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남의 편의 줄임말이라고 하던가.
9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이하 ‘결혼지옥’)에 육십춘기 부부가 출연했다. 이들 부부는 아내가 그야말로 뼈 빠지게 고생해서 가족을 부양했는데, 남편은 그 노고를 인정하지 않는 케이스였다. 결혼한 지 40년 동안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인정은 못 받은 아내는 갱년기와 함께 분노가 폭발했다.
아내는 어떤 고생을 했는가. 남편이 조르고 졸라 도시 생활을 접고 천안으로 내려갔다. 그것도 치매 온 시어머니 간병을 하기 위해서였다. 간병만 했는가? 간병도 힘든데 아내는 돈도 벌어야 했다. 아파트 설비 현장까지 나가 돈을 벌었으나 대우는 박하기만 했다.
아내는 그 시절에 “내가 새벽밥 해서 시동생 학교 보냈다. 시아버지가 돈 달라면 다 줘야 했다”고 울화통을 터트리며 말했다. 부부의 수입은 전부 시아버지가 가져갔고 부부의 소유는 그 무엇도 없었다. 아내는 “그날 장 볼 때만 돈을 줬다”며 “뭐 먹고 싶어도 사 먹지도 못했다. 지옥 같았다”고 회상했다.
시부모를 모시고 시동생 학교 보내고 돈도 벌어왔으나 먹고 싶은 것 하나 사 먹지 못했던 그때의 설움. 남편은 “17년 전 일을 지금 와서 내 탓을 하면 내 입장에선 어떻겠냐”고 타박할 뿐이었다.
이들 부부는 갱년기를 맞이했고 서로 호르몬 감소로 인해 서운함이 늘었다. 아내는 버럭버럭 화를 냈고 남편은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고 핀잔만 주었다.
오은영 박사는 “아내에게 (시부모님 대신) 대리 감사를 표하는 게 어떠냐”는 솔루션을 내놓았고, 남편은 “양순씨. 고생 많이 했습니다. 없는 집에 와서 고생 많이 했어요”라고 아내의 노고를 인정했다. 이어 “앞으로 제가 노력하겠습니다. 봐주세요”라고 남편이 말하자 아내는 “고마워, 여보”라며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
박채아 에디터 / chaeA.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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