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뉴진스의 소속사인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27일 해임됐다. 하이브 자회사인 어도어는 이날 이사회를 소집해 민 대표를 어도어 대표이사에서 해임했다. 어도어에 따르면 민 전 대표의 사내이사직은 유지되며, 뉴진스의 프로듀싱 업무 역시 계속 맡을 수 있다.
어도어의 후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김주영 사내이사는, 하이브 출신의 인사관리(HR) 전문가다. 김 사내이사가 대표 자리에 앉게 되면서 어도어는 경영과 제작이 명확히 분리된다. “다른 모든 레이블에 일관되게 적용돼왔던 멀티레이블 운용 원칙이었으나, 그간 어도어만 예외적으로 대표이사가 제작과 경영을 모두 총괄해왔다”는 어도어의 설명이 있었지만, 사실상 민 대표의 역할이 축소되고 방 의장 직할 체제가 들어선 것이나 다름없다.
업계에선 민 전 대표의 해임은 예정됐던 수순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 어도어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는 하이브는 지난 5월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민 대표를 해임하려 했으나, 법원이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제동이 걸린 바 있다. 당시 민 전 대표의 측근이었던 이사 2명은 해임됐고, 그 자리에 하이브 측 인사 3명이 어도어의 이사직에 선임되면서 이사회를 ‘3대 1’ 구도로 만들었다. 이미 민 대표의 해임도 예상됐던 이유다.
하이브는 이번 이사회 소집에 앞선 지난달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주주간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법원에 ‘해지 확인의 소’도 제기했다. 다만 하이브의 상반기보고서에 “일부 주주(민희진)를 대상으로 주주간계약을 해지하였고, 이와 관련해 주주간계약 해지 확인의 소를 제기해 계류 중에 있다”고 밝힌 만큼, 이 주주간 계약 해지의 결과가 효력이 있는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민 전 대표도 이 부분을 문제 삼았다. 민 전 대표 측은 28일 “하이브가 주주간 계약 해지를 주장하지만 이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대표이사 민희진이 주주간 계약의 해지를 인정한 사실도 없다”면서 “따라서 이번 해임 결정은 주주간 계약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이사회 소집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어도어 정관상 이사회는 일주일 전에 각 이사에게 통지하여 소집하도록 되어 있지만, 어도어 이사회가 소집 결의한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소집 통지 기간을 하루로 변경하는 정관 개정이 있었다”며 “대표이사 해임을 염두에 두고 대응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기 위한 사전 조치라고 강하게 의심된다. 실제 어도어 이사회 의장 김주영은 지난 8월 24일에서야 ‘대표이사 변경’이 안건임을 통지했다”고 꼬집었다.
뉴진스에게도 이번 민 전 대표의 해임은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 전 대표 측은 “어도어 이사회사 프로듀싱 업무를 담당시키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면서 “마치 대표이사 민희진이 자신의 의사에 의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프로듀싱 업무만 담당하겠다고 한 것처럼 언론플레이하는 것은 대중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뉴진스의 프로듀싱을 담당할 순 있겠지만, 손발이 잘린 채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때문에 현재로서는 민 전 대표가 해임에 불응해 어도어와의 법적 싸움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 과정이 민 전 대표에게 크게 승산이 없을 거라는 평이 우세하다. 민 전표가 법적 싸움에서 패한다면 뉴진스를 데리고 독립하거나, 손발이 잘린 채 어도어에 남는 것밖엔 방법이 없다. 다만 전자의 경우 엄청난 위약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고, 후자의 경우는 퇴사를 종용하는 듯한 하이브의 태도에 자존심을 굽혀야 하는 상황이다.
민 전 대표 홀로 어도어를 떠나더라도 당장 뉴진스의 활동은 크게 문제될 건 없다. 이미 하이브에는 프로듀싱 능력을 갖춘 인사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어 민 전 대표의 자리를 누구든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민 전 대표가 만든 콘셉트를 토대로 성장한 뉴진스의 정체성이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남는다. 더구나 뉴진스 멤버들도 이미 민 전 대표와의 끈끈한 신뢰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엄마’ 잃은 이들이 어도어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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