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임지연이 또 다른 얼굴을 장착하고 돌아왔다. ‘리볼버’ 속 임지연은 넘치는 에너지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긴장감도 놓치지 않으며 존재감을 뿜어낸다. ‘리볼버’로 자유롭게 연기하는 재미를 느꼈다는 임지연은 정윤선을 통해 자존감 역시 높아졌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함께 호흡한 전도연처럼, 그 역할로 존재할 수 있는 아름다운 배우이길 소망했다.
지난 7일 개봉된 ‘리볼버'(감독 오승욱)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수영(전도연 분)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 ‘무뢰한’으로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며 연출력을 인정받은 오승욱 감독과 전도연이 재회한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임지연은 수영의 조력자인지 배신자인지 속내를 알 수 없는 정윤선 역을 맡아 전도연, 지창욱, 김준한, 정만식 등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 연진 역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임지연은 ENA ‘마당 있는 집’에서 짜장면 먹방과 강렬한 연기로 시선을 압도했다. 그리고 ‘리볼버’에서도 전도연과 미묘한 긴장감을 형성하며 끝까지 예측불가의 재미를 안겨준다. 임지연 특유의 에너지로 완성된 정윤선은 ‘리볼버’의 킥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임지연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예전 인터뷰에서 자신이 볼 때 재능이 많지 않은 것 같다는 얘기를 했지만, 한예종 시절 작품을 많이 했고 자칭 ‘한예종 전도연’이라고 했다. 특별히 이렇게 말한 이유가 있나?
“저는 아직도 재능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무섭다. 만식 선배나 창욱 오빠처럼 현장에서 느껴지는 대로 애드리브를 하는 감각적인 배우가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지금도 그래서 더 캐릭터 분석을 열심히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배우는 혼자 연기하는 것이 아니다. 부족하지만 알을 깼으니 더 라이브한 연기를 보여드리고 다양하게 연기하고 싶다. ‘한예종 전도연’은 그렇게 되고 싶어서 얘기하고 다녔다. 그 당시 선배님은 여왕이셨다. 그래서 전도연 선배님처럼 되고 싶다는 말을 내 입으로 하고 다녔다.”
– 전도연 배우의 반응은 어땠나?
“제가 ‘유퀴즈’ 때 얘기를 했다. 그 당시 ‘리볼버’ 촬영을 하고 있었다. 저는 존경하는 마음에서 사랑스럽게 말한 거지만, 제가 언급했다는 것 자체를 안 좋아하지 않을까, 부담스러워하시면 어쩌나 했는데, 여쭤보니 안 보셨다고 하더라.(웃음) 근데 되게 좋아하신다. 연기할 때는 집중해야 하니까 많이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홍보하면서는 하트뿅뿅 하고 있다. 사진이 뜨면 우리 너무 닮았지 않냐면서 매일 사랑 표현을 하고 있다.
– 전도연 배우처럼 되고 싶다고 했는데, ‘전도연의 연기’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
“선배님이 안 보이고 그냥 그 인물이다. 저는 그랬다. 수영이 산에서 싸우고 잔뜩 흐트러진 머리와 상처 가득한 얼굴로 내려와서 총 하나 딱 들고 쳐다보는데 그 모습이 너무 예쁘더라. 그 인물로서 아름다웠다. 그런 아름다움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 닮고 싶다.”
– 엔딩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윤선이가 차 안에서 바라보는데, 저는 조금 아쉬웠던 것이 윤선이가 자고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더라.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운전도 윤선이 다했으니 얼마나 피곤했겠나. 편집하는 과정에서 윤선이 지쳐서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공유하기도 했는데, 영화 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들더라.”
– “딱 요만큼만 언니 편”이라고 했던 윤선이 나중에는 “에브리띵”이라고 한다. 혹시 수영을 통해서 대리만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나?
“맞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데 수영은 직진한다. 에브리띵으로 가는 과정에서의 마음 변화를 미묘하게 줬다. 택시에서 통화하고 나서 “더럽네”라고 하는 것도 또 배신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싫은 거다. 구질구질한 건 같은데 목적만 보고 달려가고 쫄지 않고 직진하는 이 여자가 너무 멋진 거다. 그 모습에 반했고, 자연스럽게 도와주고 싶은데 겪은 인생이 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배신하고 있는 스스로에 대한 마음을 짧지만 조금씩 주려고 했다. 그 에브리띵은 진짜였다. 그녀를 좋아했던 것 같다.”
– 혹시 촬영했는데 편집이 된 장면도 있나?
“네온사인 거리를 정윤선이 멋있게 걸어가는 것이 있다. 종로에서 촬영했는데 자르셨다. 그 얘기를 일찍 들어서 제발 자르지 말아달라고 했다. 되게 멋있게 엉덩이를 흔들면서 걸었고 풀샷이 너무 좋았는데 결국 자르셔서 아쉬웠다.”
