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인 7월 18일에 만나고 벌써 2주 가까운 시간이 흘렀네요
생일을 타사키와 함께하고 축하도 받아서 뜻 깊었어요. 진주가 가진 아름다움을 느꼈죠.
만약 촬영이 없었다면 생일을 어떻게 보냈을까요? 촬영 당일에도 춤 연습을 하러 가긴 했지만
매년 그랬듯 팬들과 생일 기념 라이브 방송을 하지 않았을까요? 그날은 자정 넘어 연습이 끝나는 바람에 그럴 여유가 없었지만, 보통 라이브를 한 뒤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거든요.
KCON을 마치고 LA에서 막 돌아왔고, 새 미니 앨범과 솔로 월드 투어, 서바이벌 프로그램 MC 도전까지! 일부러 바쁘게 지내는 건지
아뇨, 저는 가능하면 일상을 누리며 느긋하게 준비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에요. 열여섯 살에 데뷔했고, 쉴 틈 없이 달려왔던 경험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냥 제가 해야 할 일이 많더라고요(웃음).
KCON LA는 어땠나요
미국은 가장 큰 음악시장이잖아요. 갈 때마다 기대감과 욕심이 생겨요. 원래 반응을 하나하나 찾아보지는 않는 편인데 이번 무대는 SNS에서 트렌딩돼 자부심이 생겼죠. 오오랫동안 응원해 준 팬들을 직접 보러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긴 해요.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보기 위해 비행기표를 끊고 다른 나라까지 온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7월 중순에는 팬 미팅 ‘Never-Never’가 추가 회차까지 총 네 번에 걸쳐 열렸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저는 팬과 특히 가까운 것 같아요. 데뷔 때는 워낙 어리고 내성적이라 말 한 마디 하는 게 어려웠는데, 어느 순간 봉인이 ‘확’ 풀렸달까요.
‘SHINee World VI’ 콘서트에서 저도 그 결속력을 느꼈어요. 팬들이 자발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공연을 즐기는 K팝 콘서트가 그렇게 많지는 않거든요
정말요? 와, 그렇구나.
시간이 흐르며 또 각별해 진 게 있나요. 8월 19일 발표할 미니 앨범 5집 컨셉트 트레일러에 팬지(Pansy) 꽃이 등장해 팬들을 감동에 빠뜨렸습니다
샤이니 데뷔일의 탄생화인 만큼 꽃말 자체가 내가 데뷔했던 순간, 바깥 시선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순간을 의미한다고 생각해요. 어디에 소속돼 있든 나는 태민이라는 주체성을 갖고 있다는 것, 시작을 선입견 없이 봐주면 좋겠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오래 함께했던 소속사를 떠나 처음 앨범을 발표하는 지금 시점에 어울리는 의미군요. 새 출발을 결심하는 데 어떤 것이 힘이 됐나요
제가 어릴 때 데뷔하지 않았다면 저도 이런 모험을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아이가 부모로부터 독립하듯 한발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었던 마음이 가장 컸죠. 데뷔 초에는 회사가 만들어준 걸 해내면 되지만, 연차가 쌓이면 스스로 브랜딩을 해야 하는 시점이 오니까요. 앞으로 제가 중심이 돼 관여도와 비중을 높여가고 싶어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있긴 하지만요.
태민은 셀프 브랜딩을 일찌감치 잘해온 아티스트 아닌가요.
피곤한 길을 택한 건지(웃음).
곡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나요
그럼요. 앨범 전곡을 작사 · 작곡하는 건 제 꿈이에요. 물론 지금도 많은 작가와 함께한다면 해낼 수는 있을 테지만 그런 기술적인 측면보다 제 내면을 실사화한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K팝이라는 장르가 정형화될 수밖에 없는 면이 있지만 그걸 벗어나 들었을 때 진짜 태민 같은 음악을 선보이고 싶죠.
