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에서 여자 탁구 개인전 동메달과 단체전 은메달을 따낸 일본 탁구선수 하야타 히나(24)가 귀국 인터뷰에서 가미카제(태평양 전쟁 당시 자살비행특공대) 관련 박물관을 가고 싶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과 산케이신문 등을 보면 하야타는 1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귀국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하야타는 “금메달을 목표로 열심히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결과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한 뒤 ‘지금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가고시마의 특공 자료관을 방문해 살아있는 것, 탁구 선수로 활동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느끼고 싶다”고 답했다.
하야타가 언급한 ‘특공 자료관’은 일본 규슈의 가고시마현 내에 있는 가미카제 관련 박물관을 말한다. 미나미큐슈시 ‘지란특공평화회관’ 등 3곳이 있는데 지란은 태평양 전쟁 당시 가미카제 특공대가 출발했던 비행기지가 있던 곳이다. 이곳 등에서 출격해 희생된 특공대는 1036명에 이르고, 이 중에는 조선인 대원 11명도 포함되어 있다. ‘지란특공평화회관’에는 특공대원들의 유서와 편지 등 기록물 1만4000여점의 자료가 보관·전시돼 있다. 당시의 전투기 실물과 복원한 모형도 볼 수 있다.
하야타의 발언이 알려지자 중국 탁구 선수들이 즉각 불쾌감을 드러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4일 “가미카제 조종사는 일본 우익 활동가들의 추악함과 잔혹함을 나타내며 2차 세계 대전 중 일본의 군사적 침략을 상징한다”며 “이 소식을 듣고 중국 탁구 선수인 쑨잉샤와 판젠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서 하야타를 즉시 ‘언팔로우’했고 이는 누리꾼들의 지지를 얻었다”고 전했다. 판젠동은 2024 파리올림픽에서 남자 단식 금메달을 땄고, 쑨잉샤는 여자 단식에서 은메달을 땄다.
하야타는 국내 누리꾼들에게도 익숙한 선수다. 앞서 신유빈(20·대한항공)은 지난 3일(현지시각)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자신을 꺾은 하야타를 진심으로 축하하는 모습을 보여 일본 언론과 누리꾼들의 찬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신유빈은 경기에서 이긴 뒤 코트에 주저앉아 울던 하야타에게 다가가 웃는 얼굴로 포옹하며 그의 승리를 축하했다.
한겨레 천경석 기자 / 1000pr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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