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JTBC 드라마 ‘놀아주는 여자’로 데뷔 이래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운 얼굴을 꺼낸 엄태구는 “응원해 준 분들 덕분에 힘을 많이 얻은 시간이었다”면서 결코 쉽지 않았던 도전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2007년 영화 ‘기담’로 데뷔해 어느덧 데뷔 18년 차를 맞은 엄태구는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서 선 굵은 연기로 묵직한 존재감을 뽐내왔다. 영화 ‘인간중독’(2014), ‘차이나타운’(2015), ‘밀정’(2016), ‘낙원의 밤’(2019), 드라마 ‘구해줘2’(2019), ‘홈타운’(2021) 등 매 작품 강한 인상을 남기는 연기로 대중을 매료해 왔다. 그리고 지난 1일 종영한 ‘놀아주는 여자’로 또 하나의 무기를 장착했다.
‘놀아주는 여자’는 어두운 과거를 청산한 큰형님 지환(엄태구 분)과 아이들을 놀아주는 미니언니 은하(한선화 분)의 로맨스 드라마다. 엄태구는 극 중 조직의 보스였던 과거를 청산하고 사회적 기업 ‘목마른 사슴’의 대표 이사 서지환으로 분해 특유의 매력은 물론, 그동안 보지 못한 사랑스러운 얼굴까지 꺼내며 시청자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특히 엄태구는 허스키한 보이스와 상반되는 다정한 말투, 거칠지만 사랑하는 이 앞에서는 한없이 따뜻하고 애절한 눈빛까지 기존 로맨틱 코미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를 완성하며 첫 ‘로코’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평가를 얻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엄태구는 종영 소감과 새로운 도전을 택한 이유, 촬영 비하인드, 한선화와의 연기 호흡 등 ‘놀아주는 여자’와 함께한 순간을 돌아봤다. “매 신, 장면 하나하나 진심으로 임함다”는 연기 철학을 전하기도 했다.
-종영 소감은.
“감사한 마음이 한가득이다. 촬영하면서 확신이 없고 어떻게 볼지 두렵기도 했는데 높은 시청률은 아니지만 본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 크다. 응원해 준 분들 덕분에 힘을 많이 얻은 작품, 시간이었다.”
-주변 반응도 궁금하다.
“어머니가 많이 좋아해서 기분이 좋다. 아마 밝고 TV에 많이 나오니까 좋아한 것 같다. 형(엄태화 감독)은 잘 못 보는 것 같다. 형수랑 형을 만났는데 형수가 ‘놀아주는 여자’ 보는 형을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형수는 울고 있고 형은 인상 쓰고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데뷔 후 첫 로맨틱코미디였다. 어떻게 선택하게 됐나.
“그동안 너무 어두운 걸 많이 했다. 그래서 밝은 작품이 하고 싶었는데 그런 작품이 들어오지 않았다.(웃음) 그러다 들어온 게 ‘놀아주는 여자’ 대본이었다. 작품이 하나 들어왔는데 괜찮다고 느끼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대본이 재밌었다. 무해하고 귀여웠다.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갑자기 너무 밝은 걸 하는 게 아닐까 겁이 나기도 했는데 도전해 볼 만한 대본이었고 도전해 보고 싶었다.”
-연기적으로는 어떻게 달랐나.
“매 신, 장면 하나하나 진심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특별히 다르진 않았는데 다른 촬영 때나 평소보다 그 이상으로 업된 상태를 유지해야 하니까 그게 쉽지 않았다. 몸을 풀어보기도 하고 그 상황에서 그 인물이 최대한 되고자 어떻게든 진심으로 하려고 잘되지 않아도 계속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유독 어려웠던 장면, 소위 ‘현타’가 왔던 순간을 꼽자면.
“바람 부는 장면에서 멋있는 척하면서 등장하는 게 쉽지 않았다. 목표는 아무리 부끄러워도 진심으로, 진짜처럼 하는 거였다. 바람을 맞으며 멋있게 등장하는 게 민망했지만 민망함은 중요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잘 해낼 수 있을까가 포커스였다. 술에 취한 장면도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감독님이 많이 업을 시켰으면 좋겠다고 해서 최대한 노력해서 찍은 신이다. 걱정한 것에 비해 잘 나온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지환은 어떤 인물로 다가왔나.
“올곧음이 서지환의 매력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목마른 사슴들 직원들이 잘못나가거나 혼을 낼 때 더 따끔하고 진지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구해줘2’에 이어 한선화와 다시 호흡을 맞췄다. 어땠나.
“너무 반가웠다. 구면이라 첫 촬영할 때부터 어색함 없이 할 수 있었다. ‘구해줘2’에서 한선화와 함께한 기억이 좋았기 때문에 ‘놀아주는 여자’ 첫 촬영할 때도 긴장도 됐지만 설렘도 있었다. 현장에서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많이 한 날도 있었다.(웃음) 미리 서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현장에서 맞춰가면서 했던 게 더 많았던 것 같다. 나는 촬영하면서 감이 잘 안잡히면 다섯 테이크를 가도 헤맨다. 그런데 한선화는 순발력과 집중력이 뛰어나더라. 한두 테이크 만에 찾는다. 그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목마른 사슴들 멤버, ‘사슴즈’와의 호흡은 어땠나.
“같이 하면서 정말 든든했다. 방송을 보면서도 든든했다. 지환이 계속 고민에 빠지고 그런 순간들이 있는데 쳐질 수 있는 분위기를 목마른 사슴 친구들이 다 재미로 살려줘서 다행이었다. 같이 촬영하면서 자유롭게 이야기도 나누고 농담도 하고 그랬다. 사이가 좋았다.”
-이번 작품에서 스스로 칭찬할 만한 점을 꼽자면.
“전작보다 조금 더 잘 들렸다? 발음을 항상 신경 썼고 평소에도 많이 연습했다.”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강렬한 이미지 등 자신이 가진 개성이 작품을 택하고 연기하는데 방해가 되기도 하나.
“그래서 이번 ‘놀아주는 여자’를 공개하기 전에 더 떨렸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이번 작품을 좋아해 줘서 다행이고 감사하게 느낀다. 안 어울린다고 생각할 수 있고 충분히 그럴만한 여지가 있는 새로운 장르였잖나. 다른 색깔을 냈는데 감사하게도 앞으로 하지 말아라 그건 아닌 것 같다. 촬영하면서도 확신이 있지 않았고 하고 나면 한동안 대본이 안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반응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힘을 얻고 위로를 받았다. 크게 와닿은 작품이다.”
-이 작품 이후 제안받는 역할에 변화도 있나. 이 장르에 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는지.
“아직 큰 변화는 모르겠다. 그렇게 다양하게 들어오진 않는다. 아직은 어떤 작품이 들어오고 뭘 하게 될지 물음표다. 모르는 상태다. 멜로나 로맨틱코미디 많이 해보고 싶다. 기회를 주시면 해보고 싶다. ‘놀아주는 여자’를 찍어 봤으니 다음엔 더 뻔뻔하게 보여드리고 싶다.”
-데뷔 18년 차다. 돌아보면 어떤가.
“데뷔 초에는 너무 부족했다. 지금도 부족하지만 지금의 내가 데뷔 초의 나를 봤을 때 너무 부족하고 오그라들고 못보겠다.(웃음)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막연하게 버텼다. 특별히 잘할 수 있는 게 없었고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버틸 수밖에 없었다. 그냥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 버린 것 같다. 부족하지만 매 컷, 매 신에 진심이었고 진심으로 하려고 노력했다. 앞으로도 그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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