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기간 야구는 계속됐다. 그 사이 700만 관중을 넘겼고 13일 549경기 만에 800만 관중도 돌파했다. 보통은 시즌이 이어질수록 관중 증가 폭이 둔화하는데 올해는 아니다. 꾸준히 많이 들어온다. 평균 관중이 1만4638명(13일 기준)이니까 수치상 올 시즌 1053만 관중(720경기)도 동원할 수 있다. ‘900만 관중’이 괜히 나오는 소리가 아니다.
두산 베어스는 올 시즌 10개 구단 최초로 지난 8일 100만 관중도 채웠다. 간발의 차이로 ‘첫 100만 관중’ 타이틀을 뺏긴 엘지(LG) 트윈스 또한 이번 주말 기아(KIA) 타이거즈전에서 100만 관중을 넘게 된다. 평균 관중은 엘지(1만9220명)가 10개 구단 중 제일 많은데, 좌석 점유율이 83.57%에 이른다.
현재 모든 구단은 평균 관중이 1만명을 넘고 있다. 구장이 제일 작은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1만2000석)의 좌석 점유율은 94.48%. 주말 경기 좌석 구하기는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다. 한화 구단 관계자들은 지인들의 표 선 예매 부탁을 거절하느라 진을 빼고 있다. 한화 경기는 홈·원정 다 합해서 108경기 중 59차례 매진됐다.
10개 구단 관중 수입은 13일 현재 1195억원을 훌쩍 넘겼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관중 수입이 1200억원을 넘어섰는데 올해는 1500억원까지 바라보고 있다. 그야말로 ‘초대박 시즌’이다. 비수도권 한 구단은 상품 매출이 작년보다 100% 증가했다고 한다. 수도권 한 구단의 상품 매출은 7월말 이미 작년 수준을 넘어섰다. 키움 히어로즈 또한 이정후(MLB 진출), 안우진(입대) 등 투타 주축 선수들이 떠났는데도 소폭이나마 작년보다 상품 매출이 늘었다.
프로야구 인기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되고 있다. 엔데믹에 따른 보복 소비 심리, 중계권사 변경에 따른 2차 저작물 허용, 2030 여성팬의 증가 등등. 나름의 이유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야구 선수의 아이돌 팬덤화다. 한 수도권 구단 마케팅 관계자는 “아이돌 가수는 접근이 힘들어서 덕질이 어려운 반면 프로야구 선수는 팬들 가까이에 있다. 사인도 직접 받을 수 있고, 셀피도 잘 찍어준다”면서 “야구장으로 커피차 등을 보내면 선수들이 다함께 나눠먹으면서 직접 고맙다는 인사도 한다. 그래서 젊은 선수층이 많은 구단일수록 2030 여성팬들이 더 늘어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경우 올 시즌 대구 라이온즈파크(라팍) 개장 이후 처음으로 100만 관중을 바라보고 있는데, 야수진의 세대교체가 이뤄져 구자욱을 비롯해 이재현, 김성윤, 김영웅 등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7월까지 라팍으로 팬들이 보낸 커피차만 7대. 8월에는 25일까지 6대가 왔거나 온다. (라팍은 다른 야구장과 달리 선수와 팬의 동선이 겹치지 않아 커피차를 더 잘 쏠 수 있는 구조다.)
선수들에게 아이돌 같은 팬덤이 생기면서 아이돌 관련 연계 상품을 제작하는 기업에서 협업 문의도 구단으로 들어온다. 예전에는 없던 일이다. 구단들은 아이돌 가수처럼 선수 포토카드도 랜덤 뽑기 등으로 판매하는데 이 또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호기심 삼아 한 두 차례 뽑는 팬들도 있고, 좋아하는 선수 포토 카드가 나올 때까지 10번 이상 뽑는 팬들도 있다. 아이돌 그룹이 앨범을 내면 ‘최애’ 포토카드를 얻기 위해 멤버 수만큼 앨범을 사는 것과 비슷한 문화다. 야구장에는 아이돌 콘서트에서나 볼만한 대포 카메라도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찍힌 사진은 개인 SNS를 통해 공유돼 널리 퍼지고 또 다른 팬을 유입시키는 역할도 한다.
프로야구단은 현재의 인기에 부응해 다양한 굿즈를 내놓고 있다. 여러 캐릭터와 콜라보도 진행하는데 일부 굿즈는 곧바로 동난다. 야구장에서 굿즈를 사기 위해 상품 매장에서 30분 이상 줄을 서는 모습은 더는 낯설지가 않다. 유니폼에 새길 일부 선수 마킹의 경우 1주일 이상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야구장 안팎에서는 “이런 일은 진짜 처음”이라는 말이 계속 들린다.
구단들의 고심은 지속 가능성에 있다. 야구 신규 팬은 2~3년 뒤 성향이 갈린다. 야구 자체를 좋아하게 되어서 진성 팬이 되거나 경기 내용, 혹은 선수 일탈에 실망해서 등을 돌린다. 인기 고공행진을 하다가 꺾였던 경험이 있던 터라 구단들은 다양한 마케팅 활동과 더불어 구장 편의시설 확충 등을 고민 중이다. 선수들에게 팬 서비스 관련 교육도 계속 시키고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700만, 800만 관중 규모에 맞는 경기력일 것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했다. 하지만 노만 저어서는 안 된다. 물이 계속 흐르게 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불과 2년 전 단 774명 관중(2022년 4월12일 고척 키움-NC전) 앞에서도 경기했던 프로 리그라면 더욱 그래야 하지 않을까.
한겨레 김양희 기자 /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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