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기 없는 맨얼굴, 음정이 빗나가고 칼군무가 삐끗하는 장면들. 기존 K-팝에서라면 아직은 대중에게 내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들이 여과없이 담겨 상품이 됐다. 이 특이한 상품을 전세계 2억 7800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업체가 제작하고 방영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지난 21일(한국시간) 공개한 8부작 ‘팝스타 아카데미:캣츠아이’는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오디션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를 통해 탄생한 걸그룹 캣츠아이의 탄생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그간 K-팝은 흠결 없는 비주얼, 칼군무 등 ‘예쁘고 멋지게 완성된 무대 위 모습’으로 인기를 끌어왔다. 오랜 연습기간 동안 다져진 팀워크도 대중들이 환호하는 요소였다.
‘팝스타 아카데미:캣츠아이’는 이같은 K-팝의 일반적인 성공 방정식에서 과감히 벗어났다. 완성된 스타가 아니라, 스타이고 싶은 10대들의 모습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완성된 무대가 아니라, 그 무대를 향해 가는 과정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었다. 다큐멘터리로 제작되면서 드라마틱한 상황 연출이나 서바이벌 쇼의 자극적인 요소는 배제하고, 트레이닝 받는 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진솔하게 담았다.
넷플릭스에서 인지도가 전혀 없는 신인 그룹의 데뷔 과정을 콘텐츠로 기획·제작한 사례는 그간 없었다. 무명의 연습생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로는 시청률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콘텐츠 업계의 상식을 벗어난 이같은 다큐멘터리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K-팝 업계는 제작사와 넷플릭스의 이해가 맞았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하이브와 게펜 레코드는 미국에서 진행하는 오디션 끝에 탄생할 걸그룹의 글로벌 전략으로 넷플릭스를 택했다. 전세계 190여개국에서 서비스하는 업체와 협업하면 빠르게 글로벌 진출과 확장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세계적인 히트 상품이 된 K-팝 아티스트의 탄생 과정 역시 콘텐츠 상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과감하게 제작에 뛰어들었다.
실제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팝스타 아카데미: 캣츠아이’를 두고 “단순히 캣츠아이를 알아가는 이야기 정도가 될 수도 있었지만, 훨씬 더 깊이 들어가서 현존하는 가장 큰 두 대중음악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과 그 결정이 오디션 참가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라고 전했다.
하이브와 게펜 레코드는 앞선 오디션 때도 글로벌 확장을 위한 신선한 방식을 택한 바 있다. 공식 유튜브 채널을 비롯해 위버스, 인스타그램, X, 틱톡, 페이스북 등 다양한 소셜 채널을 통해 주제별 오디션 콘텐츠를 선보였다. 참가자에 직접 투표하고 합격자 선발 과정에 참여하게 만들었다. 참가자들도 직접 SNS를 운영하면서 팬들과 자유롭게 소통하고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등 소셜 기반 소통 강화에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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