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크로스’, 그 2편을 극장에서 보고픈 이유 3가지
영희↗ 철이↖, 크로스(X)는 1980년대 완벽한 합일체의 구호였다. 2024년 배우 황정민X염정아이 영화 ‘크로스’에서 쿵하면 짝하는 호흡을 자랑한다.
여자주인공 영희가 자신의 이름을 외치며 왼팔을 먼저 뻗어 올리고, 남자주인공 철이가 역시나 이름을 외치며 오른팔을 영희의 왼팔 위에 X자로 겹쳐 뻗은 뒤, 함께 크로스를 외치는 ‘영희~, 철이~, 크로스!’는 1979년 4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 KBS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어린이 특공대’에서 나왔다.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만화영화라고 불렀던 시절, 일본 애니메이션 ‘공룡대전쟁 아이젠버그’의 더빙판인 줄도 모르고, 일요일 아침이면 브라운관(두께가 두꺼운 진공관 TV) 앞으로 달려가 신나게 봤다.
영희와 철이가 타고 다니던 트럭이 적의 출현과 함께 비행선으로 변하고, 전황이 벼랑 끝으로 몰리면 드디어 ‘영희~, 철이~, 크로스!’를 외치고 둘이 하나 되어 거대 로봇으로 변신해 빌딩보다 큰 공룡을 물리치는 순간을 기다리며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그리고 때맞춰 함께 외쳤다, 영희~, 철이~, 크로스! 만화영화가 종영하고도 골목에서, 학교 교실과 운동장에서 ‘영희~, 철이~, 크로스!’는 계속해서 들렸다.
40년도 더 된 추억을 영화 ‘크로스’(감독 이명훈, 제작 ㈜사나이픽처스‧㈜오브라크리에이티브‧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채널 넷플릭스)가 불러왔다. 혼자일 때보다 둘이 하나 될 때 ‘천하무적’이 되는 게 영락없이 ‘어린이 특공대’, 아니 ‘부부 특공대’이다. 부부 중 남편 박강무는 황정민이, 부인 강미선은 염정아가 맡았다.
배우 황정민의 연기는 이번에도 천연덕스럽다. 진짜 그 인물처럼 보인다, 원맨쇼를 한다. 황정민의 몸을 빌린 박강무는 요리며 빨래며 집안 살림 ‘척척’의 전업주부였다가 전 직장의 후배의 안타까운 사연을 외면하지 못하는 휴머니스트였다가 후배 김중산(김주헌 분)을 구하고 미선을 구할 때는 ‘웬만해선 막을 자 없는’ 에이스 첩보원이다.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에서 해녀 5인방의 리더 엄진숙으로 중성적 파워를 1차 보여주긴 했지만, 부글부글 끓되 폭발하지 못한 진숙의 서사 속에 갈팡질팡 우유부단함을 보여 아쉬움이 일었던 배우 염정아는 ‘크로스’에서 제대로 터진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1계 1팀 경감으로 분해 지독한 추적에 끈질긴 수사력을 지닌 에이스 형사의 강단을 과시한다. 팀장 상웅(정만식 분)마저 팀원으로 보이게 하는 카리스마, 후배 형사들 헌기(차래형 분)와 동수(이호철 분)까지 남자 형사들을 ‘귀요미 3인방’으로 만들어 버리는 힘이 염정아에게서 발산된다.
각자 빛나던 강무와 미선, 황정민과 염정아의 ‘강무~ 미선~ 크로스!’ 합체를 부르는 이가 장희주다. 제작사 사나이픽처스만 만나면 ‘거칠어지는’ 배우 전혜진이 황정민X염정아 조를 상대한다. 영화 ‘리볼버’(감독 오승욱)에서 패셔니스타의 면모를 까칠함과 섞었다면, ‘크로스’에서는 제대로 팔색조 빌런이다. 끝내 본색을 드러낼 때, 짜릿하다!
미선~ 강무~ 크로스!로 합체되면 세상 무서울 게 없는 황정민X염정아 부부 특공대에 보조 아니고 메인인 빌런 전혜진, ‘리볼버’에 이어 웃음제조기 능력을 입증한 정만식을 선두로 한 귀요미 3인방까지 하나 된 ‘크로스’ 대작전이 통했다. OTT 순위 분석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기준, ‘글로벌 TOP 10’ 비영어 영화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이 정도로 배부르지 않다, 이대로는 못 보낸다. 2편이 나와야 하는 3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김중산이 살아 있다. 거대 방산 비리와 감금시설이나 다름없는 안가(安家) 격 정신병원의 실체를 파헤친 중요 인물인데, 1편에서는 모진 고문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직업의식과 오랜 시간 만들었을 근육만 보여줬다. 말로만 처리된 김중산의 흥미진진 추격 스토리만 해도 영화가 한 편 나올 판이다.
둘째, 장희주도 죽지 않았다. 구속·감금돼 있을 희주를 과감히 탈옥시켜 염정아X황정민 조와 맞붙을, 또 하나의 ‘크로스’를 만들 멋진 짝지가 전혜진에게도 있는 2편을 기대한다. 전혜진의 기럭지와 조화를 이루면서 대한민국 액션의 대명사 배우여야 막강한 황X염 조와 팽팽한 대결이 될 것이다.
셋째, 극장에서 볼 줄 알았던 ‘크로스’였던 만큼 2편은 스크린에서 만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액션 지수를 보강하고 대형 화면을 채울 만큼 미장센도 촘촘해야 한다. 안방극장을 넘어 새로이 스크린에서 보는 것인가, 기대감을 주었던 김주헌 배우의 활약도 영화관에서 보고 싶다.
업황과 영화의 매무새 등을 고려할 때 현 상황에서 1편의 넷플릭스 행은 적절했다. 예비 관객들께 ‘크로스’의 내공과 발전 가능성을 확실히 ‘기미’해 드렸으니, 다시 신발 끈 조이고 본래의 계획과 포부대로 완성한 2편을 극장에서 관람할 날을 앙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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