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탁월한 안목과 진심에, 타이밍이 의기투합한 결과일까. 으레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메달을 딴 국가대표 선수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마련이나, 이번에 예외적인 인물이 하나 추가되었다. 얼마 전 치러진 제33회 파리올림픽에서 역도 경기 중계를 한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전현무다.
우선 전현무가 스포츠 경기 중계를 했다는 게 놀라운 일이긴 했다. 아나운서 출신으로 예능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있어 다재다능한 면모를 보여온 전현무이나 스포츠 캐스터로서는 그 이력이 전무한 까닭이다. 그가 유튜브 채널 ‘르크크 이경규’의 ‘예능대부 갓경규’에 출연하여 한 말에 따르면, 아나운서로 활동하는 동안 스포츠국과 일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자신도 물론이거니와 스포츠국 또한 전현무를 예능 전문이라 여겨, 서로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거다. 그리고 무려 22년 차의 방송인이 된 오늘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8, 9개의 방송프로그램을 하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즉, 그로서는 준비도 많이 해야 하고 생방송이라 난이도도 높은 스포츠 중계 영역에 굳이 손을 뻗을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어쩌다, 아나운서도 아닌 방송인으로.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지금, 다른 것도 아닌 올림픽 경기를 중계하게 된 것일까. 어쩌면 전현무의 삶에서, 전혀 생각지 못했을 이 흐름은, 역도 국가대표 박혜정 선수와의 인연에서 시작되었다. 전현무가 MC로 있는 프로그램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박혜정과 또 다른 역도 국가대표 박주효 선수가 나와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토로했는데, 역도 경기는 중계도 잘 해주지 않고, 기자들도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나 혼자 산다’를 통해 박혜정 선수를 이미 알고 있었던 전현무는 그녀를 포함한 역도 선수들의 고충에 마음이 안타까워 자신도 모르게 ‘중계하고 싶다’라는 말을 내뱉었고. 이를 귀담아들은 KBS 스포츠국이 예정에 없었던 역도 경기 중계를 그에게 제안하면서, 전현무가 그 제안을 깊은 고민 끝에 수락하면서, 이 모든 감동의 서사가 만들어졌다 하겠다. 전현무는 최근에 자신이 한 일 중 가장 의미 있었던 일이라고 했는데 사실 KBS야말로 더욱 그러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근래의 KBS가 한 일 중 가장, 혹은 유일하게 잘한 것이었으니까. 덕분에 공중파 3사가 다 함께 역도 경기를 중계했고, 사람들은 ‘역사’ 박혜정이 합계 299kg을 들어 올려 은메달을 획득하는 순간을, 그녀가 써 내려가기 시작한 한국 역도의 새로운 역사를 빠짐없이 목도했다. “대한민국 역도 ‘역사’를 새롭게 쓸 마지막 대한민국의 ‘역사’, 박혜정 선수가 일을 낼 준비를 하고 있는 이곳은 아레나 파리 쉬드 경기장입니다.” 물론 전현무의 중계 덕을 톡톡히 본 것은 누가 뭐래도 KBS일 터. 여타의 중계에서는 타 방송국에 처참히 밀리던 KBS가 역도 경기만큼은, 전현무가 쏘아 올린 진심에 마음이 동한 사람들에 의해, 분당 최고 시청률 18.5%라는 역대급 성적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으니까. 모두가 보았으면 하는 어느 탁월한 선수의 경기를 선보일 수 없다는 아쉬움과 개인적인 관계에서 비롯된 안타까움, 그런데 자신은 무언가 해볼 만한 위치에 올라와 있고 심지어 제안도 받았다. 그저 있는 힘껏, 진심을 다해 응했을 뿐인데, 때마침 승리의 여신이 짓는 미소마저 따라붙었다. 어느 정도 예상했을 수 있지만 올림픽의 결과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절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이로부터 다시금 깨닫는 이치는, 진심이 어떤 탁월함과 그에 상응하는 노력과 어우러졌을 때 발산되는 힘은 하늘을 움직일 정도로 강력하여, 기대해 마지않았던, 아니면 차마 기대하지 못했던 새로운 ‘역사’를 써내곤 한다는 것이다. 이건 그리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도 아니고 보는 이들에게도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는 것인지라 목격자들에겐 더없이 큰 행운이다. 전현무 덕에 다 함께 목격하게 되었으니, 전현무가 현재 받고 있는 찬란한 스포트라이트의 전말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전현무 개인SNS, 유튜브 채널 ‘르크크 이경규’의 ‘예능대부 갓경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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