로 한 대 맞으실 것 같아서 내심 걱정도 되고 짜릿하다”며 미소 지었다.
“처음에 류승완 감독님이 ‘베테랑2’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같이 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얼떨떨하고 기쁘기도 했지만, 부담이 밀려왔어요. 1편이 워낙 사랑을 받았잖아요. 그런데 이 기회를 놓치기에는 아깝잖아요. 제안을 주신 그 자리에서 ‘같이 파이팅 해요’라며 바로 수락했죠.”
● “박선우, 불쾌하고 껄끄러운 존재”
‘베테랑2’는 2015년 개봉해 1341만명의 관객을 모은 ‘베테랑’의 속편으로, 법의 테두리를 비껴간 가해자들을 살해하는 연쇄살인범 ‘해치’를 쫓는 강력범죄수사대 이야기를 그린다. 정해인은 서도철 형사(황정민)의 눈에 띄어 강력범죄수사대에 영입된 막내 형사 박선우를 연기했다.
예의 바르고 자주 미소를 띠지만 박선우의 눈빛은 어딘가 서늘하고 차갑다. 미스터리를 간직한 박선우를 통해 정해인은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독한 변신에 나선다. 정해인은 “연기하는 입장에서 캐릭터를 이해하고 체화하는 과정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박선우에 대해 “복잡하고 어렵고 이상한 캐릭터”라고 정의했다.
“박선우는 나르시시스트와 소시오패스 성향이 있어요.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사람을 도구로 이용하는 인물입니다. 필요에 따라 가면도 쓸 수 있는 처세술도 있고요. 감독님은 박선우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껄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존재였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정해인은 박선우를 연기하기 위해 실제 프로파일러들이 범죄자를 상담하고 면담하는 걸 찾아보며 역할을 공부했다. 그는 “심리학적으로 사랑하는 관계가 아닌 사이에서 사람의 눈을 5초 이상 쳐다보면 불쾌함을 느낀다고 하더라”면서 “이번 작품에서 그런 지점을 녹여 불쾌한 에너지를 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베테랑’ 1편이 서도철과 조태오(유아인)라는 명확한 선과 악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2편은 그 노선에서 벗어났다. 류승완 감독은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닌 정의와 신념이 충돌하는 구도를 통해 토론해 볼 만한 질문을 갖길 바랐다”고 했다. 감독의 설계에 따라 해석한다면 서도철은 정의, 박선우는 (왜곡된)신념을 상징한다. 정해인은 ‘박선우의 신념’에 대해 “연기하면서 벽에 부딪히는 순간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베테랑2’의 영어 부제목이 ‘집행자'(I, THE EXECUTIONER)인데, 박선우는 왜곡된 신념의 집행자인 거죠. 나르시시스트로서 관심을 원했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놀이 혹은 사냥에서 쾌락을 느꼈다고 봤어요. 연기를 하면서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박선우를 궁금해하고 호기심을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촬영장서 나도 못봤던 표정 나왔다”
정해인은 ‘베테랑2’에서 강도 높은 액션 장면을 수차례 소화한다. 극중 남산 계단 추격 장면과 폭우 속에서 펼치는 옥상 액션 등에서 정해인은 존재감을 빛낸다. 뼈가 으스러질 것 같아 배우들끼리 ‘정형외과 액션’이라고 부를 정도로 고난도다.
“지금까지 중 가장 많은 액션을 소화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해인은 “진짜 많았다”며 격하게 수긍했다. 그는 “영화의 중심 액션에 제가 다 있었다”면서 “체력이 바탕이 안 되면 민폐가 될 것 같아서 촬영 전부터 달리기도 많이 하면서 기초 체력을 많이 쌓았다”고 이야기했다.
영화에서 정해인은 유독 클로즈업이 많다. 그만큼 화면은 그의 두 눈을 주시한다. 눈으로 감정을 드러내야 했던 만큼 정해인은 “거울을 이렇게 많이 봤던 작품은 처음인 거 같다”고 말했다.
“마스크에 모자까지 쓰는데 카메라가 눈만 잡으니까 신경이 많이 쓰이더라고요. 눈을 다양하게 뜨면서 준비를 정말 많이 했어요. 현장에서 모니터링하면서 저도 못 봤던 표정들이 나와서 놀라기는 했습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만큼 정해인은 “저에게 관심도 없고, 몰랐던 일반 관객들이 ‘베테랑2’ 속의 모습을 보고 ‘다른 작품도 한 번 찾아 보고 싶네’라는 생각만 들어도 최고의 결과일 것 같다”며 웃었다.
정해인의 향후 행보는 글로벌 팬미팅 투어다. 오는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투어 일정이 꽉 차 있다. 이번에 처음으로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팬들도 찾는다.
“팬미팅을 하면서 해외에 계속 나가 있으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앞으로 해외 합작 작품 등 좋은 기회들도 있으면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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