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양성평등 가치를 실현한 올해의 영화인들은 누구일까. ‘벡델데이 2024’가 한국영화계 성평등에 공헌한 ‘벡델리안’ 수상자를 발표했다.
벡델데이는 2020년부터 ‘벡델 테스트 7’을 기반으로 해 성평등 관점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보인 10편의 한국영화를 매년 벡델초이스10으로 선정해오고 있다. 벡델리안은 벡델초이스10 선정작에 참여한 영화인 중 성평등 관점에서 가장 눈부신 활약을 보인 영화인을 선정해 시상하는 것으로, △감독 △작가 △제작자 △배우 부문으로 나뉜다.
올해의 벡델리안 4인은 다채로운 여성 서사와 캐릭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올해의 영화 부문 벡델초이스10 선정작 가운데에서 엄선됐다. 먼저 감독 부문에서는 입체적인 10대 여성 캐릭터를 그려낸 ‘비밀의 언덕’ 이지은 감독이 선정됐다. ‘비밀의 언덕’은 이지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그때 그 시절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섬세한 스토리와 메시지로 관객들의 공감대를 자극하며 사랑받은 작품이다.
작가 부문 수상자는 ‘교토에서 온 편지’ 시나리오를 쓴 김민주 감독이다. ‘교토에서 온 편지’는 김민주 감독의 섬세한 각본과 연출, 한선화‧한채아‧차미경 등 배우들의 진심 어린 연기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심사를 맡은 손희정 영화평론가는 “자전적 이야기로부터 보편적 공감을 불러내는 힘이 놀라운 작품”이라며 “영화가 놓치지 않고 세공해 낸 삶의 디테일들을 녹여냈다”고 평가했다. 김민주 감독은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를 시작으로, 제29회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심사위원상과 이날코 페이버릿을 수상하며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았다.
배우 부문에서는 웃음과 감동을 모두 잡은 통쾌한 추적극 ‘시민덕희’ 라미란이 수상한다. 라미란은 ‘시민덕희’에서 서민이자 엄마, 생활력 강한 중년 여성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공감을 넘어 쾌감을 선사했다. 심사를 맡은 최정화 문샷필름 대표는 “어떠한 캐릭터도 찰떡처럼 소화해 내는 배우”라며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모든 중년 여성들에게, 세상에 당당히 맞설 수 있음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라미란이 펼쳐내는 세계에 경의를 표한다”고 선정 이유를 전했다.
제작자 부문에서는 지난해 김혜수, 염정아 두 여성 배우를 앞세워 흥행에 성공한 영화 ‘밀수’ 제작사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가 선정됐다. 심사를 맡은 이언희 감독은 “강혜정이라는 제작자가 없었다면 우리가 보지 못했을 한국 영화가 얼마나 많았을지 감사와 존경을 표하며 앞으로도 우리에게 의미 있는 한국 영화를 보여주길 기대한다”는 응원을 전했다. 강혜정 대표는 ‘베테랑’(2015), ‘엑시트’(2019), ‘사바하’(2019), ‘인질’(2021)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제작해 왔으며 ‘엑시트’를 통해 2019년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편 올해 영화 부문 벡델초이스10에는 ‘교토에서 온 편지’ ‘너와 나’ ‘물비늘’ ‘밀수’ ‘비밀의 언덕’ ‘소풍’ ‘시민덕희’ ‘잠’ ‘정순’ ‘지옥만세’ 등이 선정됐다. 심사위원으로는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 ‘탐정: 리턴즈’ 등을 연출하고 디즈니+ ‘킬러들의 쇼핑몰’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이언희 감독을 필두로, 문샷필름 최정화 대표,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손희정 영화평론가가 참여했다. 오는 9월 7일 인디스페이스에서 벡델리안과 함께하는 토크프로그램 등 특별한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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