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 Holy〉 시리즈와 AI의 첫 만남
2년 전부터 내 알고리즘은 AI가 생성한 초현실적이고 기괴한 이미지로 도배됐다. ‘이 사진들에 왜 이끌리는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이미지 생성 AI 프로그램인 ‘미드저니’와 ‘달리(DALL · E)’를 사용하면서 작업에 돌입했다.
AI가 선사한 영감
달리에는 이미지 하단을 AI가 상상해서 창조하는 기능이 있다. 말 타는 사람의 이미지를 입력하니 AI가 잘못 해석한 건지 얼굴이 두 개인 말 이미지를 생성했다. 〈홀리〉 시리즈의 ‘불타는 눈사람 그림’도 다양한 사진과 키워드를 입력해 이미지로 출력하는 과정에서 눈사람과 불이 결합한, 이상하게 변형된 결과물을 냈는데, 이를 영감으로 그린 것이다. 뜻밖에 만들어진 괴랄하고 이상한 ‘오류’가 흥미롭게 느껴졌다.
창작 과정이 궁금하다
목적 없이, 마음에 드는 이미지가 나올 때까지 하루에 100번 넘게 입출력을 반복한다. 그러다 재미있는 오류가 발생한 이미지가 탄생하면 이를 회화로 그리거나 혹은 내 식대로 다시 변형해서 그린다. AI가 만든 이미지를 아날로그로 옮기는 과정을 통해 ‘내가 이걸 그리는 이유’에 대해 고찰해야 나와 내 그림의 존재가치가 생긴다.
미술과 AI의 관계를 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는데 창작자의 입장은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은 그리 회의적이지 않다. 나는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이 만든 이미지를 변형시키거나 다시 캔버스에 그리면서 내 것으로 만들고, AI를 그저 도구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편 큰 문제를 겪는 시장도 있더라. 웹소설시장에서 AI로 표지를 만드는 것이 만연해져 이 시장이 거의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실제 표지 디자이너의 일자리가 줄었다는 소식도. 이런 식으로 직접적 타격을 받는 업종이 존재할 텐데, 두고 볼 일이다.
우리 삶은 앞으로 얼마나 변화할까
소설가 테드 창이 “사실 AI는 인공지능이 아니며, 실제로 지능이 아주 낮다”고 말한 바 있다. 인간은 10개를 배우면 100개를 응용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은 100개를 학습하면 1개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주장이 논문으로 증명되면서 AI의 한계에 대한 설전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홀리〉 시리즈에서 불타는 눈사람 그림도 마찬가지다.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의 오류로 눈사람이 불타는 이미지가 만들어졌을 때 나는 새롭다고 느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스위스에 눈사람 인형을 불태우는 행사가 있더라. 이는 결국 AI가 학습한 ‘스위스 눈사람 불태우기 행사’에 대한 정보를 이미지에 반영한 게 아닌가. AI가 빠른 속도로 결과물을 만드는 건 결국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를 학습했기 때문인데, 그게 과연 지능이라고 불릴 수 있을까?
AI와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하고 싶나
공생? 실제로 AI라는 존재가 살아 움직인다면 함께 살아야 할 종으로서 인정해야 할 시점이 오지 않을까.
나의 AI, 달리와 미드저니에게 한 마디
‘수고하시고 너무 빠른 속도로 발전하지 마십시오.’ 짧은 기간 동안 프로그램이 너무 빠른 속도로 발전해서 이미지의 질이 너무 좋다.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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