– 송혜교, 김태희, 전도연 배우까지 ‘여배우 컬렉터’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전도연 배우에겐 쫄았다고 했는데 송혜교, 김태희 배우와는 어떤 느낌이 있었나?
“다 쫄았다. 하늘 같은 선배님이라 안 쫄면 거짓말이다. 전도연 선배님은 ‘한예종 전도연’이라고 한 다음이라, 더 크게 왔다. 압도되어 못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불안이었다. 그걸 선배님이 눈빛 한 방으로 정리를 해주셔서 너무나 귀중한 순간이었다. 송혜교, 김태희 선배님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긴장감 속에서 촬영하다 보니 항상 쪼는 게 있다. 지금 촬영 중인 드라마에서도 그렇다.”
– 건강하게, 자기 관리를 잘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연기 활동에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어떤가?
“제가 먹는 걸 너무 좋아하고 사랑한다. 어렸을 때는 먹으려고 운동한다고 할 정도였는데, 보여지는 직업이다 보니 관리를 해야 해서 운동을 한다. 지금은 운동이 저의 재미있는 취미가 됐다. 예전에 한창 많이 할 때는 쉬는 날에 필라테스 끝나면 바로 헬스장 가고 골프도 쳤다. 게을러지는 제 모습이 싫어서 취미도 계속 몸 쓰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 한번에 라면 5봉을 먹기도 했다고 했는데, 진짜 많이 먹으면 얼마 정도 먹을 수 있나?
“작정하고 한창 달리거나 몸을 좀 키워도 되는 인물을 하거나, 혹은 운동할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이 된다고 할 때는 진짜 많이 먹는다. 요즘 먹방 유튜버가 되게 많은데, 그걸 보면서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대신 저는 빨리 먹지는 않는다. 오래 많이 먹는다. 예를 들어 신당동 떡볶이가 2인분에 1만6천 원 정도 하는 것 같은데, 거기서 둘이 먹었을 때 10만 원이 나온 적이 있다. 떡볶이를 좋아해서 그만큼 많이 먹는다. 하지만 촬영할 때는 탄수화물을 아예 안 먹는다.”
– 혹시 액션에 대한 욕심도 있나?
“액션 욕심 있다. 나중에 한번 보여드리고 싶다. 몸 쓰는 걸 좋아하고 열심히 연습해서 제대로 된 액션을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 요즘도 정독도서관에 가나?
“최근엔 드라마 촬영에 스케줄이 많아서 못 갔다. 작품 준비를 할 때는 혼자 심심할 때마다 갔고, 집 앞에 있는 스터디 카페도 많이 간다. 가서 대본 보고 끄적거리기도 한다.”
– 많이 알아보지 않나?
“화장 안 하면 잘 못 알아보시더라. 저는 많이 알아봐 주셨으면 좋겠다. 안 그러면 서운하다. 어딜 가도 인사를 많이 하는 편이다. 제가 또 금호동 딸이라, 금호동에선 다들 아셔서 아는 척을 안 하시더라.(웃음)”
– 이번 작품엔 같은 소속사 이정재 배우가 출연했는데,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이 있나?
“선배님이 너무 바쁘셔서 못 여쭤봤는데 스틸 사진에 대해선 너무 괜찮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이정재, 정우성 선배님 모두 저를 좋아하고 귀여워해 주신다.”
– 남동생은 ‘핑계고’ 이후에 따로 반응을 보여준 것이 있나?
“당연히 봤을 것 같은데 얘기 안 하더라. 남동생이 표현을 잘 안 한다. 그래서 살짝 서운하기도 한데, 그래도 가끔 인스타에 제 영화나 드라마 나오면 올려주기도 하더라. 그럼 혼자 감동하곤 한다.”
– 남자친구(이도현)와 함께 배우로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보니 더 많이 주목을 받는 것 같은데, 어떤 마음인가?
“그 친구가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서로 엄청 응원하는 사이고, 일에 있어서도 되게 좋아하는 배우다. 그래서 더 의지를 많이 하는 것 같다.”
– ‘더 글로리’, ‘마당 있는 집’에 이어 ‘리볼버’까지, 강렬한 연기를 너무 잘 소화하다 보니 대중도 배우 임지연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 배우 스스로도 자신감이 생겼는지 궁금하다.
“미친 자존감을 가진 정윤선을 연기하며 저 스스로도 자존감이 올라갔고 좋아졌다. 저는 자격지심이 많은 배우다. 그런데 정윤선을 하면서 ‘되면 되고 말면 말고’를 처음으로 입 밖으로 내봤다. 악착같이, 치열하게 말고도 내려놓고 그냥 막 놀아보는 것도 대중이 좋아한다는 것을 처음 느껴봐서 앞으로도 그렇게 연기할 수 있는 작품,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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