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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 탈(脫) ‘헬조선’ 만이 정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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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28일 개봉하는 영화 ‘한국이 싫어서’의 주인공 ‘계나'(고아성)는 한국 탈출을 꿈꾸는 20대 후반의 평범한 직장인이다./제공=디스테이션

비싼 집값에 교통 편한 서울 살이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고 매일 출퇴근 전쟁에 시달려야 하는 이 나라, 직장내 부조리에 목소리를 높여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오히려 어이없어 하는 시선 뿐인 이 나라, 평범한 월급쟁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헬조선’에서의 탈출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그럼에도 대부분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현실에 순응하며 고된 하루살이를 감수하지만, 28일 개봉하는 새 영화 ‘한국이 싫어서’의 주인공 ‘계나'(고아성)는 과감히 낯선 타국에서의 새로운 삶에 도전한다. 이 같은 선택은 그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까.

가까스로 학자금 대출을 모두 갚은 20대 후반의 회사원 ‘계나’는 사내 비리 동참을 부추기는 상사 탓에 힘들기만 하다. 설상가상으로 부모님은 아파트 재건축 분담금이 부족해 자신만을 바라보고, 오래 사귄 남자친구 ‘지명'(김우겸)의 가족은 자신을 은근히 무시하는 눈치다. 마침내 퇴사를 결심하고 ‘지명’에게도 이별을 통보한 뒤 오랫동안 꿈꿔왔던 뉴질랜드행 비행기에 오르는 ‘계나’, 그곳에서 만난 한국 청년 ‘재인'(주종혁)은 도피성 유학을 온 것같은 외모와 철없어 보이는 행동으로 ‘계나’를 언짢게 한다. 이처럼 처음 대하는 환경과 사람들에 당황하던 ‘계나’는 시간이 흘러 적응이 이뤄지자 비로소 행복을 느낀다. 그러나 평화롭던 나날도 잠시,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으로 뉴질랜드 생활이 위태로워진다.

한국이 싫어서
28일 개봉하는 영화 ‘한국이 싫어서’에서 주인공 ‘계나'(오른쪽)는 뉴질랜드에서 자유와 행복을 만끽한다./제공=디스테이션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이 영화는 장강명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극중 무대가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소설과 달라진 부분이 있는데, 가장 많이 바뀐 것은 ‘계나’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소설은 호주로 간 ‘계나’가 현지 영주권과 시민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생존 경쟁에 자발적으로 나서는 주인공의 변화를 냉정하게 관찰한다. 반면 영화는 ‘계나’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계속 유지하면서, 뉴질랜드 유학원장 ‘지은'(김지영) 가족과 취업후 나름 행복하게 살아가는 ‘지명’ 등 주변인물들을 통해 지구상 어디에도 완전한 천국과 지옥은 없다는 걸 같은 비중으로 이야기하려 애쓴다.

오래 사귄 연인 사이의 갈등이 집안 형편의 차이에서 비롯되고, 돈은 없지만 마음만은 행복한 청춘 남녀를 묘사할 때 늘 다뤄지는 인디 밴드가 어김없이 등장하는 등 다소 구태의연한 설정이 신선도를 떨어뜨린다. 이와 함께 기성세대 관객들을 상대로는 ‘그래서 어쩌자고?’란 질문을 유발하기 십상인 ‘열린 결말’도 조금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이 와중에 극을 지탱하는 건 고아성의 차분하면서도 힘 있는 ‘원톱’ 연기다. 아주 드라마틱하진 않지만 일상적인 화법과 호소력 있는 눈빛으로 긴장감을 유발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연기에선 여성 연기자들 가운데 정유미와 쌍벽을 이루는데, 이번에도 역시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다. 12세 이상 관람가.

아시아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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