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당시 경쟁자였던 러시아 선수의 도핑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12년 만에 동메달리스트가 되는 전 역도 국가대표 전상균(43)이 “이제 나도 역도팀 감독이라는 꿈을 꿀 때가 됐다”며 심경을 밝혔다.
6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뒤늦은 메달로 올림픽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전상균 인터뷰를 전했다.
한국조폐공사에서 근무 중인 전상균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공식 초청을 받아 한국시각으로 9일 2024 파리올림픽 역도 시상식에 참가한다. 전상균은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역도 105㎏ 이상급 결선에서 4위를 했다. 이후 당시 3위를 한 러시아의 루슬란 알베고프가 금지 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뒤늦게 발각돼 동메달이 무효 처리됐다. 이에 전상균이 지난 3월 동메달리스트로 승격하게 됐다.
전상균은 뉴욕타임스에 12년 만에 메달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잠시 황홀한 기분이 들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그가 오래전 역도판을 떠났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역도선수→사무직 ‘인생 2막’
런던올림픽 이후 전상균은 한국조폐공사 역도팀 감독을 맡았지만, 2년 뒤 예산 삭감으로 팀이 해체됐다.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그는 한국조폐공사에서 사무직으로 일을 해야 했다. 그는 “30년 넘게 살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시작한다는 게 두려웠지만 그냥 이를 악물고 일했다”고 말했다.
전상균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처음 국가대표가 됐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운동을 그만둘까 고민도 했지만, ‘운동선수가 올림픽에 나가 메달은 따야 되지 않겠느냐’는 어머니의 말을 되새기며 버텼다. 이후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2011년 파리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 이듬해인 2012년 평택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 등을 수상하며 성장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하겠다는 전상균의 목표는 러시아 선수의 등장으로 무너졌다. 그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러시아 선수가 갑자기 경기에 출전했다. 어떻게 갑자기 나타난 건지 궁금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후 러시아가 국가 차원에서 주도한 도핑 계획이 폭로됐고, 국제역도연맹(IWF)은 2017년 해당 러시아 선수의 선수 자격을 정지시켰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러시아 선수의 메달을 빼앗아 본래의 주인에게 되돌려주기로 결정한 건 그로부터 7년이 더 걸렸다.
“역도 그만두고도 내 인생 잘 돌아가”
전상균은 국제올림픽위원회의 뒤늦은 조처가 아쉽다면서도 자신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서 얻게 된 것도 있다고 했다. 그는 “많은 선수들이 운동을 그만둔다는 생각에 겁을 먹는다”며 “나는 역도를 그만둔 뒤에도 내 인생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전상균은 한국조폐공사의 역도팀이 부활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역도팀이 부활하면 감독으로 지원할 생각”이라며 “이제 나도 꿈을 좇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전상균의 딸 전희수(17)는 올해 6월 열린 전국역도선수권대회 여자 고등부 76㎏급에서 합계 185㎏(인상 83㎏·용상 102㎏)을 들어 올려 한국 학생 신기록을 세웠다. 전희수는 뉴욕타임스에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라고 했고, 전상균은 “딸이 나보다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 역도는 ‘사후 도핑 테스트’로 전상균의 동메달을 포함해 런던올림픽 메달 3개를 되찾았다. 여자 최중량급(75㎏ 이상급) 장미란 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4위에서 3위로 승격했다. 기록은 정정됐으나 아직 동메달은 받지 못했다. 남자 94㎏급에 출전했던 김민재는 8위였으나, 당시 1~3위와 6위, 7위, 11위 선수의 도핑이 적발돼 은메달리스트가 됐다. 김민재는 2019년 10월 런던올림픽 은메달을 전달받았다.
한겨레 주성미 기자 / smoo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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