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상을 당한 코미디언 김시덕에게 아들은 아무 것도 묻지 않고 꼭 안아주며 “사랑해”라고 말했다.
김시덕은 지난 17일 인스타그램에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알리며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글로 적었다.
사생아로 태어난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가슴 속에만 꾹꾹 눌러왔던 마음을 터트렸다. 김시덕은 “유년시절 ‘너만 태어나지 않았어도’라는 가스라이팅으로 나는 태어나서는 안 되는 아이로 각인됐고, 부친 쪽에도 모친 쪽에도 너무나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을 가진 채 어린 시절을 보낸 기억이 남아있다”며 “결국 그분들은 본인의 행복을 위해 나를 홀로 방임하며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기 시절 그 상처가 원망으로 변해 ‘보란 듯이 성공해서 되갚아주겠다’고 다짐했다”며 “남들 웃는 모습이 좋아 농담으로 사람들을 웃겼고, 웃었던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 주는 모습에 웃기는 걸 집착했다”고 지난날의 이야기를 꺼냈다. 이어 “개그맨이 된 뒤 나를 찾아와 무리한 부탁만 하는 모습에 실망만 남았고, 결혼하고 내 마음속에서 ‘반면교사’라는 네 글자를 다짐했다”고 밝혔다.
김시덕은 “이 글을 적기 전 내 아이에게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아빠 한번 안아주면 안 되냐'”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가 “아무 것도 묻지 않고 안아주며 내 부모에게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사랑해’라는 말을 해줬다”며 “난 지금 진짜 가족이 생겨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전했다.
김시덕은 “‘너만 태어나지 않았어도’라는 말을 한 부친께 꼭 하고 싶었던 말을 전하겠다”며 “태어나게 해줘서 너무나 감사하다. 덕분에 내 가족을 만났다. 다음 생이 있다면 부디 내 아버지가 되지 말아주십시오.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2001년 KBS 16기 코미디언으로 데뷔한 김시덕은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마빡이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2008년 승무원인 임은경 씨와 결혼해 2010년 아들을 품에 안았다.
김시덕은 2022년 MBN ‘특종세상’에서 사생아로 태어난 것을 고백하며 “아버지는 본인 가정으로 돌아가셨고, 어머니도 나를 키우다가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났다”고 말했다. 그는 “난 아홉 살 때부터 혼자 살았다”며 어린 시절부터 신문배달 등 알바하며 배고픔과 추위를 겪으며 가난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양아라 에디터 / ara.yang@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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