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피날레에서 섬유 스프레이를 모델의 몸에 분사해 기상천외한 드레스를 선보인 2023 S/S 컬렉션, 강아지 로봇이 런웨이에 등장해 모델과 함께 미래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 2023 F/W 컬렉션까지. 몇 시즌째 기발한 퍼포먼스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브랜드 코페르니가 또 한 번 시동을 걸었다. 공식 인스타그램에 파리 디즈니랜드를 배경으로 미키 마우스가 환하게 인사하는 비디오를 업로드한 것. 오는 10월에 공개될 새 컬렉션이 파리 디즈니랜드에서 열린다는 소식과 함께였다.
곧이어 올라온 게시물에는 브랜드 듀오 디자이너인 세바스티앙 메이어와 아르노 베일런트가 파리 디즈니랜드에서 찍은 셀카와 함께 쇼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어릴 적 꿈이자 영감의 원천인 디즈니랜드에서 쇼를 펼칠 것이며, 많은 관객들에게 마법의 순간과 감동을 전하기 위해 디즈니랜드 팀과 긴밀하게 협업 중이라는 내용이다. 사실 디즈니를 포함한 만화 캐릭터와 동화적인 소재들은 매 시즌 패션 신에 등장하는데, 온갖 아이디어를 뿜어내야 하는 디자이너에게 어릴 적 추억과 동심은 빠질 수 없는 영감 중 하나이고 이는 때때로 컬렉션의 주요 키워드로 사용된다. 사랑스러운 디즈니 공주들이 입는 풍성한 벨 라인 드레스, 미키 마우스와 신데렐라 속 생쥐들이 신는 커다란 장화 등 볼륨 있고 동화적 분위기의 아이템을 런웨이에서 보는 것이 이제는 꽤 익숙하다. 디즈니에 푹 빠진 코페르니 외에도 오래전부터 미키 마우스 캐릭터를 프린트로 즐겨 사용하던 마크 제이콥스의 동심 역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시즌 빵빵한 실루엣의 옷을 입은 모델들을 거대한 의자와 책상으로 꾸며진 런웨이에 세워 인형놀이 같은 쇼를 선보였는데, 얼마 전 공개한 새 컬렉션 역시 지난 시즌을 이어가는 느낌이다. 미니 마우스를 떠올리는 레드 도트 스커트와 큼직한 버튼이 달린 피케 셔츠를 선보이고, 비비드한 컬러 블록이 돋보이는 풍성한 드레스에 마법봉을 들어야 할 것 같은 하얀 장갑을 더했다. 여기에 만화 캐릭터의 눈을 붙인 아이 메이크업까지 더해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컬렉션을 완성했다. 그런가 하면 언리얼에이지는 일본 애니메이션 〈도라에몽〉에서 영감받은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도라에몽의 시그너처인 대나무 헬리콥터를 단 조형물을 쇼장에 둥둥 뛰우고, 그 가운데로 종이를 접은 듯한 재치 있는 옷차림의 모델을 줄지어 등장시켰다. 관객에게 인비테이션으로 대나무 헬리콥터를 보내 쇼에 직접 동화된 기분을 선사했다고. 드라마틱한 쇼로 가득한 쿠튀르 컬렉션에서도 동심은 빠지지 않는다.
항상 예상치 못한 컬렉션을 선보이는 빅터 앤 롤프는 새 시즌에 커다란 조형물을 옷 속에 넣은 듯한 입체적인 실루엣의 컬렉션을 선보였다. 체크 패턴이 돋보이는 어깨 깡패 룩과 핑크 리본을 단 골드 드레스 룩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떠올리게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액세서리나 인형 같은 소품을 사용한 브랜드도 있다. 비비드 컬러의 플라스틱 헤어핀으로 귀엽게 분장한 꼼 데 가르송 옴므, 리본과 알록달록한 고리를 활용한 느와 케이 니노미야, 봉제인형을 사방에 매단 익살스러운 코트와 브라톱을 선보인 디비전까지. 비범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디자이너들의 동심이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런웨이에 오르고 있다. 동화와 현실은 거리가 멀지만, 귀여움은 사람을 무장해제시킨다. 10월 1일, 코페르니의 디즈니 컬렉션이 공개된다. 마음속 깊이 내재된 우리의 동심도 다시 한 번 꺼내볼 때, 또다시 귀여움이 세상을 구하는 장면을 목격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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