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이 넘는 까마득한 시간을 품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버버리 트렌치코트는 그 존재로 이미 특별하다. 그 당시에도, 지금도 사랑받는 존재라면 더욱. 트렌치코트의 원형인 타이로켄(Tielocken)이라는 코트는 1912년 버버리가 특허를 취득한 것으로, 설립자 토마스 버버리가 발명한 개버딘 소재를 사용해 버튼 없이 앞을 여미도록 만들었다. 개버딘은 남극 탐험가의 옷에 쓰일 만큼 내구성과 실용성이 높은 소재.
클래식 마니아라면 이미 알겠지만, 지금의 ‘트렌치코트’는 군인들이 몸을 숨기는 참호(trenches)의 이름을 땄다. 1차 세계대전 당시 군 장교들을 위해 추가된 견장, 벨트, D-링 같은 기능적 요소들은 곧 트렌치코트의 핵심 디테일이 된다. 왕실, 영화배우, 예술가가 사랑한 옷이 군인들의 것이었다고? 이는 개버딘 특유의 실용성 때문. 각 센티미터당 100번 이상의 짜임으로 만든 소재라 통풍이 잘 되며, 왁스처리 없이도 비가 스미지 않으니까. 게다가 진화를 거듭한 현재의 개버딘은 두 개의 실을 꼬며 만들어 더 튼튼하고, 100% 유기농 면과 100% 재생 가능한 전기를 사용해 만들어진다고!
현재 버버리를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리 역시 개버딘을 집중 탐구해, 특유의 질감이 있는 트윌로 ‘구조화된 개버딘’을 새로 제작하기도! 매 시즌 런웨이에 공개되는 새로운 실루엣, 소재, 컬러 버전의 트렌치코트는 이렇게 탄생한다. 동시에 고유한 역사를 담은 헤리티지 컬렉션은 첼시, 켄징턴, 워털루, 캠든이라는 네 가지 시그니처 핏으로 선보인다. 런던 자치구의 이름처럼, 각 코트에는 해당 지역의 특징이 그대로 담겼다. 가장 슬림한 ‘첼시’는 1960년대 런던의 젊은 감각을, ‘워털루’는 초기 디자인의 래글런 소매를 간직하고 있다. 캐주얼한 싱글 브레스트의 ‘캠든’, 클래식 파에게 사랑받는 ‘켄징턴’까지. 모든 헤리티지 코트는 영국 캐슬포드 지역에서, 장인들의 수작업을 통해 디테일을 담아 완성된다는 사실.
현 시점에도 버버리 트렌치코트라는 클래식의 영역은 누구에게도 내어주지 않는,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사랑받는 중. 스타일 아이콘인 김나영, 최소라는 버버리 특유의 무드에 푹 빠진 모습이고, 신예은은 짙은 네이비 컬러로 색다른 트렌치코트의 매력을 표현했다. 손석구의 매스큘린한 룩에서도 트렌치코트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세상에 변치 않는 것은 없지만, 100년이 넘어도 이어지는 것은 있다. 그 비결은, 아마도 트렌치코트를 입었을 때 우리가 피부로 느낀 그 견고한 혁신의 촉감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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