2020년 발표한 ‘2 Kids’를 들었을 때 처음으로 태민이 현실적인 ‘청년’으로 보였어요. 가사에 직접 참여한 곡이기도 했고요
서로 사랑에 서투른 시기에 만났던 어린 커플의 이야기죠. 회사에서 찾은 곡이었지만 워낙 멜로디가 좋아서 가사를 쓰고, 정규 2집 프롤로그로 선보이게 됐어요.
곡이 수록된 앨범 〈Never Gonna Dance Again〉의 제목도 어떤 선언처럼 느껴졌습니다
당시 앨범 준비에 슈퍼엠 활동까지 하며 번아웃 비슷한 게 왔던 시점이었어요. 진짜 그만둬야 되나, 그런 말을 반농담으로 했던 시기니까. 어린 시절부터 간직해 온 꿈을 놓고 싶지 않아서 겨우 잡고 있었지만요.
한 웹예능 프로그램에서 ‘Guilty’를 ‘태민의 클리셰 같은 곡’이라고 표현했는데, 그건 지금 목표로 하는 ‘태민 같은 음악’과는 또 다른 것인지
표현과 움직임이 감각적이라는 점, 그럼에도 소년 같은 요소가 있다는 점에서 ‘클리셰’라는 표현을 썼나 봐요. 제 대표곡인 ‘Move’에서 파생한 퍼포먼스가 제 음악적 정체성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거든요.
7년 전 ‘Move’라는 센슈얼한 곡으로 직진할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합니다. 샤이니도, 그 안의 태민도 그런 텐션이 있던 멤버는 아니었으니까요
제 고집을 부리고 싶은 시점이었던 것 같아요. 당시 원래 타이틀은 다른 곡이었는데 저는 ‘Move’가 정답이라고 느껴져서 확신을 갖고 밀어붙였죠. 다행히 좋은 결과를 냈고요. 지금의 제가 두려움을 딛고 계속 스스로 판단하며 도전할 수 있는 것도 그런 경험을 통해 얻은 자신감 덕분이 아닐까 해요.
최초와 도전을 항상 좋아하고 고민하는 아티스트죠
새로운 걸 찾는 건 정말 너무 어려워요. 그런데 그걸 해내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유행하는 챌린지를 요청하는 것만 봐도 팬들은 항상 다른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것 같긴 하거든요. 다른 아티스트와 차별화되는 지점이 저를 좋아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을 테고요.
그러고보니 데뷔 17년 차인데도 새로 유입되는 태민 팬이 많다는 건 알고 있는지
정말이라면 너무 감사한 일이죠! 그분들을 절대 못 나가게 하고 싶습니다(웃음). 샤이니로서도, 솔로 아티스트로서도 이렇게 길게 활동하는 팀이 많지 않다는데, 사람들의 ‘진짜 추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이번 제 노래가 10년 뒤에는 누군가에게 추억의 노래가 될 수도 있겠죠.
‘샤이니 이즈 백’의 파급력으로는 부족한 거군요(웃음). 그나저나 지난해 샤이니가 ‘Hard’와 ‘Juice’ 같은 트랩 장르를 갖고 왔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아직 보여주지 않은 것, 멋지고 새로운 게 진짜 있구나 싶었거든요
저희가 진짜 래퍼처럼 랩을 할 수는 없겠지만 트랩 장르의 바이브와 핵심은 캐치해서 멋지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샤이니의 무기는 다양한 색을 소화할 수 있는 팀이라는 거예요. 새로운 장르와 컨셉트를 꾸준히 시도하며 거기에 저희를 맞추는 트레이닝도 잘돼 있죠. 그런데 이제는 진짜 새로운 게 없는 것 같긴 해요(웃음).
태민에게도 소화하기 어려운 컨셉트가 있었을지
그럼요. 예를 들어 ‘View’. 덜어냄으로써 다른 팀과 차별성이 생겼던 건데, 당시 열정이 ‘이글이글’ 타오르던 저로서는 이렇게 힘을 빼는 게 맞나 싶었거든요.
