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애플TV+(Apple TV+) 시리즈 ‘파친코(Pachinko)’로 글로벌 존재감을 입증한 배우 김민하가 시즌 2로 돌아왔다. 시즌 1에 이어 다시 젊은 시절의 선자를 연기한 그는 한층 깊어진 연기력으로 몰입도 높은 열연을 펼쳐 호평을 얻고 있다.
‘파친코’는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살기 위해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강인한 어머니 ‘선자’(윤여정/김민하 분)의 시선을 통해 사랑과 생존에 대한 광범위한 이야기를 4대에 걸친 연대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의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애플TV+가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다.
2022년 4월 시즌 1 공개 후 약 70년에 걸쳐 펼쳐지는 ‘자이니치(재일동포’)들의 삶과 이야기를 따뜻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담아내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은 것은 물론, 해외 유수의 시상식을 석권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지난달 23일 첫 공개된 시즌 2 역시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하고 세계 유수 매체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전 세계 시청자를 매료하고 있다.
김민하를 향한 호평도 뜨겁다. 시즌 1에서 순수함과 총명함, 어머니의 강인함까지 완벽하게 그려내며 단숨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그는 시즌 2에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의연하고 가족을 위해 희망을 잃지 않는 강인한 어머니의 얼굴로 선자의 성장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묵직한 울림을 안긴다. 또 한 걸음 성장한 선자, 그리고 김민하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김민하는 시즌 2 공개 소감과 촬영 비하인드, 글로벌 제작진과의 협업 과정 등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세상에 있는 많은 선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실을 단단히 잡고 그들의 목소리를 넣으려고 노력했다”고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전하며 “선자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파친코’ 전후 달라진 게 있다면.
“가장 다른 점은 길거리 다닐 때다. 알아봐 주셔서 되게 신기했다. 그리고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다. 지금껏 해오지 못한 것들도 많이 경험하고 무언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것도 사실이다. ‘파친코’는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큰 의미였다. 외국 프로덕션이고 미국 자본으로 우리나라 이야기를, 우리나라 언어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게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많이 배웠고 나 역시 선자를 통해 많은 부분이 업그레이드됐다. 시즌 2를 하면서도 선자를 보며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면적으로 성장도 한 것 같다. 그런 것 말고는 다 똑같다. 쉬는 날 혼자 집에 누워있고 강아지랑 놀고 친구, 가족들과 놀고 책 읽고 이런 일상들은 너무 같고 똑같길 원했다.”
-시즌 1에 이어 다시 선자를 연기했다. 어떤 고민을 했나.
“캐릭터적으로 말하면 시즌 1 이후 7년이라는 세월이 지났기 때문에 선자가 무엇을 겪었을까,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는 어떻게 됐고 아이들은 어떻게 키웠을까 등 나름대로 선자에 대한 일기장을 썼다. 그냥 재미로 생각한 것들이었는데 도움이 많이 되더라. 선자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또 다른 환경을 마주하며 적응을 정말 잘하는 사람으로서 단단해지고 유연해진다. 처한 환경은 더 어려워질 수 있겠지만 선자에겐 가족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 더 안정적이 되고 얻는 힘과 희망이 컸다고 생각했다. 이런 지점들을 많이 녹여내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시즌 2에서 또 다른 모습의 선자를 마주하고 이런 선자를 만나게 되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많은 걸 배웠다.”
-일기장에 주로 어떤 이야기를 썼나.
“정말 사소한 것들이다. 일기장이라고 해서 되게 거창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어떤 페이지에는 단어 하나 쓰여있기도 하고 ‘휴’ 이런 말이 쓰여있기도 하다.(웃음) 선자는 한수에 대해 매일매일 생각했을 것 같다는 걸 쓴 적이 있다. 긴 시간을 보지 못했지만 만약 한수가 내 앞에 나타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많이 했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시즌 2에서 한수를 처음 마주했을 때 너무 놀라고 앞이 보이지 않고 어질어질한 충격이었지만 이미 그런 상상을 계속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선자만이 느끼는, 혼자 상상했을 법한 것들을 담았다.”
-강인하고 의연한 그 시대의 여성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고민을 했나.
“선자는 사랑이 정말 많은 사람인 것 같다. 부모님에게 받은. 학교를 통한 교육이 아니라 사랑하는 법과 주는 법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단단하고 쉽게 흔들리지 않은 사람이라고 느꼈는데, 시즌 2에서 가족이 그런 힘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가장이 되면서 책임감이 더 강해지고 본인이 무너지면 가족도 무너질 거라는 생각에 절망스럽고 힘든 환경 속에서도 계속해서 희망을 찾고 빛을 좇고. 그렇기 때문에 마주한 순간들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 같다. 부모님이나 할머니, 세상에 있는 많은 선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실을 단단히 잡으려고 했고 그들의 목소리를 넣으려고 노력했다.”
-외국 제작진과의 작업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한국적인 모습을 담아내는데 배우들이 도움을 준 지점이 있다면.
“문화적인 것, 언어적인 것은 확실히 달랐다. 개인적으로 그것을 이해하는 시간도 걸렸다. 정말 아예 다른 문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신을 해석하는데도 조금 다른 부분이 있었는데 대화를 통해 항상 절충안을 만들었다. 한국적인 요소들은 대부분 음식에 관련된 거였다. 선자는 오사카에 살지만 계속 한국 음식을 만들고 먹이고 하잖나. 한국 배우들이 한국 밥상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그런 것들에 대해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작업했다.”
-배우들과의 팀워크도 더 단단해졌겠다.
“시즌 1보다도 더 믿었다. 캐릭터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도 있었지만 그런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아도 카메라 앞에서는 너무 그 캐릭터로 있어 줘서 예상하지 못했던 감정들도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다.”
-리안 웰햄‧진준림‧이상일 감독 등 세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세 분 다 달랐다. 이상일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는 조금 더 감정적으로 깊이 대화하는 느낌이었다. 장난으로 ‘감독님 너무 힘들어도 포기하면 안 돼요’라고 했는데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절대 포기할 일 없어요’라고 하더라. 정말 이상일 감독님의 이야기인 거다. 다른 감독님들도 온 마음을 다해 담았다. 리안 감독님은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많이 시도했다. 세 분이 너무 달라서 더 많은 색깔을 찾을 수 있었다.”
-시즌 1을 마치고 ‘마음으로 듣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시즌 2를 통해서는 어떤 성장을 했나.
“예전에는 귀로만 들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을 통해 정말 마음을 다해 이야기를 듣고 대화하는 법을 배우게 됐고 그러면서 마음의 방도 조금 더 많이 생긴 느낌이다.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많이 배웠다. 그걸 기반으로 삼아서 시즌 2에서도 선자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배웠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의연하고 단단할 수 있을까, 그렇게 전념할 수 있을까, 그 와중에도 본인의 신념을 지키는 모습까지 너무 많이 배웠다. 선자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이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하니 일상생활에서의 나도 그렇게 행동하거나 생각하게 되는 지점들이 있었다.”
-시즌 2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나.
“시즌 2에 임하며 중점을 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희망이었을까, 빛을 찾았을까’였다. 연기를 하며 의미를 많이 뒀다. 본인의 루틴으로, 본인의 상황에서 생각하고 마음을 가져갔으면 좋겠다. 선자에게 가족과 사랑이 있었듯 많은 분들에게 힘든 상황에도 지탱할 수 있는 힘이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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