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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극장가 ‘코미디 대세’ 증명…’묵직한 대작’보다 ‘가벼운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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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9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220만명을 넘어선 ‘파일럿’의 한 장면. 조정석이 여장을 하며 웃음을 유발하는 작품이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조정석 주연의 코미디 ‘파일럿’이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여름 한국영화 5편 중 3편이 잇달아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며 극장가에 활력을 안기고 있다.

8일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지난 7월31일 개봉한 ‘파일럿'(감독 김한결·제작 쇼트케이크)이 개봉 9일째인 이날 오전 제작비를 회수하는 손익분기점인 220만 관객을 넘어섰다. 이는 올여름 개봉 영화 중 최단기간 손익분기점 돌파 기록이기도 하다. 

‘파일럿’은 ‘엑시트’ 이후 5년 만에 조정석이 선보이는 코미디 장르의 영화로, 부적절한 발언으로 직장에서 쫓겨난 유명 조종사 한정우(조정석)가 여동생 한정미(한선화)의 이름을 빌려 재취업하면서 벌어지는 소동극이다. 무엇보다 여장을 한 조정석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돋보인다.

다만 이야기의 개연성이 떨어지고 한정우를 누구도 의심하지 않고 여자로 받아들이는 상황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도 있으나 여러 상황이 빚어내는 웃음의 타율은 높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파일럿’의 흥행으로 올여름 극장가의 흥행 코드가 ‘코미디’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파일럿’에 앞서 6월26일 개봉한 ‘핸섬가이즈'(감독 남동협·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일찌감치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바 있다. 7일까지 176만8390명의 관객이 관람한 ‘핸섬가이즈’의 순제작비는 49억원으로, 손익분기점은 110만명으로 알려졌다.

영화는 상영 15일 만인 지난달 11일 손익분기점을 넘으며 올해 여름시장을 노리고 개봉한 한국 상업영화 가운데 가장 먼저 흥행에 성공했다.

‘핸섬가이즈’는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비주얼을 지닌 목수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가 전원생활을 꿈꾸며 새집으로 이사 온 날 얼굴 때문에 받는 오해로 좌충우돌이 이어지는 영화다. 미국 캐나다 합작 ‘터커&데일VS이블'(감독 엘리 크레이그)을 리메이크해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슬랩스틱 코미디 호러 장르물로 각광받았다.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핸섬가이즈'(왼쪽)와 ‘탈주’의 한 장면. 사진제공=NEW,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핸섬가이즈’와 ‘파일럿’의 흥행으로 코미디의 저력이 확인된 가운데 7월3일 개봉한 이제훈 구교환 주연의 ‘탈주'(감독 이종필·제작 더 램프) 역시 힘을 발휘하고 있다. 탈주’의 순제작비는 85억원, 손익분기점은 200만명 초반대다. 7일까지 ‘탈주’의 누적 관객 수는 251만2943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어 관객의 꾸준한 선택을 받고 있다. 

‘탈주’는 휴전선 인근 북한 최전방 군부대에서 10년 만의 제대를 앞두고 남한으로 귀순을 시도하는 규남(구교환)과 이를 저지하려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의 쫓고 쫓기는 치열한 추격전을 그렸다. 

특히 영화는 이념 갈등이나 분단의 아픔 등 기존의 북한을 그린 영화들과 다르게 자신이 열망하는 바를 위해 어디론가 탈주하고자 하는 인간의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욕망을 통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코미디까지는 아니지만 기존 탈북 소재 영화와 달리 젊은 청춘의 시선으로 분단의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그리면서 관객의 선택을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해 여름 시장에서 유일하게 손익분기점을 넘긴 ‘밀수’의 한 장면. 사진제공=NEW

● 2023년 여름 극장가는 어땠나

여름 시즌을 겨냥하고 야심차게 나섰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작품들도 있다.

순제작비 140억원이 든 ‘하이재킹'(감독 김성한·제작 퍼펙트스톰필름)과 185억원이 투입된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감독 김태곤·제작 CJ ENM STUDIOS 블라드스튜디오)는 각각 177만명, 6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치며 극장 상영으로 제작비 회수에 실패했다. 

‘하이재킹’은 300만명,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400만명을 동원해야 제작비 회수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현재 두 작품 모두 IPTV 및 VOD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여름 극장가와 비교해 손익분기점을 넘은 한국영화가 다수 나온 상황은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동시에 소위 텐트폴로 불리는 대작이 줄고, 제작 규모를 줄인 중급 영화들의 선전이 돋보인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여름 ‘밀수'(7월26일) ‘비공식작전'(8월2일) ‘더문'(8월2일) ‘콘크리트 유토피아'(8월9일)까지 4편의 영화가 ‘7말8초’로 불리는 극장가 최대 성수기를 공략했다. 그렇지만 ‘밀수’만이 514만명을 모으며 극장 수익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특히 ‘더 문'(순제작비 280억원, 손익분기점 600만명)과 ‘비공식작전'(200억원, 500만명)은 각각 51만명, 105만명이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여만 했다. 4편 모두 블록버스터로 불린 대작들인 만큼 자연스럽게 손익분기점도 높게 책정됐지만, 정작 작품의 완성도는 뒷받침 되지 않아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8월14일 개봉하는 '행복의 나라'의 한 장면. 사진제공=NEW
8월14일 개봉하는 ‘행복의 나라’의 한 장면. 사진제공=NEW

● 여름 어떤 작품 남았나, ‘행복의 나라’→’빅토리’

아직 올여름 개봉할 한국영화들이 여럿 존재한다.

전도연이 주연하고 오승욱 감독이 연출한 ‘리볼버'(제작 사나이픽처스)의 7일 개봉을 시작으로 오는 14일에는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제작 파파스필름)와 ‘빅토리'(감독 박범수·제작 안나푸르나필름)가 이어진다. 

‘리볼버’는 ‘무뢰한'(2015년) 이후 전도연과 오승욱 감독이 재회한 작품으로,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하수영(전도연)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이야기다. 오 감독이 “배우들의 향연”이라고 할 정도로 전도연, 지창욱, 임지연의 연기력이 돋보인다.

‘행복의 나라’는 10·26 대통령 암살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그 이후에 일어난 재판에 초점을 둔 작품이다. 특히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재규가 아닌 그의 부하였던 박흥주를 조명하며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선균이 박흥주를 모티브로 한 박태주를 연기하고, 조정석이 이기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승률 높은 변호사 정인후를 연기한다. 특히 ‘파일럿’ 흥행 이후 조정석이 다시 한번 여름 극장가에 출사표를 내던져 눈길을 끈다.

‘빅토리’는 1984년도 거제도에서 처음 만들어졌던 여고 치어리딩 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댄스 콤비’인 필선(이혜리)과 미나(박세완)가 서울에서 전학 온 치어리더 세현(조아람)을 내세워 학교 내에 치어리딩 동아리를 만들고 ‘밀레니엄 걸즈’를 결성하면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90년대 히트곡들과 함께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모두를 응원한다는 건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빅토리'의 한 장면. 사진제공=마인드마크
‘빅토리’의 한 장면. 사진제공=마인드마크
맥스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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