미니 5집 제목은 ‘영원하다’라는 의미의 〈Eternal〉이지만 솔로로서 하는 첫 월드 투어명은 ‘Ephemeral Gaze(일시적 응시)’입니다. 상반되는 게 흥미로운데
이름이라는 건 계속 기억되잖아요. 시간을 뛰어넘어 고유명사가 되고 싶다는 야심에 ‘영원’이라는 단어를 택했어요. 저는 아주 일찍부터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고, 이에 대한 고찰을 진짜 많이 하거든요. 감사한 일이라는 걸 알지만 혹시 내가 시선에 노출되지 않는다면 뭐가 달라졌을지, 어쩔 수 없이 수반되는 불필요한 오해들을 떠올리면 ‘시선(Gaze)’ 자체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그런데 그 시선이라는 건 결국 사람마다 너무 다르고, 나를 보는 타인의 시선이 있다면 그걸 인식하는 주체는 저죠. 내가 의식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것도 아닌 거예요. 그러니까 그냥 무대 위에서 모든 걸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투어 타이틀을 정했습니다.
생각보다도 명백한 의도였군요. 8월 29일 서울에서 시작될 월드 투어에 대한 각오는
샤이니를 2세대 아이돌이라고 부르지만 현역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만큼 저는 잊히고 싶지 않아요. 업계에서 누구를 대체하다, 대체재라는 표현을 많이 쓰잖아요. 그게 틀린 표현이 아니라는 것도 알지만, 전 그 말들이 너무 상품같이 느껴져서 싫더라고요. BTS랑 세븐틴도 벌써 10년인데, 그 친구들도 우리가 오래 활동해 주는 게 유의미하다는 말을 곧잘 해요. 욕심일지언정 저는 그 가능성을 계속 열고 싶어요. 제가 god가 잠실주경기장에서 콘서트를 계속하고 소녀시대가 건재하길 바라는 것처럼.
그런 책임감을 갖고 단독 MC로 후배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9월 방영 예정인 보이 그룹 경연 〈로드 투 킹덤: ACE OF ACE〉 MC는 어떤 마음으로 수락했나요
고맙게도 많은 후배가 저를 롤모델로 꼽아와 줬어요. 그런 만큼 이 프로그램에 제가 MC로 선다면 나중에 돌아봤을 때 상징적인 기억이 되지 않을까 싶었죠. “그때 많은 사람이 날 존중해 줘서, 덕분에 MC를 할 수 있었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그리고 〈퀸덤: 퍼즐〉 MC 경험이 있는 태연 누나에게 조언을 구했었는데….
오! 어떤 조언을 받았는지 궁금한데요(웃음)
누나가 “어, 힘들긴 한데, 하고 나면 좋아”라고 하더라고요. 힘든 거야 뭐 그냥 하면 되는 거니까 뒤에 ‘좋아’에 방점을 찍었는데, 녹화 시간이 정말… 길더라고요. 정신을 차릴 수 없었어요(웃음)!
데뷔부터 지금까지, 태민으로 이룬 것 중 가장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것
멤버들과 같이 걸어온 길 그 자체. 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해보라면 다시 할 자신이 없을 정도로 정말 많은 걸 해냈어요. 2018년 해체 기로에 섰을 때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달려온 것도 정말 너무 잘한 일이에요. 그리고 저희를 정말 많은 사람이 함께 응원해 준다는 것, 유대감을 갖고 지켜봐주는 것 같아서 인생을 이렇게 보낼 수 있는 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 시간을 돌아봤을 때 애틋하게 떠오르는 한 장면은
2009년 발표한 곡 ‘Y_O_U’를 저희가 라디오에서 다 같이 부른 적 있는데, 그때가 지금도 기억나요. 가사를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미래의 우리는 어떤 모습일지 멤버들을 한 명 한 명 보며 상상했거든요. 그때 상상했던 많은 미래가 어느덧 과거가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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