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맥그리거의 작품 앞에서는 형태의 복잡성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거나 심오한 메시지를 찾지 않아도 된다. 그가 파스텔컬러로 옮긴 일상 속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고 감상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브루클린 출신의 맥그리거는 30대 초반 멕시코시티에 거주할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후 다양한 도시를 여행하며 영감을 얻고 자신의 예술적 스타일을 다듬어왔다. 주로 일상에서 마주한 공간과 사물의 정경을 정물화로 묘사하는 맥그리거는 와인병과 꽃, 패션 아이템까지 자신이 생활하는 장소와 사용하는 물건이 불러일으키는 감각을 영감의 초점으로 삼는다. 최근 그는 자신이 방문했던 호텔 메모지에 그린 드로잉 모음집 〈룸서비스〉를 출간했다. 그리스에서 3개월 동안 작업한 결과물을 엮은 〈그리스 노트〉에 이은 두 번째 작품집이다. 인생의 대단한 순간보다 평범하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찰나에 매력을 느낀다는 마이클 맥그리거와 나눈 이야기.
생동감 넘치는 색상, 일상에서 마주하는 친근한 사물들. 어린아이의 눈으로 그린 듯한 유희적인 작품을 보니 당신의 어린 시절이 궁금합니다 어릴 적에는 방과 후 미술 수업과 집에서 그림을 그리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심지어 모두 잠든 시간에도 문을 닫은 채 독서등에 의지해 심야 드로잉을 그렸죠. 다른 취미로는 라디오 녹음을 즐겼는데, 직접 만든 믹스테이프 커버를 연필로 스케치해서 장식했어요. 드로잉은 제 유년시절에서 빠질 수 없는 놀이였어요.
그리는 일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누구나 삶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어요. 회화는 제가 느슨하게 세상을 해석하는 방법이에요. 모든 작품은 일상에서 비롯됩니다. 눈길을 끌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것을 캔버스로 옮겨요. 저는 아테네와 로스앤젤레스를 오가며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로스앤젤레스에선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개와 산책한 후 스튜디오로 돌아와 작업합니다. 그리스에서도 비슷한 일상을 보내요. 다른 점이 있다면 더 많이 걷고, 더 많은 책을 읽는 정도?
아테네와 로스앤젤레스, 두 도시를 오가는 이유는 서구 세계를 형성한 수많은 아이디어가 아테네에서 탄생했어요. 로스앤젤레스는 서구 문명의 물리적 종착지라 할 수 있죠. 두 곳의 간극을 메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두 도시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향기인 오렌지나무와 재스민이 많은 도시예요.
그래서인지 작품에서 자주 꽃을 발견했습니다. 유리병 같은 사물을 대상으로 하죠. 사람을 캔버스에 옮기는 경우는 드물어요 꽃과 병은 16세기 플랑드르 미술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정물화에서 깊은 관계와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미술사적 측면에서 이런 소재를 사용하는 걸 좋아해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채우는 옷과 음식, 가구, 책 등에 항상 매료됩니다. 사람을 표현할 수 있는 개체, 삶과 다양한 서사를 암시하는 장면과 사물에 관심이 많은 것도 이유죠. 사람을 그린 적은 거의 없지만, 최근 자화상을 그렸어요.
다양한 그림 소재 중 에르메스 립스틱이 꽤 흥미로웠습니다 립스틱은 저를 매혹하는 개체예요. 에르메스 립스틱이 처음 출시됐을 때 디자인이 흥미로웠어요. 심플하지만 컬러플하고, 재미있고, 또 섹시하고 우아했죠. 지난 3월 아트 서적을 출간하는 출판사 파라곤 북스(Paragon Books)에서 드로잉 모음집 〈룸서비스〉를 출간했어요 호텔마다 배치돼 있는 노트나 메모장에 그린 드로잉을 모은 책입니다. 이 작업은 2016년 멕시코에 있을 때부터 시작했어요. 장소와 사물 병치에 매료돼 여행 내내 탐구했죠. 그때부터 전 세계 호텔에 배치돼 있는 종이에 여행의 순간을 포착했어요. 탐험을 즐기고, 다양한 장소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관찰하는 걸 좋아해요. 여행을 기록하는 방법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지만, 그림 그리는 걸 더 선호합니다.
요즘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테니스에 빠져 있어요. 6월 1일부터 뉴욕 하시모토 컨템퍼러리(Hashimoto Contemporary)에서 열릴 전시를 위해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영화 포스터와 소주병 라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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