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건대입구=이영실 기자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 전 세계 유수 영화제 초청 등 해외에서 먼저 주목한 영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이 드디어 국내 극장가에 출격한다. 영화의 주역들은 “질문을 던지고 생각을 자극하는 영화”라며 ‘웰메이드’ 서스펜스를 자신, 기대감을 높였다.
4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보통의 가족’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연출을 맡은 허진호 감독과 배우 설경구‧장동건‧김희애‧수현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서스펜스다. 네덜란드 인기 작가 헤르만 코흐의 소설 ‘더 디너’를 원작으로,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덕혜옹주’ 등을 통해 섬세한 감정 연출의 대가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은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허진호 감독은 아이들의 범죄 사실을 알게 된 후 각자의 방식으로 무너져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흡입력 있는 전개로 담아내 극장가에 뜨거운 화두를 던질 전망이다. 허진호 감독은 유명 소설을 영화화한 것에 대해 “이 소설이 영화로 제작된 게 이번이 네 번째”라며 “그 정도로 감독들이 만들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 같다. 소설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이 지금의 한국 사회, 그리고 내가 사람에 대해 궁금해했던 것들을 담고 있었다”고 연출 계기를 밝혔다.
이어 “원작을 한국적으로 가져오면서 한국에 맞는 상황이 들어가며 차별점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며 영화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짚었다. 허진호 감독은 “지금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어떤 질문들, 문제점들이 자연스럽게 들어갔다”며 “아이들의 문제가 이 영화에서 큰 사건의 모티프가 되기 때문에 교육의 문제라든지 빈부의 문제, 혹은 어떤 상류층의 책임감의 문제 같은 부분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담을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평소 살면서 갖고 있는 신념, 나는 이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자식에 의해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캐릭터가 변하는 과정을 긴장감 있으면서도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설경구부터 장동건‧김희애‧수현 등 배우들의 강렬한 ‘시너지’ 역시 관람 포인트로 꼽았다. 허진호 감독은 “나도 여러 작품을 했지만 이 작품에서 네 명의 배우가 현장에서 보여준 앙상블, 긴장감은 그동안 잘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며 “나도 관객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만족감을 표해 기대감을 높였다.
설경구는 물질적 욕망을 우선시하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변호사 재완을 연기한다. 재완은 아이들이 사람을 죽이는 현장이 담긴 CCTV를 목격한 후 이성을 지키려는 인물이다. 설경구는 폭넓은 감정선을 깊이 있게 소화하며 극의 중심을 이끈다. 설경구는 “변호사인데 변호사로서의 업무보다 평범하게 살다가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서 이성을 지키느냐 올바른 판단을 하느냐 갈등하는 모습이 중요했다”며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관객에게도 던지는 질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장동건은 신념을 지키려는 재규를 연기한다. 재규는 원리원칙을 중요하게 여기는 자상한 소아과 의사다. 장동건은 사건이 담긴 CCTV를 목격한 후에 겪는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영화의 몰입감을 높일 전망이다. 영화 ‘창궐’(2018) 이후 6년 만에 관객 앞에 서는 장동건은 “오랜만에 영화라 떨리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작품을 갖고 나오게 돼서 설레기도 한다. 걱정 반 설렘 반”이라며 작품을 향한 자신감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김희애는 가족을 지키려는 연경으로 분한다. 연경은 가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인물로 서로 다른 의견을 내세우는 가족들과 격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희애는 독보적인 연기력으로 소화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낼 전망이다. 김희애는 캐릭터에 대해 “푼수 같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며 “굉장히 성실하게 인생을 사는 대한민국의 엄마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여자라면 더 공감할 역할이라 현실 세계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소개하며 “어떻게 봐줄지 궁금하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수현은 이번 작품을 통해 한국 영화에 데뷔한다. 극 중 자기관리에 철저하고 ‘쿨한’ 여성의 표본인 지수를 연기한다. 수현은 CCTV를 본 후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보며 가족 간에 일어나는 균열과 복잡한 감정선 사이, 정곡을 찌르는 연기와 함께 극의 흡입력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수현은 허진호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버킷리스트처럼 꿈의 감독님이었다”며 “여운이 남는 작품들, 그 속에 너무나 아이코닉한 여성 캐릭터들이 참 매력 있었는데 이렇게 인연이 돼서 정말 행복하다”고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한 뒤 “작업하는 과정에서도 대감독 옆에서 ‘네, 이렇게 하겠습니다’가 아니라 같이 의논하고 만들어간다는 생각을 줬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보통의 가족’은 세계 4대 영화제로 꼽히는 제48회 토론토국제영화제부터 제44회 판타스포르토 국제영화제, 제38회 프리부르영화제, 제26회 우디네극동영화제, 그리고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까지 국내 개봉 전부터 국제 유수 영화제 초청 19회라는 기록을 세우며 일찌감치 기대작으로 등극했다. 이에 대해 허진호 감독은 “국내에 소개되기까지 오래 걸린 것 같아서 아쉽다”며 “빨리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설경구는 해외에서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를 묻자 “배우들 모두 굉장히 긴장하고 촬영장에 가야 했다”며 “긴장을 놓지 않았다. 몰입하지 않으면 놓치게 되니까. 그런 호흡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스토리도 재밌다. 피 터지고 뼈가 부러지는 액션영화는 아니지만 ‘구강 액션’이 있고 그보다 더 강렬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장동건은 “토론토영화제에서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는데 나 역시 관객 입장에서 ‘강렬하고 마음을 동요한다’는 반응이 와닿았다”며 “딜레마에 대한 고민과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선택들, 인간의 본성, 양면성, 이런 것들이 막 뒤섞이고 휘몰아치면서 영화가 끝났을 때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라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됐다. ‘마음이 동요하는 작품’이라는 리뷰가 내 심정과 같았다”고 기억에 남는 반응을 전했다.
배우들은 거듭 작품을 향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국내 관객과의 만남에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설경구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되겠지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고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라며 “생각해 볼 법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많은 분들이 소통하고 공감하길 바란다”고 했다. 장동건은 “1시간 50분 정도 되는 시간이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며 “영화를 보고 여운과 떠오르는 생각을 느끼길 바란다”고 보탰다.
김희애는 “‘보통의 가족’을 찍으면서 ‘찐’ 작품을 하는구나, ‘찐’하게 연기를 했다”며 “많은 영화제에서 초청을 받았는데 먼저 영화를 인정해 줘서 고맙고 그런 영화를 드디어 소개할 수 있어 설렌다”고 말했다. 수현은 “허진호 감독만의 감성이 담겨 있고 생각도 자극하는 영화”라며 “디너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게 잔잔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 영화를 보면 그럴 틈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끝으로 허진호 감독은 “이렇게 많은 영화제에 가서 직접 관객과 만난 게 처음”이라며 “여러 나라에서 영화를 소개했을 때 초중반에 많이 웃고 중반부터 긴장감 있게 봐줬다. 반응도 너무 좋았다. 국내 반응도 기대되고 궁금하다. 많은 사랑 바란다”고 기대를 당부하며 관람을 독려했다. 오는 10월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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