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가을바람과 함께 영화제의 계절이 시작됐다.
5일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시작으로 26일 디엠제트(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27일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새달 2일 부산국제영화제 등이 줄이어 개막한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제 예산 지원이 반토막 나면서 힘겹게 준비하는 가운데서도 극장을 벗어난 상영, 영화와 음악의 결합 등으로 관객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노력이 눈에 띈다.
음악과 영화의 결합을 가장 먼저 시도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9월5~10일)는 올해 20회를 맞았다. 코로나 팬데믹 때 지역 극장이 모두 문 닫고 영진위 지원 예산이 없어진 열악한 상황에서도 제천예술의전당, 청풍호반무대, 세명대학교, 의림지 등 지역 문화 공간들을 활용해 37개국 98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개막작은 다큐멘터리 ‘아바: 더 레전드’. 수많은 히트곡을 냈지만 가벼운 팝 음악이라는 저평가와 싸운 스웨덴 그룹 아바를 다뤘다. 음악과 함께 그들이 활동하던 1970~80년대 혼란스러운 유럽 사회와 멤버 간 갈등 등 뒷얘기들도 담겼다. 주말 청풍호반무대에서 펼쳐지는 ‘원 서머 나잇’은 공연 프로그램이다. 큐더블유이알(QWER), 이무진, 비투비 임현식, 현진영, 김수철 등이 공연한다. 6~8일 의림지 수변무대에서 열리는 ‘무지카 파라디소’에서는 돗자리에 누워 디제이(DJ) 운진, 김오키, 신윤철 등의 음악을 즐기고 요가, 명상, 춤 등도 체험할 수 있다.
제16회 디엠제트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9월26일~10월2일)는 경기 고양 일산 극장에 집중됐던 상영 공간을 파주 헤이리시네마, 용인 백남준아트센터, 수원시미디어센터, 안산 경기도미술관 등 경기 전역으로 확장했다. 일산 호수공원 분수대에 스크린을 설치하고 메인 극장이 위치한 일산 레이킨스몰 일대를 무대로 활용한다. 수원에서는 공연을 영화와 결합하는 등 다큐를 낯설어하는 관객들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는 목표다. ‘우정과 연대를 위한 행동’을 슬로건으로 내건 올해 영화제 개막작은 ‘혁명을 경작하다’. 2020년 착취와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 자명한 농업법이 발표된 뒤 이에 맞서기 위해 거리로 나선 인도 농부 50만명의 싸움을 감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제9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9월27일~10월1일)도 영화와 공연을 결합한 프로그램 ‘자연에서 노래하다’를 펼친다. 전설의 눕체 남벽에 극한의 신루트를 개척하는 꿈을 꾸는 세 산악인을 그린 개막작 ‘눕체: 정상을 향해’를 시작으로 ‘꿈을 향한 트레일’, ‘빌리 앤 몰리: 사랑해 수달’, ‘퍼펙트 데이즈’, 폐막작 ‘스노우 레오파드’ 등 상영 후 윤복희, 설 X 라쿠나, 십센치, 스텔라장, 이승기 등의 공연이 이어진다. 28개국 97편의 산과 자연, 인간을 담은 영화들이 상영된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10월2~11일) 개막작은 박찬욱 감독이 각본·제작을 맡고 강동원, 박정민 등이 출연한 넷플릭스 영화 ‘전, 란’(김상만 감독)이다. 오티티(OTT)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건 처음이다.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화제작들과 방탄소년단 알엠(RM)이 입대 전 솔로 앨범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다큐 ‘알엠: 라이트 피플, 롱 플레이스’ 등 63개국 224편을 상영한다. 대중적인 작품들로 축제 분위기를 달구는 커뮤니티비프와 상영관을 벗어나 부산 동네 정취를 영화와 접목하는 동네방네비프도 새로운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한겨레 김은형 선임기자 /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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