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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로 위시되는 8090 세대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지난해 태어난 대한민국 신생아 수는 22만9천 명으로 집계됐다. 전쟁통 속에서도 63만 명을 출산한 약 70년 전과 지금은 무언가 달라져도 크게 달라졌다. 24년도 1분기 출산율까지 0.81로 또 한 번 역대 최저치를 경신한 가운데, 세계 자살률 1위 한국에서 근간 목숨을 끊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한 해 평균 무려 1만 명이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자살사망자 수 6,375명으로 지난해 동기간보다 10.1%(상기 내용은 보건복지부 기준) 늘어난 상태다. 화려한 빌딩숲 속에서 간과하기 쉬운 것은 사각지대에도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타고난 원가정의 불우함에 시달리는 아이들, 장기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연인의 이별 통보를 받아들여야 했던 청년들, 작은 동네 사업장마저 뒤로 한 채 일용직으로 내몰린 가장들, 어느 날 갑자기 환자가 된 식구를 돌보며 고요하게 시들어 가는 노인들까지. 이 같은 범인(凡人)들의 일상다반사는 미디어가 이야기하는 극소수의 성공·부·명예와는 동떨어진 차원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여기, 자기 영향력을 몸값으로 환산하는 스펙타클 인생도 있다. ‘더 인플루언서’. 넷플릭스만이 해낼 수 있는 이 욕망 생태 보고서는 대한민국 유수 크리에이터 77명의 비즈니스 쇼맨십과 본 성격을 적나라하게 비춘다. 그들은 대체 어떤 말씨와 행동, 판단력으로 말미암아 이런 유명세와 부를 얻었나. 프로그램은 생존 서바이벌 콘셉트 속에서, 상처 입을지언정 결코 사그라지지 않는 이들의 동물적인 욕망을 조명한다. 실제로 톱급으로 부상한 현 인플루언서들은 전사로 분류될 법하다. 누구에게나 진입로가 열린 대신 성공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독특한 시장에서, 톱 중의 톱일수록 하루아침에 구독자를 뭉텅이로 잃을 가능성도 크다. 이 시장에서의 성장과 성공은 타고난 DNA 형질에 가까운 것인데, 이때 이들의 내공을 증명하는 일은 톱 레벨의 유지다. 톱을 지켜낸다는 것은 파도처럼 밀려드는 호의호식 유혹 속에서 고도의 절제력으로 일궈낸 중용과도 같다. 현 인플루언서로 위시되는 8090은 어쩌면 심리적인 차원에선 꽤 불운한 세대로 보인다. 베이비붐 세대 손에서 금지옥엽 자라나며 고퀄리티 교육을 받았고, 그만큼 비대해지고 총명한 에고(ego)와 상시 대면해야 한다. 고속 성장한 사회, 그렇기에 앞으로의 저성장이 우려되는 현시점에 청춘들이 손 쉽게 취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도파민뿐일까. 가령, 초호화 인플루언서의 삶을 내심 좇는 청춘들이 최후의 순간까지 지켜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각자에게 천명처럼 주어진 개별 스테이터스(status, 신분·지위)일 것이다. 사람이라면 무덤까지 갖춰야 할 최소한의 기틀과 공명정대함과 윤리 같은 것. 유한한 자신들의 자원을 어딘가에 미친 듯이 중독적으로 투여하지 않도록, 하루의 악행과 유혹을 잘 이겨내는 일. 만약 그런 여러분이라면 오늘도 무탈히 잘 살았다.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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