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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 맹탕 같은 잡탕밥 호러, ‘늘봄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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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봄가든
조윤희가 21일 개봉하는 새 영화 ‘늘봄가든’에서 남편의 죽음 이후 각종 기이한 사건·사고에 시달리는 여주인공 ‘소희’ 역을 맡았다./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소희'(조윤희)는 스스로 세상을 등진 남편 ‘창수'(허동원)가 남긴 전원 주택으로 이사를 결심한다. 언니 ‘혜란'(김주령)은 시댁의 거듭된 폭언으로 뱃속 아이까지 유산하고 홀로 된 동생을 돕기 위해 남편과 아이들을 대동한 채 수시로 시골집을 찾는데, 하루는 정원에서 놀던 딸 ‘지원'(송지우)으로부터 죽은 이모부를 봤다는 말을 듣고 불길한 기운을 감지한다. 한편 악몽과 환영에 시달리던 ‘소희’는 동네에서 행방불명된 고교생 ‘현주'(추예진)가 집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사고와 관련됐다고 생각해 ‘현주’의 소재를 찾아 나서지만, ‘현주’의 불량기 가득한 친구들은 ‘소희’의 접근을 피하는데 급급하다.

공포영화는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파격적인 상상력을 구현하는데 적합한 장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덤벼들지만, 문제는 이 같은 시도가 대부분 썩 좋지 않은 결과로 끝난다는 점이다. 고예산이 아니어도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이 일종의 낮은 진입장벽으로 여겨지는 탓일텐데, 공포영화야말로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아무나 성공할 수 없는’ 장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늘봄가든
21일 개봉하는 ‘늘봄가든’에서 퇴마사 ‘인겸'(정인겸)이 극중 주무대인 전원 주택 내부를 들려다보고 있는 장면이다./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21일 개봉한 ‘늘봄가든’은 악령에 씌인 집과 원한을 품은 소녀 귀신, 빙의와 퇴마 의식, 가장 믿고 의지했던 가족의 배신 등 기존 국내 호러물들의 여러 설정들을 모두 가져와 한데 섞었다. 또 이걸로 모자라 ‘가출팸’의 범죄 행각을 대하는 사회 비판적 시선을 양념으로 얹은 뒤, 곤지암 정신병원·경북 영덕횟집과 더불어 ‘대한민국 3대 흉가’란 자극적인 홍보 문구까지 앞세우고 있다.

영화의 완성도를 깎아먹는 패착은 이처럼 잡다하게 모아놓은 ‘재료’들로부터 우선 비롯된다. 온갖 공포 유발 장치들이 곳곳에 널려있지만, 개연성이란 단어를 갖다붙이기 다소 민망한 수준의 엉성한 극 구성으로 인해 연쇄적인 반응 없이 제각각 따로 논다. 사건의 인과관계가 느슨하게 엮여있다 보니, 공포의 점층적인 상승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늘봄가든
영화 ‘늘봄가든’에서 ‘혜란'(김주령)과 그의 자녀들은 공포를 유발하기 위한 도구 정도로만 활용된다./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가장 심각한 결점은 등장인물들을 대하는 연출자의 무심한 태도다. 주인공 ‘소희’를 비롯한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보는 이들을 무섭게 하기 위한 수단 정도로만 활용된다. 이를테면 극중 ‘혜란’ 가족은 공포지수를 끌어올리기 위한 단순 도구에 불과할 뿐, 왜 그들이 극 중에 있어야 하는지 설명되지 않는다.

쇼츠 형식의 짧은 영상을 선호하는 요즘 관객들을 의식해 상영시간을 1시간 30분 남짓으로 맞추는 과정에서 과한 편집이 이뤄졌나 추정도 해 본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 됐든 ‘맹탕 같은 잡탕밥 호러’란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듯싶다. 참고로 곤지암 정신병원·경북 영덕횟집과 더불어 ‘대한민국 3대 흉가’란 홍보 문구는 영화의 주된 내용과 별다른 관계가 없다. 15세 이상 관람가.

아시아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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