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LACE HOTEL TO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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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마루노우치의 숱한 빌딩이 그려내는 스카이라인은 명료한 미감을 가졌다. 주요 기업의 사옥들과 금융 타워가 빼곡한 이곳에서 어떤 기품을 느낄 수 있는 건 황궁을 품고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팰리스 호텔 도쿄는 황궁과 가장 가까이 자리 잡고 있는 유서 깊은 호텔로 ‘1-1-1 Marunouchi’라는 주소지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팰리스 도쿄의 전신은 1947년 문을 연 호텔 테이토(Teito), 이후 1961년 팰리스 호텔로 이름을 바꾼 뒤 여러 번의 개보수를 거쳐 2012년 영국 건축가 테리 맥기니티(Terry McGinnity)에 의해 새 시대에 걸맞은 건축물로 탄생했다. 황궁의 해자와 물길을 유유히 품고 있는 이 백색의 건축물은 일본적인 정갈함을 드러내며, 공기와 여백이 건물 곁을 흐르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따스한 봄날, 1307호 딜럭스 트윈 룸에 체크인했다. 넓은 테라스가 주는 개방감, 그레이 스톤 컬러의 카펫, 일본 종이 와시를 바른 듯 은은한 벽으로 둘러싸인 방은 퇴색되지 않을 클래식과 현대미를 동시에 전한다. 1970년대의 도쿄에 머무는 듯하면서도 현재의 감각이라 해도 무방할 세련됨과 고급스러움. 욕실과 침실을 미닫이문으로 나누고, 욕조 전면을 유리 파티션으로 구분해 구조에 재미를 더함과 동시에 일정한 퍼스펙티브를 만들었다. 예컨대 욕조에 몸을 담근 상태에서 테라스 밖의 마루노우치 야경을 그윽하게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테라스로 나가면 가까이에는 고요히 숨은 황궁의 나직한 지붕들과 그 곁의 너른 정원이 펼쳐지고, 시선을 멀리 두면 아직 눈이 녹지 않은 후지산 꼭대기가 보인다. 보고 있어도 실감이 나지 않는, 우키요에의 정적인 한 장면 같다. 팰리스 호텔 도쿄가 추구하는 건 진정한‘오모테나시(Omotenashi)’로, 손님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하찮은 것이 없다는 일본 고유의 환대 문화에 기인한다. 알랭 뒤카스의 파트너 레스토랑인 에스테레(Esterre)에서 맛본 다이닝의 여운을 안고 돌아왔을 때 룸은 밤의 조도로 변해 있었고, 구석구석 배치가 달라져 있었다. 정성스러운 ‘턴다운 서비스’(투숙객의 편안한 취침을 위해 침구와 비품을 정리해 주는 서비스)의 따듯한 매무새였다. 보드라운 코튼 파자마가 침대 끝에 놓여 있었고, 침대 옆 바닥에는 새하얀 리넨 크로스 위에 슬리퍼를 나란히 얹어둔 게 보인다. 밤사이 생길 수 있는 갈증을 위해 물과 얼음, 눈의 피로를 풀어줄 온열 안대까지 오차 없이 정확한 자리에 두고 간 누군가의 손길 덕분에 파자마를 갈아입는 행위가 밤을 맞는 의식 같았다. 섬세한 케어를 받고 있을 때의 안정감, 호텔의 70년 역사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져온 전통 안에 내가 잠시 있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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