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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 영양 양조장 카페→부녀의 약수 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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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 283번째 여정은 경북 영양으로 떠난다.

포산마을은 사람이 가장 편안하게 느낀다는 600고지에 10가구 14명이 사는 오지 마을이다.질 좋기로 유명한 고추만큼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 잘게 다진 고추에 밀가루를 풀어 만든 고추죽은 현재 포산마을의 명물이 되었다. 부녀회장 이귀순 씨의 시어머니부터 내려온 고추죽은 다진 고기, 다진 버섯과 찹쌀을 넣어 맛도 모습도 발전했다. 맵찬 시집살이 버티며 허기를 달래던 고추죽은 이제 이웃 간의 정을 나누는 마을 음식이자 동네를 찾는 관광객에게 특별식이 돼 도시락으로 포장 배달되고 있다. 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에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고추죽을 맛본다.

영양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는 솟대들을 제작한 입암면 토박이 김동환 작가. 어귀에 세우는 마당 솟대와 장식용 일월산 솟대를 주로 만드는 작가의 솟대는 나무부터 특별하다. 기다림의 미학으로 깎아낸 솟대로 더 많은 사람의 희망이 되어주고 싶다는 작가의 진심을 하늘 위로 띄워 보낸다.

언덕 위에 위치해 두들이라 이름 붙은 두들마을은 360여 년 전 조선 후기 유학자 석계 이시명 선생과 부인 장계향 선생이 터를 잡아 형성된 마을이다. 장계향 선생은 후손을 위해 일흔이 넘은 나이에 ‘음식디미방’이라는 조리서를 집필했다. ‘음식디미방’의 음식은 고춧가루를 쓰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다는 특징이 있다. 복원한 음식들로 장계향 선생의 맥을 잇고 널리 알리고 싶다는 석계 종가의 내림 음식을 맛본다.

산이 높아 물이 좋으니, 술맛도 좋기로 유명한 영양의 영양양조장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이 있었던 곳. 하지만 2018년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했다. 일제강점기인 1915년부터 반세기 넘게 영양군민의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양조장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였으나 주민들의 노력을 통해 카페로 재탄생했다.  정감 있는 분위기에 더해 막걸리 타르트, 막걸리 푸딩, 막걸리 스무디 등 이색 막걸리 디저트를 만들어 양조장의 역사도 잇고 있다고. 목조 건물 깊이 스며든 구수한 추억의 향기에 더해 막걸리의 재발견 디저트로 사랑방이 되고 있다.

철분이 많아 톡 쏘는 맛이 일품인 양항 약수가 있어 예부터 장수마을로 유명했다는 양항리에 약수로 백숙을 만드는 가게가 있다. 13년 동안 백숙집을 꾸려온 어머니의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가게가 문 닫을 위기에 처하자, 세탁기 한번 돌려본 적 없는 아버지와 부엌칼 한번 제대로 안 쥐어본 딸이 2년째 합을 맞추는 중이다. 모든 게 처음인 딸을 위해 아버지 역시 초보 사장님 보필에 여념이 없다고. 게 껍데기와 수박 등 특식을 먹이며 직접 기른 토종닭, 철마다 캐온 약초와 밭에서 기른 채소들 덕분에 딸의 요리는 더 특별해지고 부녀는 함께 보람을 느낀다. 서로의 복이 되어주는 부녀의 합작품, 토종닭 백숙을 맛본다.

경북 영양 입암면 주실마을은 400여 년 전, 한양 조씨가 입향한 이래로 한양 조씨의 집성촌이자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고향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선비 정신의 맥을 이어가는 주실마을에는 ‘마을을 거치는 나그네에게는 냉수라도 먹여 보내라’는 선친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실천하는 조석윤 씨가 있다. 조석윤 씨는 ‘까빠 뚜뜰서 숨 돌리고 가세’라는 영양 사투리 간판을 집 앞에 내걸었다. ‘가파른 언덕길에 쉬었다 가라’는 뜻처럼 자신이 살고 있는 가정집을 카페처럼 예쁘게 꾸미고 가꿔 주실마을을 지나는 누구나 쉬고 갈 수 있도록 대문을 활짝 열었다. 담이 아닌 정을 쌓고 살아가며 나눔의 정신을 잇고 있는 주실마을에서 다정한 마음을 만나본다.

자연과 하나가 되어 아름다운 쉼표를 찍는 곳, 굽이굽이 마을마다 끊이지 않는 이웃들의 인정 많은 이야기는 8월 24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동네 한 바퀴’ [283화 만점이다 – 경상북도 영양] 편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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